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롭되 섞이지 않는 프리즘처럼, 자유롭고 찬란한 사유의 색깔 기획전시PRISGM 취재
작성자 서강가젯(Sogang gazette)
작성일 2020.07.20 16:39:57
조회 1,059



      

  5월 29일부터 6월 19일까지 서강대 앞에서 흥미로운 전시가 열렸다. 남문의 ‘핫 플레이스’ 가시광선에 서강 작가들의 작품이 걸렸다. “당신의 사유의 색은 무엇입니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던진 전시 ‘PRISGM’이다. PRISGM은 서강대 학생들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든 행사다. 경영전략학회 C-ESI가 기획하고, 카페 가시광선이 협업했으며, 서강의 다섯 학생작가들이 참여했다. 마케팅과 자영업, 그리고 예술이라는 서로 다른 키워드들이 어떻게 어우러졌을까. 서강가젯이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가시광선에 놓인 PRISGM 팜플렛



 Scene 1. 경영과 예술의 콜라보레이션       


 

 조혜빈(중문 17), 정영훈(경영 16), 박소민(커뮤 17), 육혜지(유문 19), 박세진(경영 19). C-ESI의 다섯 학생이 ‘소상공인 팀’으로 뭉쳤다. 소상공인 팀이란 이랜드 산하 경영전략학회 C-ESI의 활동 중 하나로, 지역의 소상공인을 컨설팅하는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구상, 계획, 발표뿐만 아니라 실제 현장 실무로까지 옮긴다는 점이 이들 활동의 특색이다. 특히 소상공인 팀의 경우 활동을 자체적으로 기획, 진행하기 때문에 더욱 자유롭고 이색적인 프로젝트를 시도할 수 있다. 지역사회와의 상생이라는 가치를 전시라는 낯선 형태로 실현하고자 했던 PRISGM 전시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떻게 이런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셨나요?


정영훈 부팀장 (이하 영훈)   실제 마케팅 현장을 체험하고, 배운 것들을 적용해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조혜빈 팀장님과 소상공인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인 소상공인 프로젝트는 가게 경영 방식에 대한 컨설팅으로 이루어지는데, 저희는 조금 다른 방향을 생각해 봤어요. 컨텐츠로서 영업 공간이 가진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하는 관점에서부터 출발했습니다.


▲ 학생작가들의 작품과 어우러진 내부



전시 주제를 설명해 주세요.


영훈  저희 전시명인 ‘PRISGM’은 광학 기구인 ‘프리즘’과 ‘서강’의 합성어예요. “당신의 사유의 색은 무엇입니까?”라는 슬로건으로 서강 작가들의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고자 했죠, 프리즘은 백색광이 들어와서 무지갯빛으로 나가는 광학 기구잖아요. 그게 가시광선과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가시광선은 서강대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에요. 학교 앞 카페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PRISGM을 통해 낯설고 신선한 경험으로 여겨지길 바랐습니다. 익숙한 백색광에서 찬란한 무지개를 보여주는 프리즘처럼요. 일상적인 공간에서 만나는 비일상적인 경험, 그게 저희 전시 주제예요.


경영 전략으로 ‘전시’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영훈  가시광선의 장점을 돋보이게 하고 싶었어요. 가시광선이 가진 독특한 색깔은 예술이나 전시 가능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사장님께서 추구하시던 방향처럼, 저희도 서강대 학우분들이 이 공간에서 자기 색깔을 펼치고 함께 즐기기를 바랐거든요. 서강대에는 학업 외에도 다양한 끼를 가진 학생들이 많잖아요. 그분들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학교 근처에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주변 상권에서 기획하지 않는 영업 형태기 때문에 새롭고 예술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고객들의 요구에도 부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요.


조혜빈 팀장 (이하 혜빈)  전시를 삶과 동떨어진, 순전히 미적이기만 한 경험이 아니라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활용하고 싶었어요. 저희는 기본적으로 경영전략에 대해 고민하는 학회기 때문에, 가시광선의 정체성을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홍보하는 게 주된 목표였죠. 가시광선의 영업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신규 고객 유입률을 높여야 했고, 그러려면 가시광선이 어떤 공간인지 알릴 필요가 있었죠. 지역과 함께하는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성격을 살리면서도 가게 운영에 보탬이 될 방법이 미술 작품 전시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떠오르는 마케팅 전략 중 전시 마케팅이라는 분야도 있고요. 마케팅의 일환으로 전시를 활용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Scene 2. 가시광선을 만나다.       


 


 가시광선은 서강대 남문에 위치한 카페 겸 펍이다. 무지갯빛 인테리어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길을 끈다. 일상을 아름다움으로 물들이는 공간, 가시광선의 정체성이 궁금했다.



▲ 가시광선의 독특한 인테리어 감성



가시광선은 어떤 공간인가요?


가시광선 운영진  문화와 예술, 그리고 좋은 음식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입니다.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예술인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싶었어요. 코로나 19가 발생하기 전까지 배급사와 협업해 매달 영화 상영회를 진행하고, 전시 등 대관을 진행했어요. 자기를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들, 자기의 방향과 색깔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거든요.
 가시광선의 모토는 ‘세상의 모든 빛과 색이 있는 공간’입니다. 인테리어가 화려해서 일견 낯설어 보일 수도 있지만, 꿈을 펼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든지 열려 있지요. 저희는 그렇게 꿈꾸는 이들과 상생하고자 하는 가게입니다.



 이는 C-ESI 소상공인 팀이 추구하는 프로젝트의 방향성과도 맞아떨어졌다. PRISGM 팀에게 가시광선과의 협업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가시광선과의 협업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혜빈  마케팅에서는 예상 고객을 설정하고, 그 요구를 파악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저희는 서강대 학생들을 마케팅 대상으로 보고, 그들의 시각에서 끌리는 가게, 매력적인 아이템을 고민했어요. 남문 근처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독특한 감성을 가진 가시광선은 서강대 학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봤어요. 저희 팀의 주된 관심사였던 ‘공간의 활용’과도 부합하는 면이 있었고요.



 Scene 3. 오색 영롱 프리즘       



 C-ESI 팀은 SNS를 통해 5명의 학생작가를 섭외했다. 김유진, 유홍현, 조승희, 최윤호, 그리고 O:NN:E Clique까지. 다양한 작가의 작품들은 뚜렷한 개성을 가지면서도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서로 다른 작품들 사이에서도 연결되는 코드를 읽어낼 수 있었다. 전시의 메시지가 뚜렷한 덕분이었다.


 

▲ 김미진, O:NN:E Clique 작품



전시의 큰 주제가 있을까요?


영훈  시선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다섯 작가님의 작품으로부터 크게 세 가지 시선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작가 자신이 외부를 관찰하는 작품들, 세계의 관점에서 바라본 자신에 대한 작품들. 그리고 자기가 생각하는 세계에 대한 작품들. 이렇게 세 개의 콘셉트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 주제로는 최윤호 작가님과 유용현 작가님이 작품을 주셨는데, 자기가 가진 시각의 프레임을 통해 세계를 바라본 작품들이었어요. 조승희 작가님, 김미진 작가님은 세계의 시각으로 그린 자화상을 보내주셨고요. O:NN:E Clique 같은 경우에는 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인 내면세계를 보여 주셨습니다. 다양한 시선들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세계와 나, 나만의 색깔을 이야기하는 전시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 (좌)최윤호 (우)유홍현 작품



 고유의 시각을 표현한 학생작가들의 작품은 훌륭했다. 개별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조승희 작가와 아트워크 크루 O:NN:E Clique에게 작품 설명을 부탁했다.


 

▲ 조승희 작품



이번 전시 작품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나요?


조승희 작가(유문 16)  제가 가진 생각, 그림이 갖는 의미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올해 들어 ‘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나의 감정을 나만의 방법으로 정리할, 재미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찾은 수단이 그림이었어요.
 전체적인 주제는 ‘감춰진 우울’이었습니다. 일상에서 감춘 슬픔을 꿈속에서 표출하는 모습이 담긴 <아웃>,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외면 속 두려움을 그린 <반전>, 그리고 자화상 <인사이드>, 세 점을 전시했어요. 화려한 색감과 따뜻해 보이는 그림에서 사람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습니다. 감춰진 얼굴에 어떠한 표정이 담겼는지 제각기 상상하겠죠. 그러면서 관람객이 자기의 표정, 자기 마음을 되돌아보기를 바랐습니다.


O:NN:E Clique 작가  저희는 아트워크 크루로 활동하며 꾸준히 작업물을 만들었습니다. 기존 활동작 중 가시광선의 분위기와 어울리고 저희의 시각을 잘 드러내는 작품을 선별했어요. 저희가 어떤 시선을 가지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보여주고 싶었죠.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사람이 저희의 시각과 공명했으면 합니다.



 Scene 4. 빛의 수렴과 발산       



 전시를 기획하고 운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학생작가, 지역 소상공인, 그리고 학회라는 서로 다른 조직이 협업하는 과정에서 고민하고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았다. PRISGM 팀은 그 낯섦을 조율하고 멋진 화음을 만들어냈다. 팀원들에게 이번 활동은 어떤 의미였을까.


 

▲ 가시광선의 슬로건



PRISGM을 마친 소감이 어떠신가요?


조혜빈 팀장  조장으로 활동하면서 리더십이란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경영 실무를 책임지고 운영 논리를 조직하는 게 굉장히 의미 있었어요. 경영 수업에서 배웠던 것들을 실제로 적용하할 수도 있었고요.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현실의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경험이 많은 것을 가르쳐 줬다고 생각해요. 함께해 준 부원들에게도 정말 고마웠습니다.


정영훈 부팀장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작업이 재미있었습니다. 한 프로젝트를 시작부터 끝까지 완전히 책임지는 과정이 보람찼어요. 또 경영의 성격에 대해서도 좀 더 이해하게 됐습니다. 경영은 끝없는 설득의 과정이에요. 현장에서 주치는 변수들을 지혜롭게 풀어나가야 아이디어를 프로젝트로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소민 팀원  기획서를 써 본 적은 많아도 실제로 실행에 옮긴 경험은 별로 없었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실제로 시현해 보면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 진로 방향을 고민하는 데도 중요한 경험이었고요. 앞으로 학회 활동을 할 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육혜지 팀원  캠퍼스에서도 조별 활동을 할 기회가 많지는 않았는데, 이번 활동을 통해 좋은 분들과 협업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또 사람들에게 제 의견을 어떻게 제시할지, 어떤 논리를 갖춰야 상대를 설득할 있는지 많이 배웠습니다. 프로젝트에 대한 좋은 피드백도 많이 들어서 뿌듯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세진 팀원  저는 학회에서 크게 두 가지를 얻어가고 싶었어요. 경영 컨설팅에 대한 이해와 실무 경험이었죠. 소상공인 팀을 통해 그 두 가지 목표를 정말 많이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두루뭉술하게만 생각했던 것들을 실행에 옮기고, 전 과정을 직접 계획하면서 현장이 돌아가는 과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 다섯 명의 관점이 어우러지는 팀 활동이니까. 다양한 시각에서 생각하고 협업하며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PRISGM 전시는 코로나 19로 지친 가시광선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여러 예술인과 협업을 진행해 온 사장님께도 서강대 학생들과의 협업은 선명한 색깔로 남았다.


서강대 학생들과 협업하신 인상은 어떠셨나요?


가시광선 운영진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었어요. 서강대 학생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요. 기획 과정에서도 성실하게 참여하고, 명확한 목소리로 기획을 이끌어서 믿음직했어요. 의논할 때도 뚜렷한 주관이 있으면서도 서로의 의견을 존중할 줄 알아서 조율이 잘 됐고요. 성실하고 능력 있는 모습들을 공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발휘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서강대 학생들의 다양한 모습, 발랄한 정신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함께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전시를 기획할 땐 장소, 환경, 색깔, 흐름 등 많은 걸 고려해야 해요. 기획하고 조율해 나가는 과정은 힘들지만 정말 재미있어요. 좋은 에너지를 가진 분들과 함께하면 시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죠. 이번 활동에서도 공동의 전시를 만들어가며 많은 영감을 나눌 수 있었고요. 먼 훗날 되돌아봤을 때도 또렷이 남을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찬란한 사유의 색깔들


  작가 고유의 색깔을 지닌 작품들은 가시광선의 독특한 감성과 조화를 이룬다. 공간의 요소들은 서로 어울리면서도 자기 색깔을 잃지 않고, 그 다채로운 공간에서 관람객들은 커피와 칵테일을 즐긴다. 답답한 일상을 떠나 빛과 색, 예술과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자기만의 사유의 색을 발견하게 된다. PRISGM은 세상에 섞여 색깔을 잃어 가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당신의 사유의 색은 무엇입니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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