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는 콘텐츠를 만들다, 정현숙 동문, EBS 책임프로듀서
작성자 서강뉴스Weekly
작성일 2018.08.20 16:40:49
조회 1,267

어린이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는 콘텐츠를 만들다

정현숙 동문, EBS 책임프로듀서


▲ EBS의 어린이 콘텐츠를 책임지고 있는 정현숙(신방 82) 동문


 정 동문이 제작한 다큐멘터리들에 공통된 주제는 ‘어린이’이다. 아이들이 웃는 모습이 좋아 이 일을 사랑하게 됐다는 정 동문은 1987년 EBS에 입사한 이후 한결같이 어린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유수의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고, 동양인 최초로 ‘재팬 프라이즈’의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지만, 여전히 새로운 콘텐츠 생각에 여념이 없는 정 동문을 서강가젯이 만났다.


Q. 서강언론동문회(이하 서언회)가 주최하는 제14회 ‘서강언론인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서강’이라는 울타리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서강에서 배운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서강대학교는 저에게 여러모로 정말 많은 것을 알려주었어요. 되게 평범한 말 같지만, 인생에 필요한 모든 부분을 서강에서 배웠습니다. 대학생이 배워야 하는 독립성, 개별성, 팀워크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한 일에 끝까지 책임을 지는 책임감을 배웠지요. 서강대학교에서 배운 이러한 덕목들이 제 인생의 큰 가르침이 되었고, 지금까지 살아온 힘이 되는 것 같아요.


Q. 6개국 스태프들과 제작한 국제 프로젝트 ‘Baby on the way’가 눈부신 성과를 얻었지요. 국제 어린이·청소년 TV프로그램 페스티벌 프리 쥬네스(Prix Jeunesse)에서 우수업적상과 국제 방송상 ‘재팬 프라이즈’에서 우수 프로그램상을 수상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언어가 다른 여러 나라 스태프진과 한 프로젝트를 완성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요하는 일일 텐데 그럼에도 꾸준히 국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서강대학교에서 배운 영어 커뮤니케이션 수업이 우선 저에게 가장 큰 기반이 되었어요. 당시 영어 교육을 통해서 영어에 대한 공포증이 줄어들었고, 뿐만 아니라 문화에 대한 재해석과 공감 포인트가 무엇인지 배웠어요. 작품을 하나의 시간이 아니라 다각도에서 다양하게 해석하는 것도 배웠고 이 모든 것이 저에게 큰 자극이 되었어요. 죽기 전까지 끊임없이 배워야하는 것이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부하는데 있어 돈은 아끼지 않아요.
 국제 프로젝트는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정말 소중한 기회입니다. 평생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는 소중한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만든 다큐멘터리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는 일이 굉장히 뿌듯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공감을 사는 이야기가 많아져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고 생각해요. 아직까지 어린이는 내가 가르쳐야 하는 객체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데, 물론 어린이를 가르치는 것이 어른의 몫이기도 하지만 가르침의 대상 보다는 나라의 미래인 어린이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려는 것이 건강한 사회의 기반이라고 생각합니다.


Q. 2012년 뒤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러 영국으로 갔다고 들었습니다. 돌아와 회고한 글을 보면 PD로서, 인간으로서 본질적인 고민들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당시 가졌던 문제의식은 무엇이며 영국에서 배운 것은 무엇인지요?

▲ 국제 프로젝트 ‘Baby on the way’로 프리 쥬네스에서 우수업적상을 수상한 정 동문의 모습

 저의 꿈의 직장이었던 EBS의 국제다큐영화제 사무국장을 하면서 사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여러 고민을 하다가 생긴 호기심을 풀고 싶어 영국으로 떠났어요. 솔직히 박사학위로 제 신분이 달라지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오기가 발동했다고 봐야겠지요.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당시 사회와 권력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책 내용에 깊이 공감하여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요. 옛말에 ‘인생의 답은 다 책에 있다’라는 말을 이해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고, 이를 토대로 한국에 돌아가서 건강하고 튼튼한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할 다짐을 하게 됐지요.
 알다시피 요즘은 콘텐츠 유통에 국경이 없잖아요. 어린시절에 보고 자란 것이 훗날 생각보다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한류도 같은 의미인 것 같아요. 한류가 한국에 경제적 이득이 된다는 것 보다, ‘한국인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끔’한다는 의미에서 더 소중한 것 같아요. 돈 보다는 한국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연습을 시키는 것이지요. 문화를 알린다는 것은 그런 것 같아요. 사회의 작은 조직이라는 뿌리들이 하나씩 다 연결되어 결국 하나의 건강한 나무를 만드는 것처럼, 콘텐츠 제작도 건강한 사회 만들기 캠페인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Q. 미디어 환경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화려한 영상 기술과 컴퓨터 그래픽 같은 ‘그럴 듯한 허구’들이 넘쳐납니다. 이런 상황에서 허구가 아닌 현실, 그것도 우리 가까이의 현실을 담아내는 다큐멘터리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어떤 매력이 있기에 오랜 시간 동안 다큐멘터리 PD로 종사하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내 인생으로 책 한 권도 더 쓴다”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지요? 소설에 나오는 왕자와 공주의 이야기보다는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인생의 이야기가 진짜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공유(sharing)’의 가치를 믿는 사람인데, 잘 꾸며진 이야기 보다는 일반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더 큰 감정과 이해를 공유할 수 있다고 확신해요. 사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야기가 왠만한 드라마보다 재미있는 경우도 많고요. 다만, 팩트를 다루는 만큼 다큐멘터리 PD는 균형감각과 치우치지 않는 관점에 늘 유의해야 합니다. 사람에게는 셀 수 없이 다양한 면이 있는데 어떤 면을 주목할 지, 독자들에게 어떤 내용을 전달할지 정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 거든요. 저는 힘들고 어려운 이 일이 참 재미있고 기대됩니다. 그래서 계속 다큐멘터리 PD로 일하고 있나 봐요.


Q. PD라는 직업이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면서 자연스럽게 PD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PD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길을 가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소통의 시대니까 소통의 방법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요즘은 언론’고시’라는 말을 쓴다고 들었는데, 이제는 고시를 준비하듯이 피땀 흘려 공부만 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한 우물만 파기에는 너무 많은 전략이 요구되는 시대가 됐어요. 아예 독립적으로 일을 시작해보거나 작은 제작사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필드 경험이 더 중요해지고 있고, 다방면의 경험이 또 다른 기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PD라는 직업은 너무 즐겁고 보람되지만 일종의 ‘종합예술’을 만들어내는 아주 고된 직업이기도 해요.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것을 쏟아 부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평소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매력적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피칭(pitching) 연습’도 많이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자기가 가진 아이디어가 좋아야 투자도 붙고, 좋은 결과도 낼 수 있겠지요. 개인적으로 서강의 선배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그렇게 때문에 저도 이런 부분에 관심있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네요.


Q. 많은 커리어를 쌓아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동문님이 가진 또 다른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지요?

 저는 꿈이나 목표를 정해놓고 살지 않아요. 지금 저에게 일하는 게 노는 것이지요.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일할 것 같네요. 제가 할 일이 아주 많다고 생각해요. 지역 커뮤니티 스쿨 같은 곳에서 미디어 교육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고, 열악한 환경을 가진 아시아 파트너들에 지원사업을 펼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나의 지식을, 나의 경험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나누고 싶어요. 더 많은 것들을 ‘공유’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요. 제게 ‘돈을 얼마나 버는지’는 우선순위가 아니에요. 더 이상 회사라는 울타리에 속해있지 않는 때가 오더라도, ‘은퇴’라기 보다는 ‘원하는 프로젝트를 마음껏 선택할 수 있는 위치’가 됐다고 생각하려고요. ‘무엇을 이룰 것이야!’ ‘이런 상을 받을것이야!’라기 보다는 제가 가진 재능을 더 많은 곳에 나누면서 살아갈 겁니다.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셰어(share, 나눔)는 물질이 아닌 정신이기 때문입니다.


 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의 공감을 사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방송 콘텐츠를 제작하는 정현숙 동문을 만나보았다. 건강한 사회 형성에 일조하고, 가진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든 나눌 준비가 되어 있는 정현숙 동문의 꿈을 응원한다.


글, 사진   | 권민성 (학생기자, 유럽문화 16) dduny0410@sogang.ac.kr / 김도연 (학생기자, 커뮤 17) ehdusdl@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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