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들의 정신적 풍경이 다큐멘터리가 되다, 영화감독 남승석 동문(철학 95)
작성자 서강가젯(Sogang gazette)
작성일 2021.05.25 15:50:55
조회 1,471



  

 “작품의 순수함을 지키려면 철저하게 세속적이어야 합니다.” 영화감독 남승석 동문은 다양한 세대들의 정신적풍경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어 세상에 맞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담담한 인사를 보낸다. 최근 20대 청년 권무순 씨의 삶을 담은 [무순, 세상을 가로질러] 영화가 개봉되었다. 20대를 맞이한 이들, 20대를 지나보낸 이들 모두에게 영감을 줄 영화를 제작한 남승석 동문을 서강가젯이 만나 보았다.

  

  


▲ 남승석 동문(철학95)

  

  

  

안녕하세요 감독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최근 [무순, 세상을 가로질러]라는 영화를 막 개봉한 영화감독 남승석입니다. 연세대학교 매체와 예술연구소 학술연구교수를 맡고 있기도 합니다. 서강대에서 학사로 철학을, 석사로 컴퓨터학을, 박사로 영상학을 공부했습니다.

  

  

  

대학시절 어떤 학생이셨는지 궁금합니다. 감독님께 서강대란 어떤 의미인가요?


 참 먹고 살기 힘든 전공을 한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다양한 추억들이 있습니다. 서강대라는 학교가 가진 이미지처럼 아웃풋을 내고자 하는 집요한 열정을 가지게 해준 좋은 환경의 학교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생이 카톨릭 사제여서 카톨릭 학교인 서강대에 입학하기도 했는데요, 길희성 교수님의 종교학문 강의가 많이 도움되었습니다. 재학생분들도 서강대가 가진 걸 활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철학 학사에 컴퓨터학 석사 학위를 갖고 계신데, 영화 감독이라는 언뜻 보면 관련이 없는 진로로 나아가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서강대 학부에 들어올 때 하고자 한 세 가지가 있었습니다. 인문학과 공학, 그리고 예술을 연결시키는 무언가를 하겠다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서강대에서 철학과 컴퓨터, 영상학까지 공부했습니다. 그 덕에 지금 연구를 하고 영화제작 소재를 선택할 때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교수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양한 학문을 거침없이 공부했는데 학부 때는 관련 없었던 학문들이 박사할 때쯤 되니 세상이 변해서 융복합이 중요한 시대가 왔어요. 영화, 문화, 공간, 인지과학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글을 쓰면서 극영화, 다큐멘터리 등 장르를 오가며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사실 영화감독은 서강대 입학 전부터 하고 싶었어요. 아무리 유명한 감독도 4~5년에 하나씩 영화를 만듭니다. 직업이라고 할 순 없고 지속적으로 영화를 만들 수 없어 투잡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감독은 제 직업들 중 하나이고 연구자이자 예술가이자 평론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감독님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면 이야기 나눠주실 수 있나요? 이러한 삶에 대한 통찰이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난 적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학을 다닐 때 호기심이 많았고 계속 청춘일 줄로만 알았어요. 나이를 먹어가며 결혼도 하고, 건강도 안 좋아지고 책임을 져야할 것들이 많아지면서 자유와 청춘을 포기하게 됐죠.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청춘, 인간, 생애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이를 채우기 위해 연출을 하고 있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헤밍웨이의 말이 있어요. “파멸할지 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신념에 차있고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는 주인공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저도 그런 사람인 것 같기도 해요. 제가 관심있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영화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기획, 제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점인가요?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다큐멘터리를 기획한다고 하면 대부분 소재를 먼저 생각하잖아요. 저는 제작방식을 먼저 염두에 두고 기획합니다. 다큐멘터리는 인물 중심이기 때문에 그의 진솔함을 담아야하고 잘 완성하기까지도 노력이 많이 필요해요. 주인공으로 설정한 사람이 부담을 느껴 작업 도중에 그만둔다고 얘기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대화도 많이 나누며 조절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대까지는 국제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는데 낭만적이었지만 힘들었죠.(웃음) 이후 국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세대별 정신적 풍경을 담아내는 세 편의 초상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습니다.

  

  

  

영화감독으로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영화는 올드미디어죠. 냉정하게 얘기해서 드라마도 있고, 광고, 유튜브, 게임도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영화시장이 굉장히 작지만 문화적으로는 아직 영향력이 있어요. 영화로 경제적인 무언가를 얻으려고 해본 적은 없고, 대신 영화감독으로 계속 일하기 위해 투잡으로 연구교수를 하고 있습니다. 특정 분야에만 자기를 가둬서 하나에만 승부를 거는 건 무모한 것 같아요.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제가 많이 힘들었고, 이제야 조금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감독이라고 해서 연출만 계속 하는 사람도 많지 않아요. 영화감독을 꿈꾼다면 젊었을 때 회계공부, 행정, 법, 외국어 등을 공부해서 자신만의 무기를 장착해야 남들이 날 쉽게 못 건드리고 자유와 정신건강을 얻을 수 있어요.

  

  

  

현재 상영중인 감독님의 최신작 [무순, 세상을 가로질러]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단골로 가는 샌드위치샵에서 권무순 씨가 일하고 계셨어요. 발랄하고 자기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들은 지속성이 떨어질 거란 편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권무순 씨는 5개월 넘게 같은 자리에서 꾸준히 발랄한 모습으로 맞이해주시더라구요. 그래서 이 사람은 무언가 강력한 내면의 모습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얼굴에 있는 멍도 권투선수로서의 강렬한 삶을 증명하는 듯하여 영화를 찍자고 말씀드렸고 흔쾌히 승낙하셨습니다. 세대 시리즈에서 20대 청년의 정신을 투영한 작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금 20대가 IMF를 겪은 세대라 가족의 해체를 경험했죠.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 [무순, 세상을 가로질러] 포스터 (출처: 다음영화)

  

  

  

[무순, 세상을 가로질러]의 주인공인 무순에 대해 감독님께서는 평범치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촬영 팀을 비롯한 타인들은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했다고 들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가, 수상까지 할 만큼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언뜻 보면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 20대 알바생을 장편으로 한 영화를 누가 보냐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무순 씨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지키는 모습이 범상치 않았습니다. 무순 씨가 “적당히 가난했으면 불편했을 거예요. 너무 가난하니까 차라리 편안합니다.” 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러한 철학이 어떻게 현재에 녹아나서 역경에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건지 놀랍고 특별했습니다.

  

  

  

감독님의 영화를 한 문장으로 정의해주실 수 있나요?


 세상과 상관없이 내 의지대로 살아나가는 낭만적이면서도 굴복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초상화입니다. 덧붙이자면, 그런 사람들이 잘 사는 게 좋은 세계라고 생각합니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서강대학교 후배들을 위해 응원의 메세지 부탁드립니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면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작품의 순수함을 지키려면 철저하게 세속적이어라.’ 영화감독이 멋지다고는 하지만 경제적으로 풍족한 직업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가고자 한다면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고, 서강대라는 좋은 환경에서 깊게 몰두 해보길 바라요. 가장 중요한 건 프로포절, 글쓰기 훈련입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전략이 집약되어야 하고, 피나는 노력을 해야 계속 전진할 수 있어요. 또한 육체적으로 무너지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으니 건강 챙기면서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루틴을 찾아나가세요. 여러분과 좋은 작품으로 만나도록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남승석 동문은 세상에 맞서 단단한 의지를 가지고 사는 다양한 세대들의 오늘을 표현해낸다. 우리들의 삶을 담아내기 위해 왜곡된 시선 없이 바라보고 순수함을 사수하고자 한다. 모든 삶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한 동문의 영화가 앞으로도 잔잔한 울림을 주길 서강가젯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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