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연지기 장학생 원보영 학생(커뮤 18)의 프랑스 여행기
작성자 서강가젯(Sogang gazette)
작성일 2020.05.18 14:18:17
조회 2,308




 ‘호연지기 장학금’은 넓은 세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여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특별 장학기금이다. 84학번, 86학번 홈커밍 준비위원회를 비롯한 동문님의 기부금으로 조성되어 서강대학교 학생의 호연지기 함양을 돕고 있다. 제5기 호연지기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배낭여행을 다녀온 원보연 학생(커뮤 18)을 서강가젯이 만났다.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커뮤니케이션학과 원보영입니다. 저는 호연지기 장학금 덕분에 작년 7월 중순(11~17일)에 프랑스 파리로 배낭여행을 다녀왔습니다.

Q. 호연지기 장학생 선발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저는 학교 홈페이지 장학공지를 자주 확인합니다. 대학생으로서, 특히 서강대 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모두 누려보자고 생각했고 그중 하나는 장학금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지난 공지를 살피며 매년 호연지기 장학생을 선발한다는 것을 미리 알았습니다. 해외여행을 갈 여유가 생겼을 때 선발 시기에 맞춰 지원했습니다.


▲ 베르사유 궁전 전시장에서의 원보영 학생(커뮤 18)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어디로든 해외여행을 떠나고 싶었지만,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학기와 방학을 막론하고 언제나 학교에서 수업을 들어야 했습니다. 가족여행을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생이 되어 해외에 갈 기회만 주어진다면 무조건 지원해보자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해외 거주 경험이 전혀 없는 소위 ‘토종 한국인’으로서 외국어 고등학교에 진학해 힘든 점이 많았습니다. 어려서부터 해외에 거주하며 외국어가 능숙해졌을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견문을 넓힌 친구를 보며 자신감이 떨어졌습니다. 그런 만큼 해외에 혼자서라도 나가보고 싶다는 소망이 커졌습니다. 대학에 입학한 후로도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혼자 떠나는 배낭여행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Q. 프랑스 여행을 계획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했습니다. ‘프랑스어를 배웠으면 프랑스에 가서 써먹어 봐야 하는데 언제쯤 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호연지기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바로 프랑스를 떠올렸습니다. 마침 프랑스 대학에서 유학 중인 친구와 프랑스로 여행을 계획 중인 친구들이 있어 여행을 결심했습니다.
 장학생 지원 당시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몹시 쌓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여행의 주제는 ‘휴식’이었습니다. 특별할 것 없이 그저 프랑스 파리의 유명한 관광명소에 방문해서 여유롭게 거니는 장면을 상상하며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아르바이트 일정 때문에 여행 기간이 워낙 짧았던 터라 아쉬웠지만, 하루에 한두 곳만 둘러보면서 기분을 전환하고 싶었습니다.
  여행의 목표는 ‘에너지 되찾기’였습니다. 잠을 줄여가며 지나치게 열심히 지낸 나머지 번아웃 증후군이 찾아왔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속 새로운 경험이 필요했고 휴식을 통해 일상을 잘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파리 시내를 유람하는 바토무슈(유람선)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몽마르뜨 언덕 주변 공원에서 버스킹 하는 밴드의 음악을 들으며 오랜만에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여행 일정을 소개해주세요.


 여행 기간은 7월 11일부터 17일이었지만, 비행시간을 빼면 사실상 12일부터 16일까지로 총 4박 5일이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조정했음에도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첫날에는 오랜 비행이 고됐던 나머지 숙소 주변 거리를 산책하다가 일찍 잠이 들었습니다. 둘째 날에는 베르사유 궁전을 둘러보았습니다. 개장 시간에 맞추어 도착했음에도 입장한 줄이 길어서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습니다. 듣던 대로 궁전이 무척 넓고 볼 것도 많아, 폐장 직전까지 열심히 걸어 다니느라 힘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프랑스 뮤지컬, 영화, 노래로 많이 접해왔던 아름다운 풍경과 유난히 맑고 시원했던 날씨 덕분에 기분이 절로 좋아졌습니다. 밤에는 유학 중인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 바토무슈(유람선)를 타고 파리 시내를 구경했습니다.


▲ 혁명 기념일의 마르스 공원

 셋째 날이었던 7월 14일은 프랑스의 혁명 기념일이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프랑스 문화 수업에서 자주 들었던 혁명 기념일 행사를 꼭 보고 싶었습니다. 혁명 기념일이 되면 낮부터 에펠탑 근처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수많은 사람이 에펠탑이 잘 보이는 마르스 공원에서 피크닉을 합니다. 저도 이곳에서 피크닉을 하며 밤에 있을 불꽃놀이를 기다렸습니다. 음악에 맞추어 미디어아트와 어우러지는 불꽃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 사크레쾨르 대성당


  넷째 날에는 사크레쾨르 대성당에 방문하고 몽마르뜨 언덕에서 그림을 감상했습니다. 대성당의 웅장함과 그림의 다양한 색채 덕에 눈이 즐거웠고, 근처 맛집에서 맛본 음식 덕에 입도 즐거웠습니다. 숙소 근처 펍(pub)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먹어보고 싶었던 디저트를 잔뜩 사 먹고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Q. 인상적이었던 장소는 어디인가요?


 베르사유 궁전의 ‘그랑 트리아농(Grand Trianon)’이 좋았습니다. 궁전의 다른 건물을 한참 둘러보다가 폐장 시간이 다 되었을 무렵 해가 살짝 질 때 찾아간 곳입니다. 한국에서는 건물 인테리어로 잘 사용하지 않는 진분홍, 샛노란색, 청록색 등의 색감이 과하지 않게 잘 어우러져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따로 있습니다. 한옥에서 방과 방 사이에 넓은 대청마루가 있듯, 그랑 트리아농에도 방과 방 사이에 밖으로 통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벽 없이 분홍빛 대리석 기둥들만 세워진 이 공간은 정원과 바로 연결됩니다. 그리고 바닥에는 마치 체스판처럼 흰색 타일과 검은색 타일이 주변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바람을 맞으며, 저무는 해를 배경으로 흐드러진 꽃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프랑스에 또 올 수 있다면 이곳에서 종일 앉아 있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 베르사유 궁전 그랑 트리아농

Q. 여행을 통해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겁이 많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해외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막연히 무섭게만 생각했었습니다. 주변에 해외여행이나 해외 거주 경험이 풍부한 친구가 많고, 해외 거주 동양인의 이야기를 자주 접했기에 인종차별을 굉장히 걱정했습니다.
 여행 중 인종차별을 몇 번 당하기는 했지만 우려했던 만큼은 아니라 다행이었습니다. (물론 차별 정도가 생각보다 덜 했다고 안심하는 것 자체가 슬픈 일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오히려 저를 친절하게 대하는 현지 분이 많았습니다. 가령 열기 힘들었던 지하철 문을 대신 열어 주신다거나 프랑스어로 된 메뉴 설명을 자세히 해주시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기내에서 목베개를 먼저 빌려주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던 걱정 섞인 고정관념을 깨는 여행이었습니다.

Q. 여행에서 무엇을 얻으셨나요?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제대로 쉬는 법을 배웠습니다. 제 능력치를 100으로 두었을 때, 그동안 150만큼 저를 소모하면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여행하며 제가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100이라는 능력치 안에 휴식도 포함되어야 함을 절실히 체감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의무와 휴식의 밸런스를 잘 유지하면서 ‘번아웃 극복하기’, 그리고 ‘다시는 번아웃되지 않기’입니다.

Q. 서강가젯과 함께하는 서강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다면 부탁드립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해외여행은 미뤄야 할 것 같지만, 상황이 해결되면 꼭 호연지기 장학금에 도전해보시길 권합니다! 예산에 맞추어 여행 계획을 세우고, 계획을 세우며 즐거운 상상을 하고. 또 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히며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가치를 생각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여행을 통해 앞으로의 일상을 잘 살아갈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이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요즘 부쩍 ‘서강인이 아니었으면 경험해보지 못했을 것들’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중 하나가 호연지기 장학금으로 떠난 여행입니다. 장학생으로서 여행을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할 때 주변에서 ‘너희 학교에는 그런 것도 있어? 너무 좋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학점, 대외활동,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까지 신경 쓰면서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까지는 힘든 학생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등록금이나 생활비 용도로 지급되는 장학금은 자주 봤어도, 여행을 즐기지 못하는 이러한 학생을 위해 조성된 장학금은 호연지기 장학금이 거의 유일한 것 같습니다. 정성스럽고 따뜻한 마음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재학생의 ‘행복’에 계속 마음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매년 5월에 선발하여 여름방학 기간 해외 배낭여행을 위한 항공, 숙박료 및 체재비를 지원하는 호연지기 장학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모든 일정이 취소되었다. 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해보며, 장학금을 지원해주신 84, 86학번 동문님께 감사를 전한다.

       

첨부파일
호연지기285x200.jpg 다운로드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