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소설가 최윤 동문 (국문 72)
작성자 서강가젯(Sogang gazette)
작성일 2020.10.21 17:24:27
조회 1,298



  

 지난 9월에 강원도 평창에서, '제21회 이효석 문학상' 시상식이 개최되었다. 해당 시상식에서는 최윤 동문 (국문 72)이 단편소설 '소유의 문법'으로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문학상 수상 소식이 오랜만에 듣는 친구의 소식만큼이나 기쁘다는 소감을 남긴 최윤 동문. 그와 작품에 대해, 그리고 서강에 대해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서강가젯이 최 동문을 만나보았다.

  

  


▲ 최윤 동문 (사진: 서은영)

  

  

  

안녕하세요 동문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네 반갑습니다. 소설가이자 서강대학교 유럽문화전공 명예교수 최윤(본명:최현무)입니다. 우리 학교 국어국문학과 72학번으로 입학했었고, 교수로서는 1984년부터 서강에 머물렀습니다.

  

  

'제21회 이호석 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수상작 '소유의 문법'을 저도 읽어보았는데요, 제목에 담긴 의미가 궁금해졌습니다. '소유'와 '문법'을 결합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시대에 소유가 무엇일까, 소유의 욕망으로 많은 문제들이 끊이지 않는 우리네 삶에서, 잠깐 멈추어, 잘 소유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를 생각해 보자고 제안하다 보니 붙여진 제목입니다. 인간의 제2의 본성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는 모두 더 많은 더 양질의 소유에 목마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욕망은 자주 소유본능으로 귀결되기에 많은 문제를 일으킵니다. 옆길로 가기 쉬운 한 개인의 삶에서 소유는 분명 강한 유혹자로 삶을 그릇되게 만들 수 있는 주제이기에 작품을 통해서 한번 우리 삶의 주변을 돌아보자고 제안해 본 것이지요.

  

  

사실적인 인물 표현과 섬세한 내면 묘사가 굉장히 인상 깊었는데요, 마치 동문님의 경험담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평소 작품의 영감은 어디에서 받으시나요?


 소설쓰기에서 좋은 것은 삶의 어떤 것도 버릴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직접적이며 또한 간접적인 경험이 작품 쓰는 데 도움을 주지요. 영감이라기 보다는 한 풍경이나 한 만남, 혹은 현실에 대한 어떤 관찰. 때로는 한 문장으로부터, 작품이 나와 무관한 듯 상상력을 동원하며 탄생하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많은 부분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 보니 나를 포함해, 어그러지고 흠 많은 현실에 대한 연민이 글을 쓰게 하는군요.

  


▲ 최윤 동문이 수상한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사진: 교보문고)

  

  

처음 작가의 꿈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처음에 문학은 차선이었지요. 중학교 3학년 때 첫 소설을 당시 다니던 학교 교지에 발표했지요. 화가가 되고 싶어 방학 내내 그림을 그려 미술 선생님에게 평을 받으러 갔는데 그 선생님 책상에 교지가 펼쳐져 있었어요. 망했구나 싶었는데, 역시나 준비해 간 스케치북을 건성건성 넘기시더니, "그래 너는 소설을 써라"라고 결론조로 말씀하시고는 덮으시더군요. 화가의 꿈을 접고 문학으로 방향을 바꾼 순간이지요.

  

  

1988년 소설가로 활동을 시작한 이후, 많은 작품을 써오셨는데, 그중 유독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다른 예술 장르도 그렇겠지만 소설은 유독 한번 쓰고 나면 그 소설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는 장르예요. 일단 인쇄되어 출간된 다음에는 더 이상 쓴 사람의 것이 아니지요. 흔히 말하듯 작품은 독자의 것이 되어요. 쓰는 사람은 늘 현재 쓰고 있는 작품에 집중되어 있고, 어떤 때는 주인공 이름을 잊는 경우도 종종 있지요. 뜬금없이 수년 후 독자가 질문을 해올 때나 책이 새로운 판본으로 출간될 때 교정을 위해 지난 작품을 다시 읽지만, 그때는 이미 남이 쓴 작품처럼 생소해져 있습니다. 애착보다는, 시간을 뛰어넘어 읽히는 작품에게 '수고했다'고 말하는 그런 정도의 우호적 관계입니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시고, 프랑스로 가셔서 박사과정을 수료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학을 하게 된 이유, 특히 프랑스를 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부족하고 한계적인 피조된 인간이 엮어나가는 역사는 어느 시대에나 명, 암이 있지만 제가 서강에 학생으로 있을 때는 정치적으로 아주 어두운 때였어요. 그래서 유배 가는 심정으로 프랑스 유학을 택했지요. 프랑스 문학이 가지고 있는 현실을 문학에 담아내는 다양한 방법이나 언어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점도 있었지만, 프랑스를 통해 오래된 유럽이라는 문명의 패러다임의 요철을 유학지에서 직접 경험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습니다.

  

  

서강대학교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시고, 1984년부터 2018년까지는 유럽문화전공 교수로 재직하셨어요.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인 만큼 동문님께 '서강'은 조금 더 특별할 것 같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그렇죠, 반생 이상을 서강 언덕을 열심히 오르내렸네요. 글쎄요, 저같은 사람이 다른 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면 고사하지 않았을까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자유로운 학풍과 이상적 교육을 향해 같은 꿈을 꾸던 분들, 부어주는 이상으로 훌쩍 자라는 뛰어난 제자들을 만난 곳이 이곳 서강이었습니다. 같이 울고 같이 웃는 순간이 쌓이며 서강에서의 시간이 하루같이 흘러갔네요.

  

동문님은 소설가이자 대학교수, 번역가, 문학평론가이기도 하신데요, 이렇게 여러 방면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인류가 좀 더 선해지고 지혜로운 진리의 길을 발견할 것에 대한 기대를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을 저는 다양한 문학적 활동으로 표현하는 것이겠지요.

  

  

앞으로의 목표를 말씀해 주세요.


 더 많이, 더 깊이 사랑하는 것, 그것을 배우고 글로 쓰는 것이겠지요.

  

  

 최윤 동문은 희망을 양분 삼아 글을 쓰고, 공부 하고,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서강의 교정에서 긴 세월을 걸었던 최 동문. 2018년 유럽문화전공 교수에서 은퇴하며 서강은 추억으로 남게 되었지만, 그것이 영원히 빛을 바래지 않는 기억이 되길 바라며, 그의 내일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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