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넌 좀 솔직해 봐 애매한 건 안돼
의심마저 없게 좀 더 과감하게
Cliché 그런 건 안돼 딱 확신을 줘 기다릴게
...
설렘을 따라 쉽게 맘을 주고 받지
왜 아직 내게 어렵기만 해
여전히 뒷걸음쳐 난 Na nah yeah”
사랑 앞에서 주저하고, 망설이고, 뒷걸음치지만 그럼에도 사랑을 꿈꾸는 가사가 매력적인 노래. 최근 글로벌 K-pop 그룹 ITZY가 발매한 정규앨범 수록곡 ‘LOVE is’의 단독 작사가로 채택되어 작사가로 활발히 활동하는 동시에 네이버 뮤직에 재직하고 있는 최지윤 동문을 서강가젯에서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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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강대학교 아트앤테크놀로지학과 12학번 졸업생, 최지윤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인터뷰하게 되어 조금 쑥스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네요.
네이버 뮤직(바이브)에 소속되어 계시다고 들었는데,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저는 네이버의 음악 서비스인 VIBE의 콘텐츠 기획 및 운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음악 트렌드와 이용자의 니즈에 따라 VIBE에 노출되는 플레이리스트, 매거진 등의 콘텐츠를 기획하는 업무부터 에디팅, 큐레이션 하는 업무까지 광범위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작사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사가로서의 삶
굉장히 바쁘실 것 같아요. 일을 하면서 작사 업무를 병행하는데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사실 조금 어려운데요. 퇴근 이후나 주말에 작사 업무를 하는데 의뢰가 많고, 데드라인이 타이트하게 잡히는 편이라 시간이 많이 부족해요. 게다가 회사의 업무도 커버해야 하다 보니, 컨디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도 두 가지 일을 병행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음악을 좋아하는 제게 VIBE의 콘텐츠 기획 업무와 작사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일이고, 아직 작사가로 활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족한 면이 많다고 생각되어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최근에 글로벌 아이돌 그룹인 ITZY의 신곡 ‘LOVE is’ 단독 작사가로 채택 되셨어요. 첫 단독 작사라 감회가 남다르셨을 것 같은데 작업 중 특별히 신경 쓴 점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특별히 신경 쓴 점은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메시지를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였던 것 같아요. 저는 계획적이기보다는 좀 즉흥적인 스타일이에요. 대학교 다닐 때 벼락치기도 많이 했고요. 이러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보니 가사를 쓸 때 메시지가 흐트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처음 곡을 쓸 때, 꼭 쓰고 싶은 단어와 내용을 정해 놓고 메시지에 집중해서 썼던 것 같습니다. 쓸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채택되고 나서 보니까 평소보다 메시지도 명확한 것 같고 데모곡에 발음도 잘 맞춰 쓴 것 같더라고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제 가사가 채택되었다고 연락을 받았을 때예요. 당시 서울에 올라오신 엄마와 함께 떡볶이를 먹고 있었는데 ‘ITZY’ 노래에 제 가사를 쓴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너무 들떠서 떡볶이도 제대로 못 먹고, 이게 사실인지 꿈인지 믿기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소식을 듣고 3개월 뒤에 노래가 발매되었는데, 트랙 리스트에 적힌 제 이름을 보고 그제야 현실을 믿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첫 단독 가사라서 더 벅차올랐습니다.
어디에서 주로 영감을 얻으시나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저의 경험에서 얻는 거 같아요. 보통 데모곡을 받으면 그 안에서 쓸 수 있는 키워드를 찾으려고 하는 것이 먼저인데 그 키워드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제가 보고 듣고 배웠던 다양한 경험들이 녹아드는 것 같아요. 일례로 ‘#구름스타그램’이라는 곡을 쓰기 전에 친구들과 양양으로 여행을 갔다가 양양의 구름이 예뻐서 나중에 구름으로 가사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마침 들어온 데모곡에 ‘Cloud’라는 단어가 들려서 ‘구름’을 키워드로 잡고 양양의 구름 이미지를 가사에 녹여냈습니다. 아이디어가 안 떠오를 때도 많은데요. 우선 데모곡을 듣고 비슷한 키워드를 열심히 나열해서 이것저것 연상을 해보다가 안된다 싶으면 새로운 활동을 해보기도 해요. 영어학원에 등록해서 외국인 선생님과 가사 분석을 하거나 로맨스 드라마를 찾아보는 등 새로운 곳에서 아이디어를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미 있는 곡에 맞춰 가사를 쓰려면 쓰고 싶은 말이나 단어를 포기해야하는 상황도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제한적인 상황에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본인이 작곡한 곡에 가사를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은 없으신가요?
매번 어렵기는 한데 어떻게 해서라도 곡에 맞는 키워드와 단어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제가 작곡한 곡에 가사를 쓰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그럴 능력이 아직 부족하고 작사가로서도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생각은 살짝 마음 한구석에 넣어두고 있어요. 현재로서는 가사를 조금 더 잘 쓰고 싶습니다.
본인만의 작사 철학이나 신념은? 어떤 기준이나 방향으로 작사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내가 잘 쓸 수 있는 걸 찾아가자’인 것 같아요. 음악은 다양하고 그 안에서 각자가 잘하는 것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찾으면서 제 가사의 색깔을 명확히 알고 싶어요. 아직 그런 것을 알기에는 많이 부족해서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이 일을 선택하기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싸인 CD를 받을 때와 방송에 제가 작사한 곡이 언급된 것을 볼 때 가장 뿌듯한 것 같아요. 제가 참여한 앨범의 아티스트가 싸인과 편지를 담은 앨범을 보내줄 때 저는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또 음악방송 하단에 제 이름이 작게 나온다거나, 아티스트가 제가 작사한 곡으로 무대하는 것을 볼 때 정말 이 일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제가 작사한 곡 중에 ‘#구름스타그램’이라는 곡이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선공개 되었을 때는 부모님도 너무 좋아하셨어요.

▲아이돌 그룹 ITZY와 VERIVERY로부터 받은 싸인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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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가가 되기까지
작사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작사가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하는 것이 있다면?
작사가가 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작사 학원을 통해 데뷔를 했어요. 학원 수료를 거친 후, 학원으로 의뢰가 들어온 곡에 공모를 넣고 채택이 되어 데뷔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끈기’가 가장 중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취업 준비할 때 거의 자기소개서를 100개 이상 썼었는데, 작사의 세계는 그것보다 더 한 것 같아요. 그 이상의 가사를 쓸 수 있는 끈기, 음악에 대한 열정,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끈기 있게 가사를 쓰는 과정을 즐길 준비가 되셨다면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부터 작사가의 꿈을 꾸셨나요? 음대가 없는 서강대에서 음악 관련 진로를 준비하면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조금 추상적인 꿈에서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특히 K-Pop에 관심이 많아서 ‘내가 죽기 전에 음악 제작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성공한 덕후가 될 거다’라는 막연한 꿈이 있었어요. 20대에는 조금 더 꿈을 구체화하고 실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서강대 ‘아트엔테크놀로지학과'에 지원했습니다. 음대가 없는 서강대였지만, 당시 새로운 아트앤테크놀로지학을 공부하면서 교내외로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쌓았어요. 교내에서는 뮤직비디오 제작 동아리 학회의 멤버로 활동했고, 뮤직 비즈니스 전공이 유명한 학교에 교환학생 지원을 했어요. 교외로는 ‘멜론 뮤직 기자단’과 음악 방송의 직캠을 찍는 일을 했었고, 학교 수업이 끝나면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실용음악 학원도 다녔어요. 그 과정을 통해 저에 대해 알아가면서 꿈을 조금 더 구체화할 수 있었고, 자연스레 작사가의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음악/재즈로 유명한 New Orleans의 Loyola University로 교환학생을 가셨다고 들었어요. 교환학생을 통해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 그리고 교환학생 경험이 작사가의 길을 걷는데 도움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Loyola University에 지원한 이유는 서강대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Loyola University에는 Music Industry Studies라는 국내에서도 잘 볼 수 없는 전공이 있었고, 여기는 꼭 가야겠다 싶어서 이 학교만 희망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그곳에서 앙상블 수업, 송라이팅 수업, 미디 수업 등을 들으면서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쌓았어요. 그때 다녀와서 ‘나는 음악을 정말 좋아하니까 관련된 일을 꼭 해야겠다’라고 느꼈어요. 제 자신을 알아가기에 매우 도움이 되었던 경험이고, 살면서 가장 제일 재미있었던 수업을 뉴올리언스에서 경험했던 것 같아요.

▲New Orleans의 Loyola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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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서강
작사가 혹은 음악 관련 직업을 준비하는 서강대 학우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이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감히 조언을 해도 될지 조금 부끄럽네요. 저는 “부딪혀보라”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실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도 이걸 직업으로 준비할 때, ‘내가 오랫동안 이 일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정답을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부분에 있어서는 직접 부딪혀서 도전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부딪혀보면서 음악 관련된 직업 중에서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알아갈 수 있을 거예요. 물론 그 과정에서 직업이 아닌 취미로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론이 날 수도 있고요. 저는 학교 다니면서 A&R에도 관심이 있었고, 음악 예능 PD에도 관심이 있어서 언론 고시까지 준비했었는데 이것저것 다 부딪혀보는 과정을 거치고 거쳐서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더 열심히 해야겠지만,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런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이루고 싶은 목표나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나요?
저의 계획과 목표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직장인 작사가가 되는 것입니다. 작사를 하다 보면 가사가 안 나오는 기간들이 있어 심적으로 힘들 때가 있고, 다른 직장인 분들도 그렇듯이 회사 일에 치이다 보면 피곤해질 때가 있어요. 일과 작사 두 가지가 모두 좋은데 그로 인해 몸과 마음이 망가진다면 조금 슬플 것 같아요. 그래서 흔들리지 않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직장인 작사가가 되는 것이 목표예요. 그리고 모든 아티스트 분들과 작업을 해보고 싶지만 사실 제가 어릴 때부터 SM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를 좋아해서 언젠가 SM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 곡을 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나에게 서강이란?
서강이란 Verse 1 (벌스1) 같은 존재인 것 같아요. Song-Form에서 Verse 1이라는 도입부가 있듯이, 서강은 제게 곡의 도입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서강에서 했던 경험들이 하나하나 다 중요했거든요. 학교에서 쌓은 경험들이 이어져서, 저라는 한 편의 곡을 완성했다고 표현하고 싶네요.
음악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눈부시게 빛나는 최지윤 동문이었다. 열정 하나만으로 무언가를 이루기에 힘든 순간들도 많겠지만 최지윤 동문의 말처럼 계속해서 부딪치고 나아가다 보면 눈에 보이는 결실이 맺어지지 않을까? 꿈을 향한 서강인들의 열정의 불꽃이 식지 않기를 서강가젯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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