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선거제도 공론화, 500인 회의’에 전문가로 출연한 정치외교학과 하상응 교수를 만나다
작성자 서강가젯(Sogang gazette)
작성일 2023.06.22 11:06:43
조회 1,092



  

 사회의 중요한 이슈를 시민과 함께 풀어가는 뜨거운 공론의 현장, ‘공론조사’.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을 앞두고 세계 방송 사상 최초 선거제도로 공론화 과정을 생중계한 KBS ‘선거제도 공론화, 500인 회의’ 프로그램에 전문가로 출연하여 시민참여단의 숙의와 토론 과정을 함께한 하상응 교수. 오랜 기간 정치외교 분야의 길을 걸어온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서강가젯 독자 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2015년 9월부터 강의를 하고 있는 하상응이라고 합니다. 미국 정치 여론과 정치 심리학 위주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 정치외교학과 하상응 교수

  

  

  

교수님께서 정치외교 분야, 특히 정치심리와 미국정치 분야를 선택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엔 외교관이 될까 하는 생각에 고등학교에서 대학에 진학할 때 외교라는 전공을 선택하게 됐어요. 그런데 외교관이 되기 위한 시험을 준비하던 중 공무원과는 안 맞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고, 그래서 시험과는 별개로 공부를 계속 하다 보니 지금에 이르게 된 것 같아요.


 정치심리와 미국정치를 택한 이유를 꼽자면 원래 국제 정치 관련 내용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에 갔었는데, 공부를 하다 보니 정말 강대국 논리 위주로만 흘러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국의 관점에서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의 이익을 미국의 이익에 종속 시켜 함수화하는 경향이 보여 약간의 회의감이 들기도 하던 와중에 처음으로 인종 정치 관련 수업을 듣게 됐어요. 그런데 그 수업이 처음 듣는 내용이기도 했고, 비교적 다양성이 없는 한국 문화권에 살다가 미국에서 서로 다른 인종 집단들의 입장이 어떻게 다른 지와 같은 내용들을 들으니까 너무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인종 문제나 이민 문제와 관련된 정책을 각 인종 집단들이 어떻게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공부하다 보니 편견이나 차별 같은 것들도 다루게 됐고, 자연스레 정치심리 영역까지도 확장된 것 같아요.

  

  


▲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해 미국의 흑백차별에 대해 설명하는 하상응 교수

  

  

  

정치외교학과 교수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사실 선택이라기 보다는 공부를 하다 보니 길이 많지 않았던 게 가장 결정적인 이유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인문이나 사회과학 계열의 경우 박사 과정을 밟게 되면 기본적으로 관련 분야에서 연구를 계속하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교수라는 직업이었어요. 교수의 업무 중에는 가르치는 일과 연구하는 일, 그리고 행정적인 일이 있는데, 이 세 가지 중 저는 가르치는 일에 가장 관심이 있어 어떻게 하면 좀 더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그러다 보니 운 좋게 몇 가지 원했던 길 중 하나인 교수라는 직업을 갖게 됐어요.

  

  

  

최근 KBS에서 방영된 선거제도 공론조사에 전문가로 출연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공론조사’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공론조사라는 것은 여론조사의 맥락에서 봐야 해요. 여론조사는 기본적으로 여론조사 회사에서 일반 유권자에게 전화 등으로 연락을 해 정치 현안과 관련된 의견을 받는 것인데, 이러한 일반적인 여론조사가 갖고 있는 여러 문제점 중 가장 큰 것은 일반 유권자들이 ‘잘 모르는 현안’에 대해 물었을 때 ‘잘 모름에도 불구하고’ 반강제적으로 답을 하게 된다는 거예요. 따라서 공론조사라는 방법은 이렇게 유권자들이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혹은 성의 없이 답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일반 유권자들을 선발해 그들에게 복잡한 현안에 대한 교육을 시키고 그들 스스로 내용을 학습하게 한 다음, 다양한 측면들을 토의와 숙의하게 만든 후 그들의 의견을 묻는 방식이에요. 그래서 일반 여론조사보다는 훨씬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일반 유권자들이 현안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된 상태에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여론조사에서 확인되는 결과보다는 훨씬 응답의 질이 높다고 볼 수 있죠.

  

  

선거제 개편에 대한 공론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공론조사에서 구체적으로 맡으셨던 역할과 전문가로서 설명해 주셨던 세부 의제의 내용이 궁금합니다.


 저는 공론조사 연구위원회의 장을 맡았고, 공론조사 대상이 되는 500명 정도의 일반 유권자들에게 선거제 개편과 관련한 의제에 대해 강의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어요. 제가 맡은 의제는 선거제도의 원칙이었는데,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어요. 국회의원 선거 제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했을 때 사용해야 하는 원칙들이 책임성, 비례성, 그리고 대표성인데 이 세 가지 원리가 서로 충돌하기 때문에 세 원칙을 모두 만족시켜주는 선거제도는 없다는 거예요. 결국 이 세 가지 원칙 중 어느 원칙에 좀 더 방점을 찍어 타협을 할 것이냐의 문제지, 이상적이고 완벽한 선거 제도가 이미 존재하는데 우리가 그것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내용이죠.

  

  


▲ KBS ‘선거제도 공론화, 500인 회의’에서 논의된 세부 의제

  

  

  

이번 선거제 개편에 대한 공론조사 과정 및 결과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공론조사는 일반 유권자들이 잘 모르는 상황에서 의견을 얘기하는 것과 어느 정도 학습을 한 다음 의견을 얘기하는 것이 다를 것이라는 추측 하에 이뤄지는 건데, 이번 공론조사의 경우 그런 예측이 정말 잘 맞아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숙의를 하기 전 참여자들이 갖고 있던 의견과 숙의 후 참여자들의 의견 간에 상당한 격차가 있었거든요. 특히 공론조사 전 참여자들은 비례대표에 대한 지지율이 20%대일 정도로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는데 공론조사 후 70%에 가까운 참여자들이 비례대표를 좀 더 확대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게 된 게 가장 눈에 띈 결과라고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유권자들의 생각이 비례대표 확대에 이어 국회의원 정수 증가를 용인하는 것까지도 확장된 것이 주목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 KBS ‘선거제도 공론화, 500인 회의’에서 시민참여단의 질문에 답하는 하상응 교수

  

  

  

재밌는 강의로 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강의를 준비하시거나 실제로 강의하실 때 특별히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선 너무 교과서적인, 추상적인 내용에 그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해요. 그중 나름 가장 많이 노력하는 부분이 예시인 것 같아요. 사실 정치 현상 같은 경우에는 교과서대로 굴러가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교과서라는 것이 없기도 하고, 교과서를 정해 두고 추상적인 차원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건 제가 학생일 때도 느꼈지만 정말 지루해요. 그리고 추상적인 개념을 배우더라도 실제 상황에서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별개의 단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최근 예시를 바탕으로 내용을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 설명하고 있는 내용이 교과서에만, 종이 조각에만 존재하는 내용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신문을 읽거나 뉴스를 들을 때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것을 전달할 수 있게끔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한국에서 자라고 교육을 받아 왔지만,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답이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거예요. 정답이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게 정치 현상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는 정말 독이에요. 그래서 저는 다양한 다른 시각이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보여드리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고, 다음 학기부터는 정치학개론 수업도 맡아 정치가 정답이 있는 다른 학문 분야와는 완전히 다른 논리로 진행된다는 것을 알려드리려 해요.

  

  

  

교수님께서 계획하고 계신 앞으로의 목표가 있나요?


 요즘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정치라는 행위가 타협이 중요한 행위라는 거예요. 정치 행위는 법의 논리도, 경제 논리도 아니고 정답을 찾는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의 논리가 무엇인지를 일반 사람들이 알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 책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최근에 하고 있어요. 딱딱하고 교과서적인 그런 책이 아니라 정치의 논리가 우리가 익숙한 다른 논리들과 얼마나 다른지, 그리고 그 정치의 논리를 이해하면 갈등이 일상인 정치가 어떻게 다르게 보일 수 있을지를 이해하기 쉽게 써보려고 해요.

  

  

  

정치외교학을 본전공 또는 부전공으로 하고 있는 서강대학교 재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너무 조바심을 낼 필요 없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정치외교학을 공부해서 무슨 일을 할 거냐고 했을 때 사실 정말 다양한 분야를 선택할 수 있어요. 물론 정치외교학을 공부한다고 해서 어떤 특정 직종 취직에 좀 더 유리하다거나 불리한 건 없기 때문에 여기서 오는 불안감이 커요. 그래서 서강대는 자유롭게 다전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외교학을 1전공으로 하시는 학생들은 다전공을 하는 것도 강력하게 추천 드려요.


 좀 더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은 졸업하고 나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 고민의 시간이 어느 정도 길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많이 모으는 게 중요하다는 거예요. 고민하는 것은 좋지만 방향성 없이 고민해서는 안 돼요. 고민은 길게 하되 결단은 단호하게 하고, 한 번 결단을 내리면 2년에서 3년 정도는 그 결단을 내린 자신을 생각하면서 경험해 보았으면 해요. 그리고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결정해 그 길을 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때 선택하지 않았던 다른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찾아오기도 하니 지금 결정하는 게 평생을 결정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셔도 돼요.

  

  

 정치외교 분야의 매력에 빠져 정치심리와 미국정치를 연구해 온 하상응 교수. 정치에는 정답이 없다며 모든 현상을 열린 마인드로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것을 강조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단순히 연구와 수업에만 그치지 않고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더욱 쉽게 정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다방면으로 고민하는 하상응 교수의 행보를 서강가젯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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