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미디어 퍼포먼스로 표현하다, 아트&테크놀로지 윤정원 학생
작성자 서강뉴스Weekly
작성일 2018.10.30 09:40:51
조회 2,035

삶을 미디어 퍼포먼스로 표현하다,

아트&테크놀로지 윤정원 학생



▲ 윤정원 학생(왼쪽)과 안무가 신소연 氏(오른쪽)


윤정원 아트&테크놀로지학과 학생이 제작한 미디어 퍼포먼스 ‘생의 성질(The Box of Family History)’이 2018 SCF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Seoul International Choreography Festival) 본선 무대에 선정되었다. ‘생의 성질(The Box of Family History)’은 윤정원 학생이 쓴 30편의 시 중에서 4편을 선정해 미디어 퍼포먼스로 제작한 작품이다. 윤정원 학생은 4년 간 무용과 미디어 아트를 연구했고, '생의 성질'은 이의 결과로 제작한 3번째 작품이다. SFC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은 전 세계의 유명 안무가들의 현대 무용 작품을 활발히 교류하는 대규모 국제행사이고, 많은 무용 애호가들의 관심을 사는 행사이기도 하다. 윤정원 학생을 서강가젯이 직접 만나 SFC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에 출품하게 된 계기와 그 배경을 들어보았다.

 


 서강대학교 학생 중에서 무용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흔치 않을 것 같은데, SFC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에 출품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는지요?


 SFC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은 국내와 해외 안무가들이 작품을 대중과 전세계에서 온 연출가들에게 선보이는 행사입니다. 예전에는 해외에 있는 콩쿠르를 나가서 그 곳에서 심사를 받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스카우트 하는 형식이었다면 SFC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페스티벌로서 해외에서 초청된 디렉터들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안무가들을 발굴하는 해외 무대 진출의 장이 되는 곳입니다. 이번에 같이 작업한 신소연 안무가의 안무가 훌륭해서 공연실황을 잘 아카이빙 하여 신소연 안무가의 이름으로 작품을 출품하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작품을 선보이고, 무용계 인사들과 해외 디렉터들의 코멘트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번 ‘생의 성질’ 작품은 직접 전기, 조명, 음향, 소품과 영상을 모두 제작하고 연출한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그만큼 애착이 더 클 것 같은데, ‘생의 성질’ 작품이 탄생하게 된 과정과 작품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서강대학교에 입학 후 1학년 때부터 호기심과 결핍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창작하고, 미디어아트를 공부했습니다. 과학과 예술, 인문학을 모두 공부한 이력을 살려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 아트&테크놀로지학과에 입학한 것이고,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다 보니 무용과 미디어 아트가 합쳐진 퍼포먼스를 만들게 되어 계속 발전시키는 중입니다. 이번 작품 ‘생의 성질’은 군복무 시절부터 시작했습니다. 꽤나 열악한 강원도 고성의 부대에서 군 복무를 하며 창작 욕구를 풀 수 있는 수단이 연필과 종이 밖에 없어 시를 40편 정도 썼고, 나중에 다른 작품의 씨앗으로 사용하기 위해 모아 놓았어요. 그 시들을 이용해서 제대해서 만든 제 첫 작품입니다. 제가 쓴 시 중 4편을 스스로 선정하고 안무가와 안무로 풀어서 총 30분 길이의 미디어퍼포먼스로 만들었습니다.



 미디어 퍼포먼스는 아트&테크놀로지학과에서만 공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아트&테크놀로지학과만의 장점 혹은 기억에 남는 수업은 어떤 게 있을까요?


 아트&테크놀로지학과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요. 다양할 뿐만 아니라 각자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전문성도 가지고 있지요. 이렇게 전문성과 다양성을 가진 사람들과 예상하지 못한 방향과 조합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무용을 전공했던 동기를 만나 퍼포먼스를 만든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만약 그 친구를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 제가 만드는 것들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특히 아트&테크놀로지학과의 모든 수업은 팀으로 진행되는데, 한 학기 동안 프로젝트와 작품 위주로 수업을 듣고 프로젝트를 완성해야 합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동기들과 한 학기 동안 작품의 처음과 끝을 경험할 수 있어요. 함께 작업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언젠가 해내야 할 협업을 위해 반드시 배워야 하는 것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또 각자의 프로젝트를 수업 내에서 지속적인 멘토링을 받으며 발전시켜 나갈 수 있어요. 저도 이번에 김상용 교수님의 ‘스토리텔링 워크샵’ 수업에서 멘토링을 받았고 교수님의 지도 하에 검토를 받으며 작품의 모든 과정을 더 꼼꼼히 준비할 수 있었는데, 이런 경험이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혹은 원리는 무엇인가요?


  우선 이번 작품뿐만 아니라 제가 평소에 작품을 대하는 태도의 핵심은 ‘진심’과 ‘완성도를 향한 집착’입니다. 저는 온전히 세상을 느끼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 세상과 자신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일에 모든 시간, 노력과 돈을 투자하고 푹 빠져서 살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저의 작품을 창작할 때 항상 진심임을 자부할 수 있습니다.


  저는 누군가가 나에게 던져주는 문제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세상에 던지는 질문에 답하려 노력해요. 진심이 쌓이고 쌓여야 다른 사람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좋은 작품이 만들어 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무엇을 만들어도 내 작품은 내가 완전히 만족할 수 있는 완성도까지 끌어올립니다. 다른 사람들이 던져주는 문제에, 학교 과제 제출용 정도로만 자신을 끼워 맞추는 것이 습관이 되면 나중에는 그 너머의 것을 만들려 해도 잘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작은 과제를 받더라도 스스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인지, 평소에 내가 스스로 던졌던 질문 중에 비슷한 것이 있었는지 충분히 성찰한 뒤에 내가 가장 큰 무대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만한 것을 만들려고 합니다.


 만약 그러지 못할 것 같으면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않아요. 그래서 과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학교 성적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제가 만든 작업물에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합니다만 여전히 부족함이 많지요. 더 공부하고 경험을 쌓아서 제가 힘들었던 어린 시절에 어느 전시에 가서 다시 인생을 살아갈 희망을 얻었던 것처럼 그런 위로를 주는 아름다움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끝으로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저 개인에게는 어마어마한 성취이지만, 어쩌면 서강대학교 전체로는 그렇게 큰 성취가 아닐 수도 있는 일이 많은 분들에게 주목되고 이렇게 인터뷰까지 받게 되는 것은 예술대학이 없는 서강대학교 학생이 무용페스티벌의 본선 진출작을 만들었다는 사실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트&테크놀로지학과에는 다른 사람들이 응원해주지 않아도 주목받지 않아도, 당장은 가난하고 힘들더라도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고 가꾸어 나가는 학생들이 정말 많습니다. 같은 학교에 있으면서도 잘 볼 수는 없겠지만 이 학생들이 만드는 작품들을 보면 다들 놀랄 것입니다. 학교의 구성원들 중에 이런 탐구와 창작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이 더욱 널리 알려지고 그들의 꿈을 펼쳐갈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이 있기를 소원합니다.




▲ ‘생의 성질’ 미디어 퍼포먼스의 한 장면




윤정원 학생의 시, <생의 성질>



 

 글      | 권민성 (학생기자, 유럽문화 16) dduny0410@sogang.ac.kr

 사진   | 윤정원 학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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