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적 창조와 체험의 가치, teamLab 홍소희(아텍 14) 동문을 만나다
작성자 서강가젯(Sogang gazette)
작성일 2021.03.23 15:36:31
조회 1,644



  

 디지털 아트 컬렉티브 teamLab의 서울 전시 [teamLab: LIFE]가 2020년 9월부터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진행되고 있다. 위 전시로 세간이 주목하는 teamLab에서 카탈리스트로 활동 중인 홍소희(아텍 14) 동문을 서강가젯이 만나, 동문의 서강에서의, 현재의,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본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아트앤테크놀로지학과(이하 '아텍')를 졸업하고 현재는 일본 도쿄에 소재한 아트 컬렉티브, teamLab에서 카탈리스트로 소속되어 있는 홍소희라고 합니다.

  

  


▲ (좌)teamLab 오피스 이미지, (우)홍소희 동문(아텍 14)

  

  

  

teamLab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teamLab은 이름 그대로, 팀으로 이루어진 제작 집단이자 실험 공간이며, 그 속에서 태어난 실험적인 작품들을 뜻합니다. teamLab은 창립 초기부터, 한 집단으로써 서로가 협업하는 과정을 통해 작품을 제작해왔습니다.

저희들의 최대 관심사는 아트 컬렉티브로서 집합적인 창조를 통해 작품을 계속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로 첫 발을 내딛고 싶은 모두와 함께, 세계를 바꾸고 싶어하는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혹은, teamLab의 아트를 체험하며, 그들의 가치관을 흔들 수 있으면 합니다. 변화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변하고 싶은 사람에게 변화를 고무하는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싶습니다. 저희들은 이제껏 알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거나 창조하며 성취감을 느낍니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제까지 몰랐던 것을 체험하거나 아무도 겪어본 적 없던 경험을 했을 때 가장 큰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teamLab의 창조성은 전문 분야가 다른 멤버들이 서로의 경계를 넘어서 함께 창조하는 ‘다차원성’과, 사람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될 수 있는 ‘전달 가능한 지식’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러한 ‘집단적 창조’를 통해 teamLab은 보다 나은 것들을 창조해 나가며, 팀 전체를 발전시켜 나갑니다. 예를 들면, 특정 프로젝트의 지식은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유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전달 가능한 지식을 발견하고 공유하는 제작 프로세스는, 집단의 차별화되는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창조적인 과정의 모든 순간들 속에서 지식은 쌓여갑니다. 작고 상세하지만 범용적인 지식을 팀이 공유하면, 새로운 프로젝트나 현재 제작 중인 작품을 개선하는 힘이 됩니다. 그 결과, teamLab 전체 작품의 질이 향상되는 것이지요.

  

  

  

해외에서 일을 하는 것, 그 중에서도 teamLab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대학교 2-3학년 즈음부터 막연하게 해외 취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습니다. 얕은 생각으로 출발했지만, 저에게 한국은 스스로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돌아올 수 있는 곳이었고 해외에서 커리어를 시작해서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경험을 쌓아보고 싶었습니다. 해외 취업에 대해서 명확한 계획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학교의 프로그램으로 교환학생을 하고, 덕분에 해외 기업에서 인턴 및 계약직 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teamLab 자체는 학부 2학년 즈음에 미디어 아트 관련해서 조사를 해보다가 알게 되었고 꾸준히 작품에 관심을 갖고 팔로우하고 있었습니다. 학부 마지막 학기에 실리콘 밸리에서 인턴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teamLab의 채용 담당자가 당시 회사와 가까운 스탠포드 대학에 설명회를 와서 그 곳에서 평소 준비해둔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고, 일본 스튜디오와 원격으로 인터뷰를 해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teamLab의 어떤 파트를 맡고 계신가요?


 지금은 teamLab의 카탈리스트로서 소속되어 있습니다. teamLab에서는 다른 곳에서 흔히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디렉터라고 부르는 역할을 카탈리스트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카탈리스트(catalyst)는 영어로 촉매라는 의미로, 자신 스스로는 변하지 않으면서 다른 물질의 화학 반응을 촉진시키는 물질을 뜻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하기 때문에, 중간에서 팀원들을 연결하고 의사소통을 원활히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카탈리스트는 팀 멤버들이 최대한의 잠재력을 발휘해, 서로 다른 분야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팀을 이끕니다. 카탈리스트는 전시, 공간 및 파사드 디자인, 이벤트 홍보 등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다양한 작업들을 포괄합니다.

  

  

  

동문님이 진행한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무엇인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작년 가을에 오픈한 DDP 전시네요. 코로나 상황에서 전시를 준비하느라 힘든 점도 분명 있었지만 저에게 있어서 한국에서 하는 전시에 처음으로 참여한 만큼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teamLab의 작품 대부분은 사람이 직접 작품의 일부가 되어 체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작품인 만큼, 모니터를 통해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는 것과 실제 작품을 봤을 때의 경험이 크게 달라지는데요. 이러한 이유로 teamLab이 어떠한 작품을 하고 제가 어떠한 작품에 참여하는지 말이나 이미지로 설명해도,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와닿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던 와중 한국에서 전시가 오픈해 가족과 친구들이 직접 전시를 보고, 드디어 제가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겠다고 말해줘서, 또 제가 좋아하는 teamLab 작품을 봐주어서 기뻤습니다.

제가 준비에 참여해 더욱 애착이 간다는 점을 빼고 봐도 정말 좋은 전시이니, 다른 동문 분들께서도 꼭 관람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teamLab, Exhibition view of teamLab: LIFE, 2020, Seoul © teamLab, courtesy Pace Gallery

  

  

  

이번 서울 전시인 teamLab: LIFE의 작품들은 기록된 영상의 재생이 아닌, 관람자의 행동에 따라 출력되는 결과물이 다른 것이 특징입니다. 이렇게 손짓과 움직임 등을 키 포인트로 삼고 이것들이 작품이 발현되는 원동력이 되는 경우를 곧잘 목격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인터랙티브 아트’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디지털 기술은 예술 작품이 물리적으로 확장되는 것을 가능케 했습니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창조된 예술은 쉽게 확장될 수 있기 때문에 공간 내에서 더 많은 자율성을 제공합니다. 저희는 더욱 큰 공간을 조작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따라 관객들은 더 직접적으로 예술 작품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teamLab이 제작하는 인터랙티브 아트의 특징은 감상자의 존재나 행동이 작품에 영향을 주어 작품과 감상자의 경계선이 모호해진다는 것입니다. 즉 예술 작품은 아트와 감상자 양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결과로 작품과 감상자, 그리고 감상자 개인과 집단의 관계성이 변화하게 됩니다. 5분 전에 작품을 먼저 본 사람이 있는지,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작품은 변화합니다. 저희의 인터랙티브 작품은 기존의 예술 작품들보다 주변 관객의 행동을 인식하고 의식하게 합니다. 그 결과, 작품은 앞에 서 있는 감상자들의 관계성에 영향을 줄 수 있게 됩니다. 다른 사람에 의한 작품의 변화가 아름답다고 느낀다면 그 사람의 존재 또한 아름답다고 느껴질 수 있는 것이지요.

  

  

  

이번 서울 전시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teamLab, [증식하는 무수한 생명] © teamLab

 모든 작품을 다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 ‘증식하는 무수한 생명’라는 작품에 가장 애착이 갑니다. 제가 teamLab: LIFE에서 담당한 작품 중 하나인데요. ‘증식하는 무수한 생명’은 약 한시간에 1년-12달의 각각의 다른 꽃들이 바뀌어 가면서 탄생과 죽음을 거듭하는 작품입니다. 사람들이 꽃을 만지면 꽃은 흔들리며 집니다.

스테레오 타입이긴 합니다만 한국 사람들을 흔히 ‘빨리빨리의 민족’이라고 말하는 만큼, 개인적으로 전시를 준비하면서 관객분들이 해당 작품에서 1시간을 기다리면서 모든 종류의 꽃을 봐주실 거라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전시가 오픈하고 친구나 가족들과 관람하러, 혹은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러 방문하였을 때 제가 생각한 것보다도 많은 관객분들이 작품 속에서 계절이 바뀌어 간다는 걸 깨닫고, 다른 계절의 꽃들을 보기 위해 같은 전시실에서 계속 작품을 감상하고 계신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서울 전시를 준비하면서 생긴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위에서 언급했듯이, teamLab은 감상자가 몸 전체로 작품에 참여하도록 하는데요. 인터랙티브 전시인 만큼 전시 오픈 초기에는 전시장에 들어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망설이고 계시는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몇몇 관람객들이 작품의 본질을 이해하시고, 서로의 행동을 보고 따라하며 작품과 상호 작용하는 것이 반복됐습니다. 그 결과 전시 초기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람객분들이 작품과 더욱 인터랙션 해주시는게 무척 인상깊었습니다. 감상자들 서로의 관계성이 변하는 것을 통해서 작품과의 관계성 또한 변화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대학생 시절에는 본인을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어떤 학생이셨을까요?


 키워드로 표현하자면 ‘다양함’일까요. 관심사가 다양하고, 여러 분야에서 하고 싶은 게 많던 학생이었습니다. 저학년 때엔 3D 작업에 빠져 고학년 수업을 듣거나 게임 회사에서 3D 디자이너 인턴을 했고, 게임 기획이나 디자인에 흥미가 생겨 친구들과 게임을 만들곤 했습니다. 또 UI/UX에 관심이 있을 때 미국에서 UI/UX 디자이너로 인턴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고학년이 되었을 때 스스로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되돌아보면서 한 가지에 집중을 못하는 스스로에 대해 불안이나 회의감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그래도 그 때의 경험이 졸업 후 진로 설정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위에서 언급한 UI/UX 디자이너 인턴은, 되돌아보면 지금 진로에 직접적으로 도움은 되지 못하였지만 스스로가 UI/UX 디자인과 맞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사실 이것저것 발 담그기 좋아하는 점은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teamLab 소속으로 일하면서도 따로 3D 공부나 그림 등 학과에서 배웠던 것들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요즘엔 개인적으로 3D 공부를 이어 나가다 보니 프로그래밍 지식이 필요할 때가 종종 있어서, 학부 때 '교수님 말 잘 듣고 좀 더 공부해둘 걸' 하고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서강이 동문님의 커리어에 도움을 준 순간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었나요?


 아텍에서의 수업은 여러 장르와 분야를 커버하고 있어 게임, 미디어아트, 극작품, 웹서비스, 순수 예술 등 다양한 것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또 그만큼 다양한 백그라운드와 관심사를 가진 학우들과 교류할 수 있었는데요. 그때 다양한 것들을 공부하고 경험했던 것이 지금 기획 직군으로 일하며 아트, 개발, 사업 등 다른 직군의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텍에서는 연례 전시인 아트앤테크놀로지 컨퍼런스(ATC), HCI 학회에서의 전시 및 발표, 교수님들과 함께 참여하는 크고 작은 전시 등 학부생임에도 참여할 수 있는 전시 기회가 많이 있었는데요. teamLab은 전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학부생 때에 참여한 여러 전시 경험을 크게 사주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teamLab에 합류해서도 업무에 익숙해지는 데에 도움이 되었고요.

  

  

  

미래에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학부생 때에도 그러했지만 아트,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속해 있으면 놀라울 정도의 재능을 가진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저도 그런 사람들을 통해 스스로를 비추어보며 내일보다 오늘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서, 누군가의 목표가 될 수 있을 만한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2001년 활동을 시작한 teamLab의 서울 전시 teamLab: LIFE는 2021년에도 이어질 계획이다. <서강가젯>을 통해 홍소희 동문의 이번 전시와 작품에 대한 감상, 그리고 예술에 대한 teamLab의 목적을 이해하고 관람에 임한다면 보다 뜻깊은 경험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teamLab에서는 지금도 온라인으로 인턴과 새로운 멤버를 모집 중이라고 하니, teamLab에 관심이 생긴 서강 가족이라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홍소희 동문의 희망찬 미래를 서강가젯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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