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평범한 대학생! 저녁에는 잘나가는 만화가? 학습 만화가 갈로아, 김도윤 동문(생명과학 16)을 만나다
작성자 서강가젯(Sogang gazette)
작성일 2021.04.23 16: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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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 산으로는 곤충을 잡으러 다니고 연구실로는 교수님들을 만나며 곤충을 '덕질' 했다. 만화도 보고 따라 그리며 만화가로서 기본 소질을 다졌다. 마침내 그는 20살에 만화가로 데뷔한다. 데뷔작 '오디세이'는 SF 어워드에서 만화대상을 받았다. 갈로아 작가의 대표작인 '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와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생태'는 일본, 대만, 중국에서 출판되었다. 특히 일본 아마존에서는 학습만화 분야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할 만큼 많은 부수가 판매되었다. 놀라운 점은 대학 생활을 하면서 만화가 생활을 이어나갔다는 것이다. 낮에는 평범한 대학생! 저녁에는 잘나가는 만화가? 그의 이중생활을 엿보았다.

  


▲ 만화에 등장하는 갈로아 캐릭터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갈로아라는 필명으로 만화를 그리는 생명과학과 16학번 김도윤입니다. 드디어 올해 2월 졸업했습니다.

  

  

만화가로 데뷔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만화가가 되고 싶어서 수능 끝나고 바로 다음날부터 만화를 그렸는데, 그대로 한 달 동안 쭉 그려서 에피소드 5개 분량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중, 고등학생 때도 틈틈이 만화를 그리긴 했지만 워낙 시간을 쪼개서 그리던 것이라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로지 만화에만 열중하여 작업하였을 때, 다른 프로만화가분들처럼 일주일에 한 회분씩 연재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았는데, 5화 분량쯤 그려보니 가능하더라구요. 그런데 막상 그려놓고 보니 객관적으로 만화가 재미가 없는 것 같아서 버리고, 새로 다른 만화를 그렸습니다. 인터넷 이곳저곳에 올리며 연재했는데 1학년 1학기 완전 초인 3월에 정식연재 제의가 와서 데뷔하였습니다. 데뷔작은 휴학 하고 몰입해서 작업했습니다.

  

  

그렇게 준비하신 데뷔작 '오디세이'로 SF 어워드에서 만화대상을 받으셨고 일본, 대만, 중국에서 '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와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생태'가 출판되었습니다. 특히 일본 아마존에서는 학습만화 분야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할 만큼 많은 부수가 판매되었습니다. 만화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셨는데요, 작가님의 만화가 이렇게 좋은 반응을 끌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 소재가 독특한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디세이'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하드 SF였습니다. 워낙 희소하다보니 독자가 생길지 걱정했는데, 오히려 이 장르의 마니아분들이 찾아서 봐주시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로맨틱 코미디나 일상툰, 액션 같은 일반적으로 꽤 흔한 장르였다면, 수많은 능력자 작가님들의 작품에 묻혀 주목도 못 받았을 것 같습니다. '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와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생태'도 일반적으로 공룡과 곤충을 소재로 한 책이나 만화는 유아용이 많은데, 확실히 성인 독자층을 겨냥한 만화였다는 것이 차별화되어 좋은 반응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곤충의 경우 한국에 출판되어있는 많은 곤충책에서는 거의 다룬 적이 없는 진화사를 다루었고요.

  


▲ 만화 오디세이 중 일부

  

  

만화가로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시는데요. 그렇다면 대학생 김도윤은 서강대학교에서 어떤 대학 생활을 보내셨나요?


 만화를 그리기 위해 되도록 오전 수업만 듣고 학교 끝나자마자 만화 그리러 집으로 뛰어갔기 때문에, 철저한 '아싸'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싸'인 것이 만화 때문이라고 변명하는 것 같아서 머쓱합니다. 동아리는 이곳저곳을 기웃거려보긴 했는데, 사실상 동아리 활동은 딱히 없었습니다. 학점은 높지 않습니다. 만화 그리느라 공부할 시간이 별로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전공 공부도 좋아했고, 중간이나 기말고사 기간을 대비해 미리 세이브 원고도 쌓아두고 몇 주간은 공부만 했었습니다만, 다른 서강대 학우분들의 머리가 워낙 비상하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덕업일치의 생을 보내고 계시잖아요, 학교 수업도 덕질하는 마음으로 들으실 것 같아요. 생명과학도로서 서강대학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수업은?


 전공수업은 이규호 교수님과 김건수 교수님의 수업을 정말 재밌게 들었습니다. 김건수 교수님의 수업은 기본적으로 재밌습니다. 제가 수업을 들을 때는 일반생물학 강의를 맡으셨고 저는 미생물학 수업을 들었는데 좀 더 못 들은 것이 아쉽습니다. 대학원 시절이나 연구하셨을 때 이야기를 들려주신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규호 교수님의 수업 중에는 환경과학론과 미생물생리학을 들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진화생물학 파트가 강의에 포함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어찌보면 '생명과학'과는 동떨어지는 박물학적인 부분이나, 철학적인 부분이 강의에 잘 어우러져 흥미로웠구요. 또 대화와 질문이 많은 수업방식도 색다르고 좋았습니다. 이정국 교수님이 생화학 수업 도중에 말씀하셨던 강렬한 쓴소리도 오래 기억이 남습니다. 예를 들어 과학자로서 기본기를 강조하셨는데, 평소에 스스로 생각하던 부분과 일치해서 공감되면서 쓰라렸습니다.

  

  

다양한 전공 수업을 인상 깊게 들으신 것 같습니다. 혹시 교양 수업 중에는 인상 깊은 수업이 있었나요?


 교양으로 과학사 수업을 들었는데, 과학사를 그 전부터 너무 좋아해서 재밌게 들었습니다. 다른 전공 수업도 흥미가는 대로 여럿 들었는데, 사실 이 수업들이 그동안 공부한 분야랑 많이 다르기에 굉장히 인상이 깊었습니다. 사회학과 수업으로 인류학 강의를 들었고 종교학과의 힌두교 수업을 듣기도 했습니다. 영문학과의 빅토리아 문학 수업을 들었는데, 비전공자다보니 수업 내 학점을 밑으로 깔아드리는 역할을 충실히 했습니다. 이렇게 들은 다른 전공 수업들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습니다.

  


▲ 그 동안 출판된 갈로아 작가님의 책들

  

  

서강대학교의 수업 내용이 만화 내용에 반영된 적이 있나요? 있었다면 어떤 내용이었나요?


 직접적인 것은 없습니다만, 곤충, 공룡, 화석 등등의 이야기를 하려다 하니 너무 먼지 쌓인 19세기 옛날 박물학 관찰일지 같은 이미지로 빠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좀 21세기 생명과학과을 공부하는 사람이 그린 것 같게 만화 종종 유전자나 단백질 수준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 지점에서 전공 수업 중 환경과학론 또는 발생학들은 만화 내용에 꽤 가깝기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학창시절에는 곤충에 관심이 많으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데뷔작은 '오디세이'로 천문학, 우주와 관련된 웹툰이고 2018년에는 '숙녀들의 수첩'이라는 인문학적 소스가 있는 수학 만화를 그리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심 분야가 확장된 계기와 과정에 대해 들어볼 수 있을까요?


 우주, 수학 등등 하나같이 전공자 수준으로는 깊지는 않지만 얕게 꾸준히 흥미가 있었던 분야입니다. 작업하는 만화들의 분야가 확장되었다기보다는 관심 있던 분야에 하나하나씩 만화를 그려보는 느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그려보고 싶은 분야들이 몇몇 남아있는데, 과연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 만화 '숙녀들의 수첩'

  

  

학습 만화가로서 그림, 과학적 지식, 재미 셋 중에 만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재미입니다. 만화가 과학적 지식을 전달한답시고 재미가 없으면 독자가 만화를 볼 흥미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교수님들의 입장으로 이야기한다면, 만화는 '피어리뷰도 안 된 출판물' 정도의 매체입니다. 어차피 지식 전달의 매체로서 보자면 한계가 있기에, 여기서 해낼 역할은 독자분들에게 '소재에 흥미를 유발하기'라고 생각합니다. 만화를 본 독자님이 흥미와 재미를 느끼셨다면 성공한 것이고, 좀 더 알아보고 싶으신 분들은 그 흥미를 추진력으로 좀 더 전문적인 책을 읽어보거나 논문을 찾아 읽어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가끔 너무 전문적인 지식을 담는답시고 만화가 복잡하고 어려워지면, 그건 만화가 자신이 지식을 뽐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면 '아이고 그래, 너 참 똑똑한거 잘 안다.' 하며 스스로 자기 최면을 하고 작업한 것을 지워버립니다.

  

  

대학생이면서 만화 작가로서 연재를 하려면 굉장히 바쁘실 것 같은데 어떻게 시간관리를 하시나요?


 앞에서 살짝 언급되었듯이 최대한 오전 수업을 많이 수강하고 오후엔 만화를 그렸습니다. 의외로 전공 수업들이 오전인 경우가 많아, 교양만 잘 배치하면 가능합니다. 또 하루를 좀 빡빡하게 짜고 주말 시간을 잘 확보한다면, 3일 연속 만화를 그릴 수도 있구요. 또, 만화 그릴 때는 뉴스를 듣거나 팟캐스트를 듣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미국 시트콤을 틀어놓는 등, 뭔가를 듣는데, 작년에는 코로나라서 진행된 녹화 수업을 다시 틀어놓고 복습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작가님은 만화가와 연구자를 겸하고 싶다고 말하셨던 적이 있는데요,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사실 언제나 만화vs곤충이면 곤충이 1순위였기에,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곤충을 공부하러 대학원을 미국으로 갈까도 고민하다가 제가 좋아하는 연구 분야를 미국에서 연구하시던 박사님이 최근에 서울대학교 생명과학과에 교수님으로 임용이 되셔서 실험실 세팅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대학원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곤충들을 유전체학의 관점에서, 화석과 함께 곁들여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연구하고자 합니다. 그 와중에 만화도 틈틈이 그리기 위해 좀 더 효율적으로 작업하는 방식이 없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연구자 '김도윤'에게 서강은 어떤 배움터로 남을까요?


 사실 곤충을 좋아하는데 서강대에서는 곤충을 공부할 수업이나 실험실이 없다는 것을 알고 들어와서 대학원에 가서 곤충을 연구하고, 당장 서강대 학부에서는 연구에 필요한 생명과학적인 부분의 기초를 충실히 다져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커리큐럼에서 많은 도움도 받았구요. 특히, 타대의 생명과 친구들이랑 얘기하면 느끼게 되는데, 서강대의 생명과는 실험을 정말 많이 시킵니다. 실험 수업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쏟아지는 레포트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되는 수업인데, 졸업하고 나니 참 다양한 실험 기법들로 다양한 주제에 접근해보고 체험해 본 것 같습니다. 대학원에서는 연구하게 되는 분야가 상당히 제한적이고 실험도 크게 다양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험수업에서 다양한 테크닉들을 통해 여러가지 주제를 다뤄 본 것이 아주 좋았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연구를 고안할 때도 이러한 경험들이 연구를 설계하는데 있어서 좋은 옵션이 될 것 같습니다.

  

  

요즘 최애는?


 곤충은 요즘 메뚜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필명 갈로아가 갈로아벌레라는 곤충에서 따왔는데, 메뚜기가 이 갈로아벌레와 같은 그룹이면서도 종도 많고, 크고, 채집하는 것도 재밌고, 잘생겼고, 재밌는 행동들도 많이 해서 연구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순수하게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생기는 열정. 그의 이중생활의 강력한 원동력인 듯했다. 흥미, 재미, 관심, 이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들일 것이다. 그 순수한 열정이 멈추지 않고 누군가에게 또 다른 재미와 흥미로 이어지기를, 만화가 갈로아 작가, 연구자 김도윤의 미래를 서강가젯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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