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경영의 융화, 예술전문경영인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경영 82)
작성자 서강뉴스Weekly
작성일 2018.12.10 16:54:14
조회 1,752


예술과 경영의 융화,

예술전문경영인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 (경영 82)




▲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 재직 중인 김성규 동문


회계, 재무적 관점에서 쉽사리 평가할 수 없는 문화예술과, 예술과는 무관할 것 같은 회계.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분야를 통섭하여 예술계를 지원해 온 동문이 있다. 국내 최대의 국공립 복합문화예술공간인 세종문화회관의 사장인 김성규 동문을 서강가젯이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먼저 세종문화회관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성규 동문 : 세종문화회관은 총 3,022개의 공연 좌석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으로서, 미술관과 아카데믹 공간 등을 운영하고 있는 복합 문화공간입니다. 예술의 전당보다도 10년 앞서 설립이 되어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한국 문화예술계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기관입니다. 또한 세종문화회관은 78년 설립된 이후, 1999년도에 다시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서울시 산하 출자 기관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타 국공립 극장과 저희는 기관 내 9개의 예술단체가 소속되어 있습니다. 이들이 주도적으로 예술작품을 직접 제작한다는 것이 세종문화회관의 강점이죠.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주로 어떤 문화 및 예술공연들이 이뤄지고 있나요? 또한,다른 장르로의 확장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을까요?


김성규 동문 : 대규모의 문화예술기관이기에, 장르가 복합적이라는 특징을 지닙니다. 오페라, 뮤지컬, 발레, 등을 아우르는 초장르적 기관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예컨대, 세종문화회관 내 ‘M theater’의 경우에는 연극이나 뮤지컬 즉, 무대 공연에 특화되어 있고 ‘Chamber hall’은 클래식 공연에 특화되어 있죠. 또한 다양한 장르의 실험적 예술을 장려하고 시행하기 위하여 올해 10월, ‘S-theater’를 완공하였습니다. 공연장의 구조가 다변형, 블랙박스형이라서 무대 활용성이 매우 높고 객석이동이 자유로운 것이 특징이죠. 이후 세종문화회관은 발레나, 밴드공연, 가수분들의 공연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에 대해 공연의 기회를 드릴 수 있도록 그 범위를 넓혀 나갈 예정입니다.



세종문화회관의 기관장으로 취임하시계 된 계기에 대해서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김성규 동문 : 문화예술 계열에서 약 20년간 활동을 했습니다. 회계사 자격을 취득한 이후, 근무 초기에는 회계 감사 등 실무에 비중을 두다가 점차 문화예술 관련 회계 업무를 해 왔죠. 세종문화회관은 40년 간 운영이 되어 왔는데, 개선과 혁신이 필요로 하는 경영의 부분이 다양하게 발생하였습니다. 그런데 세종문화회관은 그 특성상, 사기업과는 달라서 전문경영인이 운영을 할 경우 예술산업 전반의 이해도가 낮아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예술인이 경영을 할 경우에는 경영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가능성이 높죠. 그래서 두 영역 모두에서 일해 온 저를 추천하시는 주변 분들의 요구가 있었고, 저 또한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취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 광화문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 내 대극장의 모습(출처: 세종문화회관 제공)


공연예술문화기관은 근무하시던 회계법인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취임 이후 해당 기관에 대한 진단의 내용과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요?


김성규 동문 : 조직 외적으로는, 공공기관의 특성상 업무와 관련된 많은 부분에서 다소 비효율인 측면이 있습니다. 업무 처리 과정에 있어서,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매우 중요시하기 때문에, 검증하고 또 검증하는 단계에 매우 몰입하죠. 조직 내적으로는, 많은 공공기관이 그러하듯, 구성원들이 주로 자기 일들은 열심히 하지만 본인과 관계가 있는 업무 이외의 업무에는 주도적이지가 않는 경향이 있어요. 조직의 어떤 밸류체인을 고려하는 협업과, 주도적인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과업만을 해결하는 다소 정적인 업무처리 경향이 있다는 것이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핵심은 예술의 작품성이지만, 작품이 공연이 되고 유지되는 데에는 경영적 지식과 실무적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많이 필요합니다. 문화예술계에는 마케팅, 재무, 인사 등 예술에서는 경영실무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무래도 좀 부족합니다. 또한 예술 역시 경영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부문의 경영 실무진과 더불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예를 들어 심리학, 사회학 등 전문가 분들과 협업을 하고, 경영 실무를 잘 아는 분들이 문화예술계로 많이 진출해 주신다면 분명 한국 문화예술계가 그 전문성에 있어 더욱 공고해 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종문화회관은 대중에게 다소 무겁고 벽이 높은 문화예술기관이라고 생각되는 경향이 있는데, 동문님이 생각하시는 향후 세종문화회관의 방향, 이미지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려요.


김성규 동문 : 사실 세종문화회관은 다소 고딕하고, 올드하기도 하고 무거운 이미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죠. 대규모 공연장이 주는 위압감도 있구요. 사실 일부 측면에서 그런 이미지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특정 공연장르에 있어서는 더욱 필요할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무거운 이미지를 고집하거나 유지할 생각은 없습니다. 국공립 문화공간이기에 특정 주체나, 예술단체를 위해 존재해서는 안되겠죠. 좀 더 다양한 장르와 작품들을 유치함으로써, 그 벽을 낮춰 나가는 중입니다. 또 이 문화공간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공연 공간 외 기타공간에서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최소한 그 공간에 머무는 동안에는 심리적 안정감을 충분히 느끼고 돌아가실 수 있도록 ‘Emotional Safety’라는 일련의 캠페인을 통해 더욱 개선할 예정입니다.



동문님께서 지나오셨던 커리어들이 상당히 독특해 보입니다. 각각의 과정을 간단히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김성규 동문 : 저는 처음에 대형회계법인이 아니라, ‘합동회계 사무소’라는 개인 회계사무소들이 연합하여 있는 형태의 사무소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이후, 공군장교로 군복무를 하게 됐는데, 회계를 전산화하는 부서에서 근무를 하게 돼서 그 때 컴퓨터와 전산회계시스템 등을 배우게 됐죠. 제대하고 다시 합동회계사무소에 들어가게 됐는데 소프트웨어 개발하는 업무를 맡게 됐어요. 이걸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개발하는 회사 창업을 해서 망하기도 했죠. 94년에는 학교 선배가 하는 운동기구 판매하는 회사에서 관리부장으로 다시 입사를 했는데, IMF를 겪으면서 구조조정을 직접 실시하게 됐어요. 남들 자르고 어떻게 저만 회사를 다니겠어요. 사표를 냈죠.

그런데, 그 날 마침 동네 친구로부터 스카웃 제안을 받았어요. 아는 사람이 회계사무소 창업을 했는데 실무 경험이 없어 제 경험이 필요했던 것이죠. 마침 또 그 당시 벤처회사창업 붐이 일어나서 벤처 컨설팅을 하는 일들이 쏟아졌어요. 기존에 소프트웨어, it사업과 회사 관리부장 등을 했던 경험들이 벤처 컨설팅에 매우 도움이 돼서 사업이 순항했죠. 그러다가 컨설팅을 해줬던 기업들이 상장도 하면서 벤처창업투자사를 다른 회계사들과 함께 창업을 했어요. 그런데 저랑은 성향이 맞지 않아서, 6개월 정도 한 후에 아는 사람들과 모여서 회계법인을 세우게 됐는데, 실무경험이 10년 이상 된 사람이 제가 유일했기 때문에, 제가 대표를 맡으면서 지금의 한미회계법인을 설립하게 됐죠.

      



▲ 인터뷰 내내 유쾌하게 질문에 답변을 건네던 김성규 동문


그 중에서도 예술분야의 컨설팅, 재원 조성 등의 특화된 국내 유일의 인물로 평가 받고 계시는 것으로 압니다. 예술부문 경영인의 경력은 어떻게 시작하시게 됐나요?


김성규 동문 : 문화예술계에 처음 인연이 닿은 것은 IMF사태 이후 한 예술단체의 연봉제 전환 구조조정 자문을 맡았을 때 였어요. 저도 다양한 경험이 많았지만, 예술계 컨설팅은 처음이라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하고 여기저기 도움을 얻으러 다니다 보니, 예술계에 있던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친분이 쌓이게 됐고, 그 동안 공부한 걸 공유하고 싶어서 책을 몇 권 써서 냈더니, 많은 곳에서 강연과 컨설팅 자문 요청이 들어왔고, 2002년도부터는 추계예술대학교에서 겸임 교수로 ‘예술 경영’에 관련된 강의를 시작하게 됐죠. 또 컨설팅을 하는 예술의 분야도 점차 넓어졌어요. 그리고 자문 요청을 하는 법률적 문제, 노무 관련 문제 등 제가 처리하기 어려운 각종 이슈가 많다 보니 제가 아는 노무사나 변호사 등등 많은 분들과 함께 예술 계열의 일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됐죠.

또 예술계의 성장이나 재원조성의 어려움을 겪는 큰 이유는 기부가 너무 비활성화 되어 있다는 것 때문임을 알게 됐어요. 그런데 여러 자료를 분석하고 종합한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부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단체들이 기부를 못 받는 것이라고 결론을 냈죠. 몇 년간 그 이유를 분석하고, 공부한 걸 공유하고자 또 책을 냈더니 예술 부문의 재원조성에 대한 강연 요청이 많았고 투자 및 재원조성 관련 일하시는 분들과 네트워크가 생기면서 더욱 이 부문의 역량을 쌓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학부 시절의 김성규 동문에 대한 이야기 궁금합니다. 기억나시는 일들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김성규 동문 : 한 수업에서 만났던 한 친구에 의해서 공인회계사 시험공부를 준비하게 됐어요.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느라 과제를 못 했다며 제 걸 보여 달라고 했던 한 친구가 있었죠. 정말 오랫동안 준비했던 과제지만 친구 돕자고 보여줬는데, 그 친구가 학기 끝나고 커피 한 잔 하자며 만난 자리에서 같이 공인회계사 시험 준비를 하자고 제안을 했죠. 그게 뭔지도 모르고 처음에 무작정 시작을 했어요. 돌이켜 보면 그게 오늘 인터뷰를 하게 된 첫 커리어의 시작인 것 같아요. 그리고 4학년 때, 친구가 동아리를 만들자고 해서 같이 참여했던 적이 있어요. ‘CHANCE’라는 동아리가 아직도 있죠? 미 듀크대학교에 있던 동아리를 벤치마킹해서 만들자는 논의가 있어서, CHANCE라는 동아리를 만들게 됐죠. 가끔 동아리 회식 때 얼굴 비추고는 했는데, 요즘은 통 못 가봤습니다.

                 


향후 기관장으로서, 혹은 한 개인으로서 목표가 있다면?


김성규 동문 : 요즘은 온통 세종문화회관에 대한 것 뿐이에요. 요즘은 공연 장 내 모든 공간을 어떻게 개선할까 하는 부분이 최대 고민이자 목표입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 분들의 이용 시 불편함을 정확하게 개선하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전시장이나 모든 동선을 이동해 보는 등 각종 시설을 다양한 이용자들의 입장에서 실제로 이용하여 개선이 필요한 요소들을 모두 찾는 것이죠. 모든 이용자들이 머무는 동안 최고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또 다른 큰 고민은 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부분이에요. 조직문화라는 것이 굉장히 복합적이고, 인사평가, 급여평가, 연수 등 다양한 애로사항이 있어서, 우선 직원분들이 불편을 겪는 모든 사항을 직접 들으려고 해요. 일방적 지시만이 유효한 조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애로사항 말해봤자 개선이 되지 않는다는 관행을 완전히 없애 주고 싶어요. 정말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을 개선하려고 합니다. 또한 직원분들이 기존의 수동적인 업무형태에서 탈피하여 스스로 주도적인 업무와 각종 제언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임기 내에 만들고자 최선을 다해보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동문 및 후배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들이 있나요?


김성규 동문 : 대한민국 사회 내에서도 도전이 가능한 부분이 생각보다도 정말 많아요. 그런데 지금의 세대가 너무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들고는 합니다. 인생의 진로에 있어서는 이전 세대들 보다도 훨씬 폭이 넓은데, 무조건적으로, 우선 아무 대기업이나 입사하는 것이 성공의 방향이라는 식의 사고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생각보다 선택지가 정말 많으니 구체적 이유를 기준으로 선별해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또한 무조건 성공이 목표라면, 우선 자신이 생각하는 인생의 성공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를 하고, 그에 앞서 본인 왜 그 일을 좋아하는지, 왜 그 분야에 대해 성공하려 하는지 등, 본인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먼저 해보시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    | 김 건 (학생기자, 경영 15) geonkim@sogang.ac.kr

사진  | 김 건 (학생기자, 경영 15) geonkim@sogang.ac.kr / 세종문화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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