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서강대학교 인성교육센터장 박종인 신부 인터뷰. 성찰과 성장, 이웃을 위한 삶을 향하여
작성자 서강가젯(Sogang gazette)
작성일 2021.02.23 13: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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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수교과 '성찰과 성장'은 서강대만의 특색 있는 교양 수업이다. 2016년부터 시작한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2박 3일 동안 동고동락하며 서로의 경험을 나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이를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아쉬움을 겪었지만, '성찰과 성장' 교과는 위기를 극복하고 또 다른 성장의 신호탄을 쏘아올린다.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서강가젯이 전 인성교육센터장 박종인 신부를 만나보았다.

  

  

  

 1. Person for others, '성찰과 성장'의 시작과 운영

  

  

안녕하세요, 박종인 신부님.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인성교육센터를 담당했던 예수회 박종인 신부입니다. 저는 인성교육센터에서 2015년부터 일했고 2019년과 20년에 센터 책임자를 지냈습니다. 인성교육센터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제가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자라는 이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강의 동문으로서 후배들을 위해 뜻깊은 수업을 마련한다는 책임과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성찰을 통해 개인이 성장하고 공동체가 건강해지기를 꿈꾸는 일이 앞으로도 힘 있게 뿌리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서강대학교 인성교육센터는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곳인가요?


 '인성교육센터'라는 이름에 드러나듯이 인성을 함양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사실 '인성교육'이란 단어가 쉽게 다가오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이웃을 겪어보는 기회를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이웃만이 아니라 나 자신에 관해서도 알게 되고, 공동체를 대하는 나의 태도와 개인을 성장시키는 공동체를 구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즉,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성장하도록 씨를 뿌리고 가꾸는 것이 인성교육센터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성찰과 성장'은 물론, '소명과 선택', '영성수련'을 운영하고, 이냐시오인재센터의 도움으로 '사회봉사' 과목도 운영합니다.

  

  

  

서강대학교에서는 매년 성찰과 성장을 공통필수과목으로 선정해 시행하고 있는데요. 성찰과 성장이 본교의 필수과목이 된 계기와 취지는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려요.


 '성찰과 성장'은 인성교육센터에서 기획하고 강력히 제안하여 필수교과로 만든 것이 아닙니다. 학교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예수회가 설립한 교육기관이 지향하는 교육이념을 학생들과 공유할 방법을 모색했고, 그 결과물 중의 하나가 바로 '성찰과 성장'이었습니다.
예수회 교육기관이 그리는 인간형이 바로 '이웃을 위한 삶(Person for others)'입니다.

'이웃을 위한 삶'이란 세상에 도움이 되고 도움을 받을 줄 아는 사람이라고 설명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성찰'은 일상을 대하는 매우 중요한 태도입니다. 우리는 내가 온전해야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오해를 합니다. 그러나 '성찰과 성장'은 부족하다고 느껴질지라도 지금의 나는 언제든지 이웃을 위해 손을 내밀 수 있으며, 언제든지 나를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기대합니다. 그런 사람이 바로 'Person for others'입니다.

'성찰과 성장'이 필수교과라는 이유로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애초에 이 작업이 사랑을 바탕으로 시작됐음을 알아주시면 거부감을 더실 수 있겠습니다. 이 작업과 같이 진행된 것이 경기도 가평에 서강대학교 인성교육원을 건립하는 일이었죠. 이렇게 마련된 수업운영 원칙은 신입생 단계에서 이박삼일 일정을 이수하는 공통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 대면으로 진행된 2019년도 성찰과 성장

  

  

  

매년 성찰과 성장에서 신부님과 스태프(동반자)분들이 특별히 신경 써서 준비하는 점들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성찰과 성장'은 어떤 수강생도 소외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한 분반 당 보통 7-80명 정도 규모의 수강생들이 이박삼일 일정에 참가하고 있는데요.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일정에 참여하도록 요청합니다.

수업은 참가자들의 경험 나눔을 토대로 진행되는데, 이때 수강생들이 충분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잖은 인원이 수업에 들어오지만, 수업을 마감할 때는 각 개인이 충분히 이해받고 지지받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 분반을 7-8명 기준으로 작은 그룹으로 다시 나누고, 각 그룹에 수업 진행을 돕는 '동반자'를 배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성찰과 성장을 진행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반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겪으신 고민이나 어려움이 있었다면 말씀해주세요.


 뭐니 뭐니 해도 학생들이 행복하다고 표현 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많이 웃고 떠드는 모습, "힐링됐어요."하는 말 한마디, "고맙습니다" 하는 응원이 그런 것입니다.

반대로 어려움이 있다면, 수강생들이 이 수업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는 모습을 경험할 때입니다. 이 부분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2.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 아쉬움 속 또 다른 성장을 마주하다.

  

  

2박 3일동안 대면 캠프로 진행되었던 성찰과 성장이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ZOOM)으로 변경되었는데요. 이전과 비교했을 때 프로그램 구성이나 진행 면에서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어떤 부분을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비로소 학교의 인성교육원을 활용하여 수업이 진행될 수 있으리라 기대했었는데 코로나19로 발목을 잡혔습니다. 결국 '성찰과 성장'도 비대면 방법을 찾아야 했죠. 사람을 겪는 경험을 해야 하는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해야 한다니,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온전히 이박삼일을 함께할 수 없다고 해도, 사흘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화면 너머의 동료를 성찰하기를 바랐습니다. 수강생을 소그룹으로 나누고 주어진 주제(연애와 사랑, 대인관계, 자기돌봄, 대학과 나)에 맞춰 삶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가 이런 상황에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고, 만나고 싶어 한다는 욕구를 느낄 수 있다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죠.

  

  

  

대면 성찰과 성장과 비교했을 때 작년 학생들의 참여도와 만족도는 어떠했나요? 학생들이 가장 만족했거나 아쉬워했던 점은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어쩔 수 없이 비대면으로 전환하여 실시한다고 공지했을 때, 대략 200명 이상의 수강생들이 대면으로 시행될 때 수강하겠노라고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는 미수강생이 늘어난다는 의미였지만, 이러한 학생들의 태도를 통해 대면방식을 강하게 원하는 이들이 있음을 확인하고 굉장히 기뻤습니다. 한편 2020년 비대면으로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은 이렇게라도 친구를 사귈 수 있게 되었음을 기뻐했고, 대면으로 만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며 가장 많이 아쉬워했습니다. 다른 대안이 없었기에 '성찰과 성장'의 연계과목을 통해서 대면을 시도해 보시라고 팁을 드렸습니다.

  

  


▲ 비대면으로 진행된 2020년도 성찰과 성장

  

  

  

처음 진행한 비대면 수업이다 보니 신부님과 동반자 선생님들께서도 아쉬움도 남으실 것 같아요. 지난 한 해 동안 성찰과 성장을 진행하시면서 겪으신 어려움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가장 큰 아쉬움은 학교 인성교육원의 환경 속에서 맛있는 식사를 제공해 주지 못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런 시설은 사람들이 와서 사용해줘야 제 기능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경험이 생겼다면, 인성교육원과 성찰과 성장 수업에 대한 호감도 한층 더 생겼을 거예요. 동반자로 참여했던 선생님들도 학생들을 만나지 못하고, 또 함께 모여 서로의 경험을 나눌 시간이 없어 아쉬움이 컸습니다.

  

  

  

반대로 진행하시면서 괜찮았던, 혹은 만족스러웠던 부분이 있다면요?


 비대면으로 사람들과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에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강의평가에서 만족도는 작년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통해 대면보다는 비대면으로 이웃을 만나고 알아가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좀 더 부드럽고 효과적으로 관계를 맺어나가는 첫 단계가 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생겼죠.

하지만 역시 비대면보다는 대면 수업 방식이 좋겠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를 통해서 '성찰과 성장'은 기본적으로 대면, 보충적으로는 비대면 방식이 병행되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가 준 도전이기도 했지만 대면, 비대면 병행해서 수업을 운영할 수 있으며, 필수교과임에도 참여방식을 선택할 수는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죠.

  

  

  

 3. [성찰과 성장], 학생들의 기억 속 행복으로 자리하길.

  

  

성찰과 성장이라는 과목이 본교 학생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시나요? 성찰과 성장을 통해 어떤 것들을 배우고 얻어가기를 원하시는지 말씀해주세요.


 무엇보다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성찰과 성장'이라는 같은 기회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우정을 맺어가야 하는지를 배운다면 앞으로도 행복한 일을 많이 만들며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2021년에도 코로나19로 인해 성찰과 성장이 비대면으로 진행된다는 공지가 있었는데요. 올해 비대면 성성에 참여할 재학생들과 신입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가 언제 제어 가능 범위로 완화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때까지는 모두 잘 버텨주시고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대면으로 만나는 게 어렵다고 해도 우선 신입생 단계에서 필수교과를 이수하시라고 권합니다. 나중에 대면방식 수업에 참여하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성찰과 성장'은 올해도 비대면으로 학생들을 만난다. 물론 아쉬움도 있겠지만, 박종인 신부의 말처럼 자신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화면 너머의 동료를 성찰하고,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과정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나'의 성찰이 '우리'의 성장이 될 수 있도록 함께 걸어온 '성찰과 성장'이 언제나 서강인들의 마음속에 따스한 온기로 남길, 서강가젯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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