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공인회계사에서 천만 영화 <서울의 봄> 각본가로 거듭난, 홍인표 (경제 96) 동문을 만나다
작성자 서강가젯(Sogang gazette)
작성일 2024.02.02 11:27:02
조회 2,398



  

 영화 <서울의 봄>은 개봉 직후부터 관객과 평론가에게 많은 호평을 얻으며 개봉 33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였다. 기사 작성 시점 기준, 1300만 돌파를 목전에 둔 <서울의 봄>에 각본가로 참여하여 영화의 흥행을 이끈 일등공신 중 한 명이 바로 홍인표(경제 96) 동문이다. 2004년 공인회계사 자격 취득 이후, 회계사로 근무하던 중 영화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시나리오 작가이자 연출가로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한 홍 동문을 서강 가젯이 만나보았다.

  

  

  

 ▲ 인터뷰 중인 홍인표(경제 96) 동문, 現 스튜디오하이 대표


  

  

안녕하세요 동문님, 서강가젯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96학번 졸업생 홍인표입니다. 현재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영화 제작사 ‘스튜디오 하이’의 공동 대표직을 맡고 있습니다.

  

  

  

인터뷰 시점을 기준으로 동문님께서 각본가로 참여하신 영화 <서울의 봄>이 13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습니다. 흥행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이에 대한 소감을 여쭙고 싶습니다.


 사실 영화를 보았을 때 너무 재밌어서 잘 될 거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웃음) 농담이고요. 매우 감개무량합니다. 2016년 추석에 초고를 쓰기 시작해서 2020년 1월 초에 마지막 각색을 해서 보냈거든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다른 작가님들과 여러 번 피드백 과정을 거친 대본을 김성수 감독님과 제작사인 <하이브미디어코프>에서 멋지게 마무리하고, 제작해 주셔서 최고의 영화가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시기라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었는데도 현재 개봉 두 달 이후까지 상영을 하고 있고 흥행에 성공해서 매우 고맙고, 관객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2004년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하신 후 회계법인에서 근무를 하시다가 영화 관련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셨다고 들었습니다. 퇴사 후 유학이라는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공인회계사로서 수습기간을 거친 후 3년차쯤 되면,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오는데요. 저에게도 그런 시기가 오게 된 것이죠. 군대 전역 이후에는, 다들 달리고 있는 트랙에 맞춰 함께 열심히 달리며 회계사라는 목표를 이루게 된 것이었는데, 해당 시기에 저는 그 트랙에서 한 발 물러나 ‘진짜 내 꿈은 뭐였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마침 그 해 여름에 영화 <괴물>이 개봉했었는데요. 영화를 보고 나서 씨네21에 실린 정성일 평론가님의 글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영화 관련 글을 A4로 20페이지 넘게 작성하신 것을 보고 한 번 놀라고, 주인공이 죽은 원인을 사회역사적으로 분석한 점에 또 놀랐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영화로 표현해서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고 싶다’라는 생각을 그 이후로 하게 된 것 같아요.

  

  

  

현재 운영하고 계신 회사인 ‘스튜디오 하이’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스튜디오 하이’는<서울의 봄> VFX를 제작한 회사이며, 저는 현재 정재훈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로서 애니메이션 제작과 공인회계사로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회사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노량>과 <고려거란전쟁> 등의 VFX에 참여했으며,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여러 중요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VFX, 애니메이션 및 다른 VR, AR 등의 특별한 기술을 사회에 소개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


  

  

  

영화 <서울의 봄>은 모두가 결말을 알고 있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역사적 소재를 다루는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전개와 박진감으로 많은 호평을 얻고 있는데, 해당 각본을 작성하실 때 가장 중점에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9시간 동안 일어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촘촘한 사건들이 많았기 때문에,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어떠한 내용을 부각시킬지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어떤 순간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의미와 재미가 상당히 달라지거든요. 예를 들면, 전두광이 대통령실에서 재가를 못 받고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요. ‘만약 전두광이 정문에서 잡혔으면 어땠을까?’와 같이 관객이 해당 장면을 보며 느낄 만한 감정과 영화의 장면 전개를 연관시키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영화 속 결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가 바뀌는 순간들이었으니까요. 8공수가 회군하는 순간도 같은 맥락에서 강조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더 나아가, 관객들에게 극 중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 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도록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 <서울의 봄> 이외에도 <덕혜옹주>, 등 대한민국의 역사나 사회 문제와 관련된 소재를 다룬 작품에 참여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품을 선택하시는 동문님만의 특별한 기준이 있으실까요?


 특정 스타일의 작품을 고른다기 보다는, 제가 느끼는 어떤 답답함 같은 게 작품 선택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특히 한국에서 지내다 보니, 아무래도 한국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더욱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세대, 좌우, 지역 간의 갈등과 같은 상황을 보면 답답한 감정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여기에서 출발한 ‘저렇게까지 싸우는 이유가 있을까’, ‘싸우지 않는 게 더 효율적이고 발전 가능한 상태이지 않을까’와 같은 생각이 저에게는 스토리 구상의 시작이 되는 것 같습니다.

  

  

  

 ▲ (왼쪽부터) 영화 < DMZ 동물 특공대 > 의 포스터, 메인 예고편 캡처 화면


  

  

  

이번에 개봉하는 < DMZ 동물 특공대 > 가 동문님의 첫 번째 연출 작품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첫 연출작으로 정하신 이유와, 연출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히 애니메이션으로 정한 것은 아니었고요. 여러 작품을 쓰고 있던 와중에, 제가 워낙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 작품도 쓰고 있었고 그쪽으로도 기회가 찾아온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닥터 슬럼프>, <란마 ½>, <시티헌터> 등 모든 종류의 만화책이 집 안에 가득했어요. (웃음) 만화를 읽으면 너무 재밌었고, 단순한 선과 면으로 세상을 표현하는 게 너무 특이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어려움의 경우에는 연출도 힘들었지만 우리나라에서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힘들었다고 말씀드리는 게 맞을 것 같아요. 한국에는 성공 사례가 거의 없고 사람들의 기대가 높지 않다 보니 거절을 많이 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을 받는 등 제작사인 <자루 스튜디오>와 함께 여러 방식으로 제작비를 해결해가며 결국 이렇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 DMZ 동물 특공대 > 는 어떤 작품인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DMZ에 사는 멸종위기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동물들의 유토피아인 DMZ를 지키기 위해서는 폭탄을 터뜨려 통일을 막을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죠. 귀여운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평화의 가치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앞으로 회사 운영과 영화 제작에 있어 어떤 점을 발전시켜 나가고 싶으신지, 그리고 영화인으로서 가지신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게 굉장히 힘든 상황인데요. 그 과정을 이겨내고 의미 있는 작품을 계속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습니다. 또 영화 제작사의 대표로서 누군가가 이 일을 함께 하고 싶다고 할 때, 흔쾌히 이 회사로 와서 함께할 수 있게끔 하고 싶네요. 앞으로도 힘들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할 예정입니다.

  

  

  

동문님께 서강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그대 서강의 자랑이듯, 서강 그대의 자랑이어라’ 라는 말을 항상 생각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겉으로 매번 표현하지는 않지만, 마음 속에 서강인으로서의 자부심을 항상 가지고 있고 이 말이 어떤 행동을 하고 움직이는 데 있어서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서강대학교 후배들에게 전하는 응원의 말씀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사회인이 되고 보니, 모교가 정말 좋은 학교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곳곳에 서강대 졸업생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어요. 대학 생활을 하며 직접 부딪히고 공부했던 경험들이 나중에 사회 생활 할 때 큰 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놀고, 또 열심히 공부하세요. 모든 후배님들의 앞길을 응원하겠습니다.

  

  

 인터뷰 내내, 자신이 진정 원하는 바를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온 홍인표 동문의 용기와 결단력이 감명 깊었다. 영화 <서울의 봄>의 흥행에 이어, 2월 14일 개봉될 첫 연출작 를 통해 국내에서는 여전히 생소한 장르인 애니메이션 분야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동문님의 당찬 포부가 실현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 <서울의 봄> 각본가 홍인표(경제96) 동문 인터뷰 영상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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