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타이포그래피에 한글의 아름다움을 담는 레터링 디자이너 류해성(신방, 아텍 20) 학우를 만나다
작성자 서강가젯(Sogang gazette)
작성일 2023.05.31 13:34:31
조회 1,100



  

 우리 학교의 건물들을 소재로 한 타이포그래피 연작과 정문 현수막 프로젝트 ‘서강이 서강에게’의 새로운 로고를 제작하며 많은 학우들의 호응을 얻은 류해성(신방, 아텍 20) 학우. 레터링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그 존재를 알리고, 이제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서강가젯이 들어보았다.

  

  

  

서강가젯 독자 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본교에서 신문방송학과 아트&테크놀로지를 전공하고, 레터링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류해성입니다.

  

  


▲ 류해성 학우 (신방, 아텍 20)

  

  

  

한글 타이포그래피 제작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정확히 딱 짚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독특한 모양의 글자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폰트를 수집하기도 하고 그걸로 단순한 작업물을 만들기도 했어요. 그 시기부터 좋아하는 몇몇 폰트가 생겼습니다. 그러다 대학에 진학한 후, 전통적인 것에 막연한 관심이 생기면서 여러 분야로 경험하고 공부하게 되었어요. 결국은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한글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고, 이에 한글 레터링 디자인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작업 소재는 어떻게 정하나요? 또 제작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작업 소재는 그때마다 끌리는 것들로 작업합니다. 주로 재밌는 문구를 작업하기도 하고, 제 나이 또래의 공감대가 있는 것을 주제로 삼기도 합니다. 많은 학우들이 보셨던 서강대학교 건물 연작처럼 제 주변에 있는 것들을 활용해서 제작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영화 포스터’를 컨셉으로 다양한 영화 장르를 소재삼아 만들었습니다.


 제작 과정은 단어를 선정하고, 단어에 대한 인상을 뽑아내는 것이 가장 첫 번째 단계입니다. 이를 아이데이션이라고 하는데요, 말 그대로 단어에 대한 아이디어를 무작위로 뽑아내는 것입니다. 뽑아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다시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좋을지 정리합니다. 예를 들어 무서운 모습을 위해서는 날카롭게 끝을 처리하는 것처럼요. 그렇게 정리된 내용들을 바탕으로 스케치하고 디지털 작업물로 옮기게 됩니다.

  

  


▲ 류해성 학우의 캘리그라피 작업물

  

  

  

서강대학교 건물을 주제로 많은 작업물을 내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좋아하는 ‘꽃꽂이’ 작가님의 작업물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꽃꽂이 작가님은 서울의 지명들을 사진과 함께 감각적인 레터링으로 표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는데요, 그 작업물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따라서 만들어 보게 되었습니다.


 장소도 다양한 곳이 많지만, 학교를 주제로 한 이유는 아무래도 가까운 공간이었던 이유가 컸습니다. 기숙사에서 살았던 적도 있고, 지금도 주변에 살면서 저에게 단순히 학교가 아니라 마치 집의 앞마당 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다양한 시간에 본 학교의 공간들은 다양한 인상을 지니고 있어요. 저의 모교가 갖고 있는 매력을 레터링으로 풀어내는 것은 저에게 너무나 당연한 작업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알바트로스탑을 시작으로 다양한 공간을 작업하는 연작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 교내 건물 주제 캘리그라피

  

  

  

신문방송학과 박승일 교수님의 연구소 로고 디자인도 제작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교수님께서 카드뉴스를 만들 일이 필요하다고 하셔서 이를 제작하며 로고를 함께 만들게 되었습니다. 박승일 교수님 연구소의 이름이 ‘캣츠랩’인데요, 당시 제작하면서 집중한 것은 ‘캣츠(고양이)’입니다. 기존 로고에도 고양이의 모습이 직관적으로 드러나 있어서 고양이의 이미지를 충분히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사회과학을 연구하면서는 유연하고 융통성있는 사고가 필요한데, 그런 점이 고양이의 유연함과 연결된다고 생각해서 쭈욱 늘리는 듯한 모습의 로고를 만들게 되었죠.

  

  


  

  

  

본교 정문 현수막 메시지 프로젝트 ‘서강이 서강에게’의 새로운 로고를 디자인해 주셨어요. 직접 현수막 디자인 리뉴얼을 제시하셨다고 알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궁금해요. 또 새로운 로고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려요.


 처음 발전홍보팀에 연락한 이유에 엄청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디자이너로서 현수막 디자인에 변화를 주고 싶었습니다. 여러 차례 발전홍보팀과 논의하면서 로고 타입을 새롭게 만들기로 했어요.


 로고 디자인에서 가장 신경 쓴 것은 친근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정문을 오가는 교내구성원뿐만 아니라 행인들까지 접하는 로고이기 때문입니다. 얇은 획으로 가볍고 산뜻한 느낌을 연출했으며, 그에 맞춰 ‘ㅇ’ 받침의 모양도 빈 공간을 다소 크게 두었습니다. 그리고 산뜻한 느낌을 배가하기 위해서 ‘ㅅ’의 모양을 한 바퀴 꼬아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모양을 두는 것 보다 꼬아 만든 모양이 보는 재미를 더하게 합니다.

  

  


▲ 정문 현수막 프로젝트 ‘서강이 서강에게’ 로고 제작

  

  

  

디자인 작업에 있어 가장 신경 쓰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무엇보다도 ‘자연스러움’입니다. 우리가 모두 워낙에 많은 글자를 봐왔고, 하루에만 해도 수천 자를 소비하기 때문에 글자에 있어서는 기계보다도 직관적이고 빠르게 만듦새를 판단할 수 있어요. 이를 특정 분야의 개념을 빌려서 설명하자면 ‘글자의 불쾌한 골짜기’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레터링 디자인을 만들 때는 필연적으로 그 디자인만의 독특한 조형이 들어가게 돼요. 그 독특한 조형이 전체 글자와 자연스럽게 융화되기 위해서는 디테일을 조정하고, 모양을 신경 써서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아요. 만들고 나면 묘하게 만듦새가 떨어져서 엉성해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완성도가 떨어지면 순간적으로 소비되는 레터링에서 인상은 순간에 무너집니다. 그래서 최소한 글자를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기준을 가장 신경 써서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작업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높은 하늘 : 기표에 기의 넣기’라는 작업입니다. 글자를 만들고 나서 그것이 로고가 되었든, 문구가 되었든 실제 상황에 적용이 되면 글자의 소비는 아주 짧게 일어나는 것을 발견했어요. 어쨌든 글자의 본질은 읽는 것이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글자의 소비는 그 이상으로 나아가기 힘듭니다. 물론 디자인에 조예가 깊거나 글자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보다 자세히 소비하겠지만 대부분은 ‘읽는 것’에서 나아가지 않습니다.


 그 한계를 깨어내고자 세상과 상호작용할 수 있고, 그리고 실제 세계와 연관성을 가질 수 있는 타이포그래피를 만들고 싶어 해당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종이에 글자 모양으로 구멍을 뚫은 것이지만, 글자 속에 담긴 하늘의 경이 글자의 텍스처와 의미의 깊이를 더하면서 글자에 더욱 관여하도록 만들었어요. 단순하고 원시적인 형태의 작업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계를 깼다고 생각해서 기억에 남습니다.

  

  


  

  

  

한글 레터링 디자인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글은 글자가 다양한 것이 매력이에요. 한글은 초중종성의 조합이 워낙 다양해서 ‘아름다운 복잡함’을 보입니다. 영어는 풀어쓰기이기 때문에 글자가 아래위로 조합되거나 보다 복잡한 형태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한글은 모아쓰기 글자이기 때문에 다양한 한글 음운 단위가 합쳐져서 보다 복잡한 모양과 경우의 수를 만들어 냅니다. 그 고유의 아름다운 복잡함이 한글 레터링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글 레터링 디자이너들이 습관적으로 만드는 단어가 ‘꽃’입니다. ‘꽃’이라는 단어가 뜻하는바, 지칭하는 대상이 아름다운 탓도 있지만 글자의 형태가 아름다운 것도 있습니다. 한글의 아름다운 복잡함을 설명할 수 있는 정수 같은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꽃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형태적인 만듦새를 보시면 한글 모아쓰기의 아름다움을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작년 이맘때쯤 서강학보에서 인터뷰를 했을 때도 똑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때는 타이포그래피 동아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었는데요, 기쁘게도 이 목표는 이미 이루었습니다. 동아리를 만든 것은 아니고, 큰 동아리 내의 소모임처럼 만들게 되었어요. 그래서 작년의 목표는 이미 이루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올해는 타이포그래피를 이론적으로 공부하고, 인터랙션 아트로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예요. 직접 디자인을 만드는 것은 그저 손과 도구만을 가지고 주먹구구식으로 만드는 것으로 습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에 대한 역사와 철학은 그렇게 해서 배울 수 없습니다. 더욱 깊이 있고 철학이 담긴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론에 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갈증을 올해는 꼭 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 학교에는 미술대학, 디자인대학이 없기 때문에 다른 학교의 커리큘럼을 알아보면서 서적과 역사적인 디자이너들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인터랙션 예술로써 타이포그래피를 만드는 것입니다. 앞서 ‘높은 하늘 : 기표에 기의 넣기’라는 프로젝트도 상호작용을 전제로 제작했어요. 매체나 화면 안에만 화초처럼 존재하는 타이포그래피의 한계를 탈피해서, 더욱 깊게 관여하고 표현할 수 있는 타이포그래피를 만드는 것이 올해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한글의 ‘아름다운 복잡함’에 매력을 느껴 이 아름다움을 세련된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류해성 학우. 호기심에서 시작된 기발함이 깃들어있는 그의 독특한 작업물 하나하나가 많은 학우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이 되길 바라며, 계속될 그의 도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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