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호 동문, 육아 돌봄 사회적 기업 ‘째깍악어’ 이사
작성자 서강뉴스Weekly
작성일 2018.04.23 14:25:43
조회 3,613

박현호 동문, 육아 돌봄 사회적 기업 ‘째깍악어’ 이사

- 모든 부모와 아이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다 -


▲ 째깍악어 사무실 앞에 서있는 박현호 동문

 피터팬에 등장하는 째깍악어는 시계를 삼켜 배에서 “째깍째깍” 소리가 난다고 한다. 악당후크 선장이 가장 무서워하는 캐릭터로, 피터팬과 극 중 아이들을 보호하는 째깍악어처럼 모든 부모와 아이의 행복을 지키고 싶어하는 박현호 동문(미국문화 05)을 서강가젯이 만나보았다.


# 책과 글을 좋아하던 학생


 째깍악어는 육아 돌봄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들었습니다. 학부 때부터 사업이나 사회적 기업 등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학부 때부터 사업이나 창업 등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아버지께서 사업을 하셨고 형도 그런 분야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집안에서 사업과 관련한 정보나 이야기들을 많이 접했어요. 지금 돌아보니 그런 경험들이 사업가적 기질을 익히는 초석이 됐던 것 같네요. 사업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다가왔으니까요. 사실 저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남들보다 대학을 늦게 들어왔지만 학교에 와보니 정말 다양한 배경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 사람들을 보며 부지런히 생각하고, 느끼고, 글도 쓰면서 ‘다양성’에 대해 배우게 됐던 것 같습니다.


# 잊을 수 없는 곤자가 플라자


 학교에서 굉장히 다양한 경험을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곤자가 플라자에서 네일아트 사업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배경과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모교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있을 때였어요. 우연히 곤자가 플라자에 통신사가 철수하면서 급 임대매물이 났다는 이야기를 친하게 지내고 있는 햄버거집 사장으로부터 들었어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난 뒤에 그 자리의 상업적 가치에 대한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타겟 분석을 시작했습니다. 교내에 학생은 몇명인지, 남녀비율은 어떻게 되는지 꼼꼼히 따져봤지요. 그리고는 입점해 있는 가게들을 분석했어요. 당시에 몇 개를 제외하고는 전부 음식점이었기 때문에 오락이나 서비스 업종으로 마음을 굳혔지요. 그런데 오락 및 유흥시설은 곤자가 플라자에 입점할 수 없는 조건이 있었어요. 결국 여러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이 네일숍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막막하더라고요. 네일아트를 받아본 적도, 해본 적도 전무했으니까요. 여러 인터넷 카페에서 정보를 얻다가 구직공고에서 제 취지에 공감하는 실장을 고용하면서 2009년 2월 네일숍을 열었습니다. 당시에 제가 출판사에 다니면서 석사과정과 네일숍 운영을 병행하다 보니 정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3, 4, 5월에 이른바 ‘대박’이 났습니다. 자리가 없어서 대기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직원도 여려 명 더 고용했지요.



 그런데 왜 네일숍을 계속 운영하지 않으셨나요?


 최대 변수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바로 방학이 기다리고 있었지요. 3, 4, 5월에 거둔 수익을 6, 7월에 그대로 다 날렸습니다. 인건비와 부대비용을 재조정하면서 2년동안 사업을 진행해봤는데 세금을 제외하고 나니 정말 거의 0원이 남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군입대에 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넘기고 나서 생각해보니 생각보다 저에게 많은 것을 남긴 사업이었어요. 무모했지만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지요. 제가 생각한 것들을 현실에서 실현해보니 제 안목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생기더라고요. 이 믿음이 다음 번에 마주한 선택들에서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줄이는 가장 좋은 기회가 됐다고 확신합니다.


# 미국에서 마주한 가치


 군복무 이후에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셨는데 어떤 공부를 하셨나요?


 미국에서는 교육 정책을 전공했습니다. 저는 공군사관학교 영어과 조교수로 군복무를 했었는데 그때 전반적인 교육 정책 수립이나, 교육기관 조직관리 등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사실 현재 하고 있는 일도 미국에서 배운 것들의 연장선이에요. ‘째깍악어’ 자체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육아지원의 사각지대를 보조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정부의 도움이나 바우처에 대해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부분이 남아있거든요. 정부정책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지원을 확대하는 업무를 중점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을 처리하는 데에 있어서 공군사관학교에서의 경험이 저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됐어요. 보스턴대학교에서 연구조교로 일하면서 은퇴한 군인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학비가 비싼 사립대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었습니다. 미국정부에 은퇴 군인들의 복지를 위한 예산을 확보해 줄 것을 요청하고 사립대학교와 정부 사이의 매개를 주도하는 일이 주된 목적이었지요. 군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그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이런 의미에서 저의 장점은 저만의 배경이나 경험을 잘 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 외에도 미국에서 특별한 일들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JVS(Jewish Vocational Service)라는 비영리단체에서 일을 했습니다. 난민과 이민자들의 미국 정착, 교육 및 취업을 통한 자립을 돕는 단체인데, 정부와 대기업의 요구를 반영해 난민과 이민자들을 위한 교육 및 취업준비 프로그램들을 제작하거나 난민과 이민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일을 합니다. 매일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그 동안 고민하던 ‘다양성’에 대한 해답을 제공했다고 생각해요. 사실 다양성이라는 게 거창한 개념이 아니거든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사람들과 상황, 심지어 남녀차이까지 모든 것이 다양성의 일부예요. 그런 것들을 느끼다 보니 나라는 존재를 어떤 집단에 편입시켜 배타적으로 구분 짓는 일이 얼마나 의미 없는지 깨닫게 됐어요. 또 난민과 이민자들을 도우면서 내가 세상에 큰 변화는 가져오지 못해도 하루하루 한 사람의 삶을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감동도 많이 받았지요. 저는 좋은 일을 하고 살아야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미국에 온 사람이 결코 아니에요. 다만 JVS를 계기로, 내 직업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 것 같아요.


# 사회적 기업 째깍악어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째깍악어에 이사로 오시게 된 계기가 따로 있으신가요?


 지금의 대표이사와는 예전에 업무적으로 알고 지냈던 사이였어요. 대표이사의 신념과 서비스에 대한 확신이 째깍악어에 오게 된 가장 큰 원인이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이 사업 플랫폼의 취지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했고, 제 흥미를 자극하는 일이면서 앞으로도 계속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대표이사의 러브콜을 받아드렸고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저는 선택을 한번 하고 나면 돌아보지 않아요. 이미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에 내린 결정이고 스스로의 안목을 믿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최선의 길을 찾아 갈 것입니다.



 ‘째깍악어’라는 플랫폼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겠어요?


 째깍악어는 아이를 맡길 부모와 검증된 선생님을 매칭시켜주는 돌봄 서비스예요. 선생님은 자격증을 소지한 보육교사 선생님과 대학생 선생님으로 나뉩니다. 서류검증과 범죄경력 조회, 인⋅적성 검사, 면접 등 엄격한 기준을 통해 선발된 선생님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이기 때문에 좀 더 깐깐한 기준으로 선발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저희는 선생님들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어요. 부모와 아이 외에도 이 플랫폼을 이용하는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를 통해 선생님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30% 할인된 가격으로 돌봄을 제공합니다. 모든 부모가 소외없이 자녀를 돌보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형편이 어려운 분들의 비용은 저희가 함께 부담하는 거지요. 선생님들 중 자발적으로 봉사하실 수도 있어요. 일종의 재능기부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신청에 따라 취약계층을 맡아 돌봄을 진행하고 할인된 가격만큼 봉사 선생님과 회사가 함께 부담합니다. 단순한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아이를 돌보는 일인 만큼 정서적인 것과 경험적으로도 얻는 것이 많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선생님으로 지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가치와 현실 앞에 망설이는 우리


 마지막으로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갖는 동문이나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가장 먼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연습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남들이 다 하니까 하는 것을 끊는 연습’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알고 하는 연습’을 병행하셨으면 좋겠어요. 결과는 다양하게 도출될 수 있지만,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내가 뭘 하고 싶어하는 사람인지 명확해지게 됩니다. 두 번째로는 지나온 경험들에 대한 확신을 가지세요. 사람들은 진로를 바꾸면 그 전의 일들을 가치 없게 생각하곤 합니다. 이전 진로나 배경, 삶의 가치들은 모두 또 다른 문을 여는 핵심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쓸모 없는 경험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배경을 잘 활용했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는 사회적 기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해보기 전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를 함께 달성하는 경험은 많은 영감과 성취를 가져다 줍니다. 실제로 째깍악어를 비롯한 사회적 기업에 근무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업무에 대해 굉장히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어요. 여러분도 자신이 가슴 설레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존 러스킨은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무엇으로 채워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건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자신의 성취를 통해 사회에 따뜻함을 채우는 박현호 동문처럼 우리가 마주할 시간들을 ‘흘러가는 세월’이 아닌, ‘밀도 높은 삶’으로 만들어가기를 기원한다.



 글    | 김도연 (학생기자, 커뮤 17) ehdusdl@sogang.ac.kr

 사진 | 김도연 (학생기자, 커뮤 17) ehdusdl@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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