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여인은 오늘도 그리고 보여준다, 연다현(심리 14) 동문 인터뷰
작성자 서강가젯(Sogang gazette)
작성일 2021.04.26 15:57:35
조회 1,838



  

 알고리즘을 통해 닿는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예술세계를 보여줄 용기가 있는 사람. 오직 자신의 작품으로 팬과 친구, 그리고 기회를 얻어낸 사람. 꿈과 현실의 경계에 선 순간을 그리는 젊은 작가 연여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본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Sleep, oil on canvas

  

  

 연여인의 작업을 처음 만난 건 2019년 그의 개인전 세마 벙커에서 열렸던 <기억흔적>에서였다. 그가 서강대학교 재학생임을 알게 된 것도 그때였다. 신선한 시각적 충격 덕분에 잊을 수 없던 그의 세계는 꾸준히 보다 보면 정드는 꿈과 몽상의 나라 같고, 가는 선과 촘촘히 찍혀 명암을 이루는 점들은 어릴 때 읽고 잊지 못했던 동화책의 한 페이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의 작품 역시 지금도 텍스트로 설명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매력적이다. 21살 때 인턴십을 그만두고 그림책을 만들기로 했던 이후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7000명이 넘는 팔로워를 모았고(2021년 4월 기준), 두 번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고 서울옥션에서 작품을 판매했다.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리는 사람. 알고리즘을 통해 닿는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예술세계를 보여줄 용기가 있는 사람. 오직 자신의 작품으로 팬과 친구, 그리고 기회를 얻어낸 사람.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스스로의 말에 따르면) 그닥 성실하지 않은 서강대학교 학생이었고 예술가인 연여인에게 물었다. 서강대학교에서의 시간, 작가로서의 삶, 스스로를 알리고 세상에 자신을 내보이기 시작한 과정과 그가 생각하는 미래까지.

  

  


▲ 연여인 프로필 사진

  

  

  

최근에는 어떤 나날들을 보내고 계신가요?


 4월 말에 오픈하는 문화예술공간에서 전시를 맡게 되어서 계속 작업하고 있습니다. 평면 작업만 해오다가 조형 작업을 처음으로 시도해 보았어요.

  

  


▲ 연여인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개인 작업. (좌) A dance, ink on paper, digital coloring. (우) I came for the party, ink on paper, digital coloring.

  

  

  

작업 과정과 작업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궁금해요.


 잉크를 사용하기 시작한 건 16살부터였는데 스타일도 그즈음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변화하면서 작업도 함께 변하지만 큰 느낌은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어요. 주로 잉크, 오일페인트, 기타 디지털 툴을 함께 사용하여 작업합니다.


 작업 시간은 사용하는 매체와 작품 크기에 따라 하루이틀에서 몇개월까지 천차만별이에요. 체감상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릴 때는 그리다 보니 성에 안 차지만, 마감이 있는 상업작업이어서 할 수 없이 자괴감 속에서 계속 정진해야 할 때입니다. 그려 놓고 숙성의 시간을 가지는 걸 좋아해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업을 바라보는 제 시각이 변화하니까요.

  

  

  

새와 소녀들, 꾸물거리는 형체들이 가득한 ‘연여인 월드’는 어디에서 왔나요? 어떻게 영감을 받고 그걸 풀어내시는지 궁금해요.


 연여인이라는 캐릭터가 이 세상을 탐험하며 마주하게 되는 순간들과 이로부터 느끼는 감정에서 나옵니다. 곧 저의 현실이죠. 작업 속의 이미지-풍경, 사물, 인물, 유기물-은 모두 제 자화상이자 일기장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거에요.

  

  


▲ 그가 참여한 앨범 커버와 뮤직비디오 작업 중 일부. (좌) SLCHILD single [camelia] 앨범 커버 작업. () 비비의 안녕히 아트디렉팅

  

  

  

텍스트로는 선뜻 설명하기 어려운 작업들을 보여주시잖아요. 작가로서의 자신을 설명해야 할 때 주로 어떤 대답을 내놓으시나요?


 '꿈과 현실의 경계에 놓인 듯한 순간과 감정들을 그린다. 사소하면서도 동시에 환상적인 존재인 인간과 인간의 삶의 모습들,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어색함과 모호함을 초현실적 이미지로 담아낸다.'


 사실 텍스트로 시각예술을 표현하는 일이 제게는 참 어려워요.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고 싶은데 번역을 해야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활동을 하면서 계속 텍스트로 작업을 설명해야하는 상황들이 생겨서 요즘 연습하고 있습니다.

  

  


▲ 브랜드와의 콜라보. (좌) 슈퍼주니어 정규10집 스토리북 작업. (우) 호랑이 커피 심볼 디자인

  

  

  

굳이 상업작업과 개인작업 간에 경계를 두지 않고 자유롭게 오가시는 것 같아요. 둘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시나요?


 균형을 유지하는 건 평생의 과제인 것 같아요. 전 경제활동을 해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상업작업을 지속해야만 하기도 하고요. 전 작업의 정체성이 어느 정도 확립된 상태에서 상업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클라이언트의 기대와 저의 기대가 비슷해서 상업작업에 대해 큰 고민이 있었던 적은 없어요.


 오히려 상업작업이든 개인작업이든 어느 하나만 지속하다 보면 불안감이나 권태 등의 형태로 신호가 오기 때문에 둘을 함께하는 게 도움이 되죠. 상업작업으로 바쁜 와중에 틈을 내서 하는 개인 작업은 휴식이 되고, 전시 준비 기간 처럼 개인작업에만 열중해야 하는 때의 가벼운 외주가 환기가 되는 것처럼요. 그런데 이러다 보니 삶의 95%는 계속 작업만 하고 있어서, 곧 더 넓은 의미에서 삶의 밸런스를 잡아야 할 것 같긴 하네요.

  

  


▲ 연여인의 소식과 작업을 만나볼 수 있는 인스타그램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을 알릴 줄 아는 작가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인스타그램 계정 운영은 어땠나요?


 사실 이렇게 SNS 운영을 하기까지 개인적 벽을 많이 깨야 했어요. 워낙 제 모습을 많이 반영한 작업을 하기도 했고, 내성적인 성격도 한 몫 했고-그림에 대한 자신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몇 년 동안은 아무도 모르게 방구석 예술가로 살았어요. 그러다 당시 만나던 친구의 설득으로 2018년도 초부터 인스타그램을 시작했고 그해 여름에 친구들에게 그림 그리는걸 알렸습니다.


 질 좋은 작업을 계속 올리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제가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에요. SNS 운영에 있어서 특별한 전략은 없었고, 지속적으로 작품을 내보였던 것이 제가 가장 잘한 일 같아요. 지금도 마음 한구석에는 예전의 내성적인 모습이 숨어 있지만, 작업을 드러내는 일도 하다 보면 점점 익숙해집니다.

  

  

  

꾸준히 그리는 모든 사람이 작가가 되지는 않지만, 여인님은 작가가 되셨죠. 언제 작가가 되었다고 느끼시는지, 그리고 서울에서 20대 작가로 살아가는 삶은 어떠한지 궁금해요. 계속 전업작가로 활동하실 예정인가요?


 작가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가 스스로 작가라고 느꼈던 순간은 두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작업을 통해서 자립할 만큼의 경제활동이 가능해졌을 때이고, 또 하나는 정신없이 그림을 그리는 데에 집중하다 연여인이란 캐릭터가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의식’을 한 순간이에요. 작업으로 먹고 사는 전업작가의 길을 가는 건 쉽지 않습니다. 저도 한치 앞을 모르는 길을 계속 걷고있는 상황이고요.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불안하지만 즐거워요. 어느 통계에서 예술가라는 직업군이 다른 연차보다 데뷔 후 5년 이내에 작품활동을 중단하는 비율이 제일 높다고 들었는데, 저도 아직 5년이 안 되었으니 더 지켜봐야겠지만. 계속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서강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서강대학교에서의 시간은 어떤 기억들로 채워져 있는지 궁금해요.


 6년간 학생으로 지냈지만 그 중 5년은 전혀 학교에서 활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추억이 많지는 않아요. 제게 서강대학교는 ‘사람’ 인 것 같습니다. 서강대학교를 생각하면 서강에서 만난 소중한 친구들이 떠올라요.

  

  

  

서강대학교에는 미대가 없죠. 예술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선례가 많지 않고, 학구적인 분위기 속에서 예술가적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은 일 같아요. 재학 기간 동안 전업작가 활동을 병행하셨으니 학교를 성실히 다니기 쉽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해요. 서강대학교의 예술에 대한 열정이 있으나 막막하고 부담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전업 작가로 활동하느라 학교를 성실히 다니지 못한 건 아니고요, 둘 다 할 수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제겐 학업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부족했어요. 해주고 싶은 말은, 내 인생을 걷는 사람은 내가 처음이고, 정답은 없다는 것. 불안한 게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20대 초.중반엔 한창 미래가 막막해 보였어요. 예술 계열의 경우 주변에 선례가 거의 없고, 특히 순수미술을 하는 분은 서강대에서 찾기가 힘들었죠. 저를 제외한 모든 동기가 취직 준비를 하는 걸 보면서 한층 더 불안감이 증폭돼서, 지금 생각해보면 제 비전과 내면의 힘을 알 턱이 없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다니기도 했었어요. 본인 스스로 자신이 지닌 힘과 욕구를 잘 파악하는 게 작업과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이 인생은 내가 처음이니까 너무 선배 말 귀 기울이지 말기- 제 말을 포함해서.

  

  


▲ 그의 기대되는 새로운 조형작업

  

  

  

마지막 질문입니다. 인터뷰 참여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이 인터뷰를 읽는 연여인님의 팬들에게, 작업 그리고 연여인님의 행보에 대한 힌트를 주신다면?


 작업의 느낌은 지금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조소의 매력을 알아가고 있어서, 캔버스 위에만 존재하던 이들이 공간으로 점점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패션 브랜드와 함께 일을 하고 있어요. 2022 SS 라인이어서 아직 출시되려면 좀 남았지만, 기대하고 있는 작업 중 하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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