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서강도 ‘가장 건강히’ 청춘이기를, 보건교사 박연식 선생님 인터뷰
작성자 서강가젯(Sogang gazette)
작성일 2019.10.18 10:51:55
조회 2,182






▲ 서강대학교 보건실에서 근무 중인 박연식 선생님



서강대학교에서 아플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공간, 보건실. 베르크만스관에 위치한 이곳은 서강 가족에게라면 언제든 열려 있는 치유의 공간이다. 이곳이 특히나 든든한 건, 9년째 이곳을 지키는 ‘터줏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보건 교사 박연식 선생님이다. ‘집’ 같은 곳, 엄마 같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 서강대학교의 보건실과 그녀, 그 이면에는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선생님의 오랜 노력의 시간이 있었다. 아프고 지친 심신을 이끌고 문을 두드리는 우리들을 따뜻하게 맞아주기 위해 그녀가 서강에 바쳐 온 오랜 헌신이 있었다. 사람을 위한 최선이 무엇일지를 늘 고민한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그러나 서강 안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서강가젯이 직접 박연식 선생님을 만나, 서강대학교 보건실을 든든히 지키는 그녀의 강한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보건교사’라는 이름으로 대담한 도전장을 던지다          


안녕하세요 보건 선생님,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선생님과, 요즘의 서강대학교 보건실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올해로 서강대에 재직 9년 차를 맞는 보건교사 박연식입니다. 보건실은 늘 그렇듯이 서강 가족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 임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내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할 시 빠르고 안전하게 대응하고, 신체나 마음이 아파 찾아오는 학생들을 상담하고 치료해 주는 일들이 주된 업무이죠. 그 밖에 전염병 예방 관리, 여러 교육 및 프로그램들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프로그램들도 기획, 진행하고 있습니다.



거의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서강에 계셔 주셨네요. 그동안 가장 노력해 주신 부분, 또는 그로 인해 서강대학교 보건실에 달라진 부분들이 있을까요?


저는 서강대에 오기 전에 임상 현장의 간호사였어요. 그랬기 때문에 병원과 비교해서 학교에서 부족한 것들이 자꾸 보였죠. 그런 점들을 파악했다가 도움을 구하기도 하고, 직접 추진해 왔어요.

 

첫 번째로 보건실 환경이 많이 바뀌었죠. 제가 처음 부임했던 2010년 당시에는 보건실이 지금의 남덕우관(과거C관)에 정말 조그맣게 있었어요. 안정실에 침대도 없이 매트리스 하나만 들어 있었고, 혈압기나 신체 측정기 모두 수동이었어요. 변변한 약장도 하나 없이 열악했던 기억이 납니다. 남녀안정실을 분리하고 상담실을 겸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 무엇보다 학생들의 접근이 쉬워야 한다는 것을 건의했어요. 인바디 기계를 들일 땐 관련 학과 교수님들께 협조 동의서명을 받기도 했어요. 현재 보건실로 이사 올 때는 창고에 쌓여 있던 가구들에 “보건실 것” 이라고 써서 ‘찜’하고 직접 챙겨 오고, 목공실을 쫓아다니며 소품들을 만들어 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답니다. 그 덕분에 지금은 그래도 아주 조금은 ‘보건실 답지’ 않나요? (웃음)

 

둘째, 전에는 건강 증진 프로그램이 많이 없었어요. 오는 환자를 받기에 바빴죠. 그런데 학생들을 맞다 보니까, ‘이걸 미리 교육했더라면 아프지 않았을 텐데’ 하는 경우가 많이 있더라고요. 알지 못해서, 미리 배우지 못해서 아픈 학생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고요. 오는 학생들을 맞는 데 그치지 않고 미리 예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건강한 서강’이라는 모토 아래 여러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게 됐죠. 일차적으로는 네이버 닥터 팀의 교내 방문 성교육부터, 세브란스 고혈압 건강증진 팀과 연계한 교육, 금연버스 초청, 비만방지사업 등이 모두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들이에요. 대사증후군 프로그램이나 심폐소생술 교육 같은 경우는 저희가 거의 처음으로 시작하고, 이후에 여러 학교들로 확산되기 시작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보건실의 역할이 단순한 응급처치에만 머무르지 않고, 학생들 건강을 위해 더 큰 꿈을 꾸게 되기를 바라요.


# 모두에게 열린 '쉼터', 서강대학교 보건실



가끔 학생들에게 “서강대 보건실은 엄마 같아,” 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보건실을 운영하시는 데 있어 가장 주축이 되는 가치관이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처음부터 ’문턱이 낮은 보건실‘을 만들고자 하는 꿈이 있었어요. 교직원도, 교수님도, 우리 학생들도, 청소하시는 분들도 누구나 쉽게 와서 잠깐이라도 쉬었다 가거나 치료받을 수 있는 곳, 모두에게 열려있는 '쉼과 회복'의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죠. 일차적으로는 당연히 모두에게 불편하지 않은 곳이었으면 하고요. 물론 인바디 재러 와서 너무 오랫동안 머물며 크게 떠들거나 하면 안 되겠지만요.(웃음)

 

학교에 오니까 사람이, 아이들이 보이더라고요. 조교 친구들과 함께 일을 하니까 학생들 실정을 조금 더 가까이 알게 되기도 했고요. 우리 학생들, 안으로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밖에서는 취업에 대한 압박을 동시에 받으면서, 더 이상 열심일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지내더라고요. 제일 예쁘고 건강할 나이인데, 학업과 압박에 찌들어서 많이들 예쁜지도 모르고 이 시기를 보내고 있기도 했고, 가장 건강해야 할 나이에 술과 담배로 건강을 낭비하기도 하고요.

 

서강에서의 제 9년 간의 시간은 이런 아이들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려는 노력의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참 많은 학생들을 봤죠. 중도에 스트레스 때문에 몇 번이나 휴학하는 친구들도 많이 보고… 사실 우리 학생들 힘든 건, 표정만 봐도 알죠. ‘많이 힘들구나, 잘해주고 싶은데.’ 다 하루하루가 아까운 청춘들인데, 더 행복했으면 좋겠죠. 그래도 이 대학까지 힘들게 도착했는데, 중간에 건강 때문에 멈추게 되면 안 되잖아요. 건강이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정도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걸림돌은 되지 않았으면 해요. 제가 모든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져 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찾아오는 학생들한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감사하겠어요. 그러다 보니 4년 내내 단골들도 생기고, 졸업 후에도 찾아와 주는 친구들도 생기고, 그렇게 지금까지 왔네요. 그리고 제가 원래, 대학생들을 좀 좋아해요. ‘말이 통하’잖아요. 소통이 되니까요. 그리고 저도 학생들을 만나면서 세대의식을 떨쳐버리고 멋진 어른의 모습이 되려고 의식적으로 애쓰게 되니 참 감사한 일이죠. 그래서 학생들과의 소통 자체가 제게도 큰 유익이라 생각해요.



학생 한 명 한 명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려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혹시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이나 사례가 있으실까요?


아무래도 우울증이라든지 정신장애라든지,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던 친구들이 많이 기억이 나요. 졸업 후에 찾아오는 친구들도 그런 친구들이 대부분이고요. 신체적 상처는 비교적 괜찮아요. 좀 참지, 하며 등짝 한 대 때리고, 붕대 감아 주면 괜찮아지니까요. 그런데 정신장애는 겉으로 드러나는 아픔이 아닌 만큼 더 위험하고, 그러니 더 마음이 쓰이죠. 그런 학생들이 중간에 갑자기 오지 않거나 연락이 안 될 때, 끝까지 챙겨주지 못했음에 가장 마음이 아파요.

 

동기들 선배들과 잘 못 어울리는 친구들도 기억에 남아요. 유독 대인관게에서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이 소화기, 장 등에도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정신이 건강해야 육체도 건강할 수 있거든요. 그 친구들과 친해져서 이야기를 나눠 보면 공부도 힘들고, 대인관계도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마음이 가요. 가끔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던 친구들도 있었죠. 자해를 한다던지, 지나치게 이성 친구에게 의존하게 된다던지... 그런 아이들 한 명 한 명 이야기를 들어 보면 다 이야기가 있고 이유가 있어 이해가 돼요. 이유와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그걸 우리 학생들도 기억하고 주위 친구들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더 건네 줬으면 좋겠어요.

 

외국인 친구들 중에서도 마음 쓰이는 경우가 많아요. 낯선 곳에서 혼자 사는 경우가 많으니까 형편도 어려운 경우도 많고, 언어 문제로 병원에도 못 가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래서 제가 경제적 지원이나 통역을 지원해서 병원에 보내거나 치료도 끝까지 도와주기도 해요. 잘 나아줘서 고마웠고, 낫고 찾아와 주니까 고마웠죠. 외상 치료를 넘어서 학생들 곁에 엄마의 모습으로, 상담까지 겸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보람찰 수 없겠죠.

       


# 대학을 넘어, 세계로 몸을 던지다


말씀을 들어 보니 학생들뿐 아니라, 나아가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늘 고민하고 실천하신다는 생각이 들어요. 혹시 직무 이외에도 선생님의 가치관을 위해 행하고 있는 일이 있으신가요?


겨울 방학 때마다 라오스로 의료봉사를 다니는데 벌써 8년이 흘렀네요. 학교에 재직하니까 가능한 일이죠. 학교로 일터를 옮기게 된 것도, 방학이 있는 학교로 옮기면 봉사를 위한 시간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결정적이었어요. 계절학기가 끝나고 나면 비교적 시간이 자유로우니까요. 거창하고 대단한 봉사는 아니지만, 병원에서 근무할 때부터 태국이라든지 우즈베키스탄으로 선생님들과 봉사를 많이 다녔어요. 그럴 때마다 겉보기로는 뭔가를 ’해주러‘ 가는 것 같은데, 매번 제가 그들로부터 얻는 것이 훨씬 많더라고요. 제가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인 것이 감사하고, 이제까지 배운 것을 귀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나라와 나라를 떠나서 사람을 포용하고 대화할 수 있음에 감사하죠. 올해도 아직 휴가를 공식적으로 내지는 않았는데, 늘 부서에서 ‘이번에도 당연히 가겠구나‘ 하시며 지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답니다 (웃음) 한 해 한 해, 그들의 필요에 더 섬세히 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해외 봉사를 꾸준히 다니시면서, 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사례가 있으신가요?


제가 해마다 가는 라오스는 조혼의 풍습이 있는 나라에요. 제대로 성장도 못한 아이들이 벌써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모습을 봤을 때, 안쓰럽기도 하지만 또 그 생명들이 많이 소중하고 예쁘기도 하죠. 라오스는 같은 지역을 8년째 방문하고 있어요. 14살 때 봤던 아이들이 벌써 아이들을 셋, 넷 낳았으니 올해 가면 또 아이들을 얼마나 많이 낳았을까, 보고 싶고 궁금한 마음에 매해 찾아가게 되죠. 참 신기한 게, 언어가 정말 다른데도 마음이 통해요. 예를 들어서 감자를 찧어서 줘야 하는데 설탕이 부족하다, 손짓 몇 번 하면 다 알아들어요. 불을 피워야 하는데 장작이 부족하다, 그럼 눈짓만 해도 말이 통해요. 이미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사이가 된 것 같아 감사하고, 다녀오고 나면 뭔가 마음이 한껏 충만해진 느낌이 들어요.

 

라오스 오지, 산까지 깊숙이 들어간 곳이지만 8년이 지나는 동안 점점 마을이 변화되고 사람들이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감사해져요. 이젠 서로를 알아보고 달려와 안기는 모습에 또 발길이 향하고, 올해는 무엇으로 나누고 와야 하나 하는 기대감도 들고요.

 

라오스 사람들은 ‘방갈로’에 살아요. 밑에는 돼지가 사는 열악한 움막이라, 위생 상태가 정말 나빠요. 씻을 곳도 마땅찮고 수질도 나쁘니까요. 처음에는 손 닦아주는 데만 하루 종일이 걸리기도 했어요. 요즘에는 위생교육도 시키고, 우물도 새로 생겨서 그나마 괜찮지만, 예전에는 아이들이 더러운 손으로 눈을 진물이 날 때까지 비비곤 했거든요. 한 아이는, 방치하면 실명이 될 수도 있을 정도로 눈에 진물이 많이 나고 물렀어요. 치료를 했지만 결국 후유증이 남아서 눈의 모양도 이상하고, 아직도 상처가 남아있어요. 그래도 밝고 환한 웃음을 잃지 않은 아이라 늘 마음에 남습니다.



물론 뿌듯한 순간도 있지만, 힘드실 때도 분명 있으실 것 같아요. 또, 지금의 사회를 ‘베풀면 손해가 되는 세상’이라고들 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꾸준히 선생님의 가치관을 견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비롯, 가족 중에 교사가 많았어요. 늘 집으로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았어서인지 제가 친화력이 있는 편이고, 누군가와 대화하고 상호작용하는 게 익숙해요. 그리고 제가 또 아이들을 좋아해요. 공부하느라 멀리 떠나 있는 두 아이들 생각에 학생들을 보면 다 딸 같고, 아들 같고요. (웃음) 그래서 저도 모르게 오지랖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이 몸에 배어 있어요. ‘이걸 해주면 좋지 않을까? 이렇게 해주면 도움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요. 주위의 좋은 사람들을 보면서도 당연히 많이 배웠고요.

 

보건실도 마찬가지예요. 사실 당연히 오는 환자만 보기도 바쁠 때가 많지요. 하루에 60명은 오니까요. 어떤 프로그램을 하나 하려면 업체와 컨택하랴, 장소 정하랴… 힘들 때도 있고,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지만, ‘이거 참 좋겠다’하는 오지랖, 사람, 학생들에 대한 사랑으로 또 시작하게 된답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사실, 내가 배운 것을 누군가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많이 기쁘기도 하고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일, 그 언저리에서 미약하나마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이 늘 작은 소망이랍니다.


 


 ▲ 라오스에서 의료 봉사 중인 박연식 선생님 



# 서강의 건강, 과연 안녕하신가요?



건강하기가 참 힘든 세상인 것 같습니다. 여러 압박들과 바쁜 생활로 건강을 챙기기 힘들고, 특히 청춘들은 정신적으로도 약해져만 가는 것 같아요. 지금, 선생님께서 보시는 서강의 건강 상태는 어떤가요?


먹고 사는 문제, 표면적인 건강은 많이 좋아진 것처럼 보여요. 건강에 대한 관심도 자체도 많이 높아졌고요. 그런데... 환경 탓인지 현실 탓인지는 몰라도, 학생들이 많이 ‘약해진’ 듯한 느낌이 들어요. 체력적으로도 심적으로도요. 경제적으로 비교적 부유해져서 예전에 비해 잘 먹고, 보다 건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음에도 학생들이 더 심약해지고 있으니 모순이죠. 불확실한 미래나, 당면한 문제들에 시달리고 있는 거겠죠. 제때 잘 먹고, 숙면하고, 운동을 조금이라도 해야 하는데, 이 기본적인 것들이 이루어지지 못하니까 학생들의 심신이 불균형해지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환율, 즉 ‘질병에 걸리는’ 학생들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그냥 ‘약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무력해지고, 허약해지는 거죠. 인바디를 재보면 신체발달점수 80점을 넘는 친구가 거의 없어요. 저희가 일년에 3천 명 정도의 인바디를 찍는데, 불균형이나 체력 저하가 굉장히 많이 나와요. 학생들이 받고 있을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느껴지죠. 저도 20대 때는 고민이 정말 많았던 것 같아요. 참 치열하게 살기도 했고.. 그럼에도 우리 시대에게 주어졌던 부담은, 요즘 친구들에게 가해지는 짐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많이 안쓰럽죠.

 


무력해지기 참 쉬운 사회라서 그럴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주위의 요구는 높은데 성취하기는 점점 힘들어져만 가니까요. 이런 사회에서도, 저희가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할까요?


사람들마다 이겨내는 법이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에는 좋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부대끼며 함께 버텨냈던 것 같아요. 그들을 통해 세상을 이겨내는 법을 배우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민을 털어내기도 하고요. 우리 학생들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내가 마음 안에만 가지고 있으면 짐이 점점 무거워만 질 텐데, 말로 표현하면 상당히 가벼워질 수 있거든요. 같은 고민을 안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거니까, 결국 동병상련이잖아요. 다 같이 아픈 거니까요.

 

무엇보다 기본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해요. 잘 먹고 잘 자는 것을 넘어서 일주일에 세 번이라도 운동하는 것, 굉장히 중요해요. 가볍게 걷거나 계단이라도 올랐으면 좋겠어요. 중고등학생 때는 부모님 밑에서 세 끼를 잘 챙겨 먹었겠지만, 이제 떨어져 나와 사는 친구들이 많잖아요. 갑자기 술 담배도 시작하고,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식품에 자주 노출되기도 할 텐데. 그럴 때 조금씩이라도 절제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성 관계도 아름다운 수준으로 유지했으면 좋겠구요. 그리고 늘 ‘자족하는 삶’이 건강하다고 생각해요. 주어진 삶 속에서 행복하게 사는 거죠. 일단 최선을 다하고 나면 그 결과에 승복하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더 가치 있는 일을 찾아가면 되지 않을까요? 물론 모범 답안이 정해진 사회라고 느낄 수도 있고, 그래서 자족하기 힘든 사회라고 생각될 수도 있어요. 그래도 우리가 모두 그 기준에 맞출 필요는 없잖아요.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 할 수 있는 최선으로 가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지나치게 상처받을 때까지 도전하지는 말아요, 우리.

 


지금 선생님께 서강은 어떤 의미인가요? 또, 서강 가족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려요.


서강은 이미 저의 존재 이유 중 하나죠. 아이들이 너무 바르고, 예쁘거든요. 대학보건협회에 가면 여러 선생님들께 이상한 아이들의 사례를 많이 듣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 학교에서는 아직 한번도 못 봤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해요(웃음). 서강 가족들이 보건실을 조금 더 편하게 생각하고, 자주 왔으면 좋겠어요. 감기라든지 생리통, 치통, 안질환까지 여러 약품들을 많이 갖춰 두었기 때문에 아프면 일단은 와서 문을 두드려 보면 좋겠어요. 참지 말고요. 환절기에 마스크도 나누어 주고, 보건실 건강행사 등 정말 유익한 프로그램들이 많아요. 학기초에는 결핵 무료 검진도 있으니까, 꼭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학교 만 명의 학생 중에 늘 참가자가 이백 명을 넘기가 힘들어요. 전염병이 퍼지는 건 한순간이니까, 미리미리 무료로 검진받았으면 좋겠어요. 빨리 발견하면 훨씬 대처가 쉬워지거든요. 서강에서 처음으로 시작돼 대학 사회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으니까, 자부심도 가지고 더 열심히 참가해 줬으면 합니다. 보건실 홈페이지에 공지를 올리고, 중요한 것은 학교 홈페이지에도 올리니까 더 많이 관심 가져 주세요.

 

사실 시설 면으로 보면 우리 학교보다 훨씬 좋은 곳도 많아요. 연대 이대만 봐도 병원과 연계한 센터가 있으니까요. 그들과 시설 면으로는 비교할 수 없지만, 물리적인 환경보다도 학생들이 왔을 때 편안하게 응대해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해요. ‘따뜻한 보건실'이라는 평가에 걸맞게 누구나 편안히 쉴 수 있는 보건실이 될 수 있도록, 제가 더 노력해 볼게요. 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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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박승빈 2019.11.15 16:20
선생님 늘 응원합니다. 선생님 글만 봤는데도 온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