장르에 갇히지 않는 뮤지션 사람, 삶, 자연을 노래하는 최고은 동문 (프문03)
작성자 서강가젯(Sogang gazette)
작성일 2020.08.20 11:36:15
조회 1,105


 코로나 19로 인해 사람 간의 거리가 하릴없이 멀어진 요즘, SNS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 함께 가사를 쓰고, 자신의 고향으로 친구들을 불러 공동 작사한 노래로 공연을 하는 가수가 있다. 최고은 동문은 어렸을 때는 국악을 배웠고 본교 재학 시절에는 록밴드 ‘광야’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지금은 독창적인 음색으로 인디 음악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간의 여정이 알려주듯 자유롭고 솔직한 최고은 동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동문(프문 03)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Q.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입니다. 저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중심으로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만큼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국악과 진학을 희망하시다가 본교 프랑스문화학과에 오셨는데, 다시금 음악을 하겠다고 마음먹으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아했지만, 그 이상으로 노래 부르는 걸 너무 좋아했어요. 학부 시절 대학가요제에도 참여하고, 우리나라에서 손꼽는 엔터테인먼트에도 최종오디션까지 갈 정도로 가수가 되고 싶은 열정이 많았습니다. 그 열정이 식지 않고 졸업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서 일단 짧게 5년 정도만 마음을 따라 가보자고 결심하게 되었어요. 이제 데뷔 10년 차가 되었고요.

Q. ‘광야’에서 보컬로 활동하실 때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광야는 제 대학 생활의 핵심이예요. 오직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음악을 잘하는 걸 목표로 연습을 하기보단,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밴드 멤버들과 연습하고 이따금 축제나 동아리 정기공연 무대에 오르는 걸 큰 기쁨으로 여기는 정말 순진무구한 마음들이었죠. 그러고 보니 광야를 통해 자연스레 몸에 밴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 같네요.
 대학교에 다닐 때 전공 수업보다 동아리 활동을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동아리를 핑계로 삼고 결석하는 일이 잦았는데요. 그래서 FA도 몇 차례 받았고요. 캠퍼스의 낭만은 동아리 활동을 위한 자체 휴강이라 생각하며 지냈던 시절 덕분에 졸업 후 학교를 방문했을 때 한 교수님이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고은아, 너 졸업은 했니? 기적이다.’

Q. 여성학을 복수 전공하셨던 부분에도 관심이 갑니다. 대학원 진학을 고민할 만큼 여성학에 대해 깊게 탐구하셨는데, 학부 시절 공부한 내용과 지금의 개성 있는 음악 스타일이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네. 분명 그렇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여성학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과 끌림으로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해당 전공 수업을 들었어요. 여성에 대한 공부가 즐거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하게 된 고민은 ‘나는 누구일까? 여성으로서의 나는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였고, 무엇보다 자아를 찾는 일이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만드는 음악들도 결국은 나와의 대화라고 생각해요.

  

▲ 최고은 동문의 공연 사진

Q. 많은 가수의 꿈의 무대인 글래스턴베리에서 세 차례나 공연하셨습니다. 처음 무대에 섰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한국에서 공연할 때와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었나요?


 글래스턴베리를 가기 전 몇 달 내내 마음이 설렘으로 가득 찼어요. 광야 사람들과 나중에 꼭 다 같이 놀러 가기로 했던 음악 페스티벌이었는데, 음악인으로서 무대에 오른다는 점이 너무 놀라웠고 믿기지 않았거든요. 실제로 무대에 올라서는 울었습니다. 저도 당황스러웠는데, 말도 안 되는 상황 같았거든요. 정말 꿈 같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가사도 많이 까먹어서 무대 위에서 즉석에서 아무렇게 지어 불렀습니다. 관객들은 그런 사실도 잘 모르고 즐겁게 공연을 관람하더라고요. 그때 반응이 좋아 이듬해에도 무대에 오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한국에서 공연할 때와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스텝들이 오랫동안 같은 곳에서 함께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지금까지 총 3번(2014, 2015, 2019년)의 공연을 하며 늘 같은 스텝들을 만났어요.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점은 어느 곳을 가나 언제나 감격스럽습니다.

Q. 팬분들과 함께 진행 중이신 ‘공동작사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올해 늦가을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다음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앨범의 주제가 ‘친구와 우정’입니다. 작년부터 앨범을 준비하고 있긴 했지만, 특히 코로나 19가 전 세계에 퍼지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어렵게 되니, 마음을 주고 있는 제 주변 사람들의 안부를 자주 묻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문득 다른 많은 사람도 역시 그렇겠다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단순하게 여러 사람의 우정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로 담아내는 곡 작업을 함께 만들어가면 어떨지 궁금해졌습니다. 코로나 19가 결국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이죠.
 현재 ‘보리차 끓이는 정원사들’이라고 부르는 SNS 팔로워들과 함께 가사를 다 만들었고, 머지않아 녹음작업에 들어갑니다. 음원 수익금은 곡의 취지와 어울리는 곳에 기부할 생각입니다.

   

▲ '우정의 정원'으로 포스터

Q. 이번 ‘우정의 정원으로’ 공연에 관해서도 소개 부탁드려요!


 ‘우정의 정원으로’는 제 고향인 광주를 주변 예술인들에게 소개하는 프로젝트 ‘커밍홈’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주제에 대해 음악적으로 접근해 보는 작업인데요. ‘커밍홈’의 첫 번째 이야기의 주제는 ‘고향’이었어요. 이번 ‘우정의 정원으로’는 제 주변의 20대부터 60대까지의 다양한 연령층의 뮤지션들이 생각하는 우정에 대해 음악, 시 등을 매개로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8월부터 11월 공연이 예정돼 있고, 저의 인스타그램(@iamgonneofficial)을 통해 소식을 살펴보실 수 있어요.

Q. 이전 인터뷰에서 장르를 따지기보다 ‘최고은 스스로에게 초점이 맞추어지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였을까요?


 저는 어떤 주제에 대해서 노래를 할 때든 그 주제를 사전적 정의가 아닌 저만의 정의로 풀어내고 싶습니다. 까닭은 지금의 삶을 스스로 가꾸고 나를 책임지고 싶기 때문이에요. 제가 만들어갈 음악은 솔직한 고백일 수도 있고, 이상향을 담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꿋꿋하게 두 발을 땅에 딛고 살아가고 싶네요.

Q. #학창 시절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 #본인의 작업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음악 #최근 가장 많이 듣는 음악. 세 곡 추천 부탁드립니다!


 학창 시절에는 ‘롤러코스터’의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오늘 가장 애착이 가는 음악은 ‘Limbo in Limbo (앨범 ‘Nomad Syndrome’ 수록곡)’이고요. 최근에는 녹음을 준비하면서 ‘우정의 정원으로’를 가장 많이 듣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최고은 동문이 음악을 대하는 자세가 사뭇 ‘담백하다’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나 자신으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노래하는 음악가, 최고은 동문을 머지않아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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