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제75회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 거장이 모교에 남긴 흔적을 따라가다
작성자 서강가젯(Sogang gazette)
작성일 2022.07.14 11:00:56
조회 2,331



  

 지난 5월 개최된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철학 82)은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하며 서강대 동문들에게 다시 한번 희소식을 전달했다. 지난 해 11월 발간된 서강가젯 60호에서 박찬욱 감독이 서강과 함께한 시간에 귀 기울였다면, 이번 호에서는 관점을 조금 바꿔 박찬욱 감독이 서강에 남긴 흔적을 따라가 보았다.

  

  


  

  

  #한국 영화계와 모교의 이름을 빛내다

  

  

 이번 감독상은 2004년 ‘올드 보이’로 수상한 심사위원대상과 2009년 ‘박쥐’로 수상한 심사위원상에 이은 박찬욱 감독의 세 번째 칸 트로피로, ‘깐느 박’의 존재감을 더욱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명실상부 한국 영화계 거장으로 손꼽히는 박찬욱 감독은 2000년 개봉한 ‘공동경비구역 JSA’가 상업적 성공과 비평적 성공을 동시에 거두며 주목받는 감독으로 떠올랐고 이후 ‘복수는 나의 것’, ‘올드 보이’, 그리고 ‘친절한 금자씨’로 이어지는 ‘복수’ 3부작을 통해 뚜렷한 개성을 가진 명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금기를 깨는 소재와 파격적인 전개, 그리고 압도적인 장센으로 관객에게 충격과 황홀감을 선사하는 것이 작품의 주요 특징이다. 또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최우수 비영어 영화상을 수상한 ‘아가씨’의 감독을 맡는 등 꾸준하게 확고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2013년에는 할리우드 영화 ‘스토커’를, 2018년에는 BBC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의 연출을 맡는 등 활동 영역을 해외로 넓혀 나가고 있다.


 때문에 서강대 대표 동문 리스트의 상단에는 언제나 그의 이름이 자리한다. 일례로 2004년 세계시장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인 점을 인정받아 서강대학교 총동문회의 ‘자랑스러운 서강인 상’ 9회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또한 2010년에는 모교의 문화, 예술적 가치를 높인 점을 인정받아, 개교 50주년을 기념해 모교를 빛내고 서강 50년 역사에 공헌한 동문에게 수여하는 특별상 Sogang Jubilee Award(서강 희년상) 문화/예술 분야를 수상한 바 있다.


  

  

  #서강 영화인 교류의 장을 탄생시키다

  

  

 박찬욱 감독이 서강대에 남긴 가장 뚜렷한 발자취인 동아리 서강영화공동체(이하 서영공) 설립은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강대 도서관에 유난히 영화 관련 원서가 많았어요. 그 당시에는 한국어로 읽을 수 있는 영화 도서가 거의 없었는데, 서강대는 커뮤니케이션 센터 덕분인지 영화 관련 좋은 책이 많은 학교였어요. 그런 책들을 읽으면서, 그리고 그 책들을 빌려 읽기 위해서 서강대로 모인 학생들이 많았거든요. 그렇게 영화를 학구적으로 공부하기 좋아하는 학생들과 어울리면서 차츰 이쪽으로 다가가게 되었죠. 그러다 그 당시 전국적으로 영화동아리가 창설되던 시기에 선배와 친구들과 함께 영화 동아리(서강영화공동체)를 만든 것이 시작입니다.” – 서강가젯 60호


 그렇게 역사가 시작된 서영공은 많은 영화인들을 배출했다. ‘미술관 옆 동물원’으로 데뷔하여 ‘집으로…’로 한국 영화계 황금기를 이끈 이정향(불문 83) 감독, ‘타짜’, ‘도둑들’, ‘암살’처럼 수식어가 필요 없는 흥행작들을 만든 오락영화의 대가 최동훈(국문 90) 감독을 비롯한 여러 서강대 출신 영화 감독들이 서영공을 거쳐갔다.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 혹은 ‘문화산업의 대표 변호사’로 불리는 법무법인 세종의 임상혁(영문 88) 변호사처럼, 직접적으로 영화계에 종사하지는 않지만 문화예술에 지닌 깊은 조예를 바탕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수많은 서영공 출신 서강인이 있다.


 서영공은 현재까지도 영화 비평이나 제작 등이 이루어지는 사회 교양 분과 영화 동아리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서강 후배들이 바라보는 선배 박찬욱

  

  

 그렇다면 과연 서강 후배들은 박찬욱 감독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덴마크에 거주할 시절, 한국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그와 관련된 여러 자료를 찾아보곤 했습니다. 한국의 여러 유수대학들 중에서 결국 서강대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미디어 분야의 저명 인사를 배출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공동경비구역 JSA’나 ‘올드 보이’를 비롯한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를 즐겨봤었고 아직까지도 그 영감은 마음 속 깊은 곳에 남아있는데, 그 분이 서강대학교 졸업생이라는 사실이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미래에는 감독님처럼 영화 감독이나 제작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 Jakob Dahl 재학생 (미엔 19)


 “막연히 미디어가 흥미로워 보여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학과에 입학했지만 막상 입학하고 나니 이게 과연 내가 공부하고 싶은 것이 맞는지 혼란스러웠어요. 재미있지만 전문적으로 공부해본 적 없는 사진을 앞으로 계속 하는 게 맞는지, 새로운 시도를 도전하기에 늦은 건 아닌지 등 진로에 대한 의문을 가지던 도중 박찬욱 감독님의 서강가젯 인터뷰를 보게 되었고, ‘요즘 같은 시대에 하고 싶은 일을 기회가 없다며 포기하는 것은 핑계’라는 문구가 강하게 뇌리에 박혔습니다. 감독님 말씀대로 영화 서적이나 작은 장비 하나 하나가 귀할 시절 자신의 창작 열정을 맘껏 발휘하신 분도 계신데, 풍부한 기회가 갖춰진 환경 속에 사는 제가 시도 못할 일은 뭔가 하고요. 아직 제 꿈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기는 하지만, 분명 감독님의 문장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이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감독님처럼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문준호 재학생 (미엔 21)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이냐 물으면 ‘박쥐’, 좋아하는 감독이 누구냐 물으면 ‘박찬욱’ 석 자를 자신 있게 말하던 제가 서강대학교에 입학해 감독님의 후배가 된 것이 아직도 꿈만 같습니다. 박찬욱 감독님의 신작 영화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표 연출의 총체입니다. 감독님이 떨어트리는 우아하고 농도 짙은 사랑 한 방울은 2시간 18분이라는 시간 동안 스크린 너머 관객들의 마음을 서서히 물들여 갑니다. 당장 극장으로 달려가 박찬욱의 언어로 꾸린 사랑을 느껴 보시길!” – 유가형 재학생 (신방 21)


  

  

 우리가 동문의 성취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학교의 이름을 높여 소속감을 북돋아준다는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선배의 성과는 후배들에게 있어 소속감과 자부심 차원을 넘어 더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자부심이라는 단어 이면에는, 후배들이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고, 학교와의 인연을 맺어 주기도 하며 창작에 대한 열정으로 그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선배의 모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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