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람, 그리고 소통을 말하다, 전형준(국한 14) 학생
작성자 서강가젯(Sogang gazette)
작성일 2019.01.29 14:06:38
조회 2,968






 



▲ 베트남 전통 의상을 입고 있는 전형준 학생


베트남어라는, 서강인에겐 조금 생소할 수 있는 언어를 깊이 있게 파고들어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사람이 있다. 한국과 베트남에 대한 내용을 다루며 3만여 명의 페이스북 팔로워와 1만여 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콘텐츠 제작자이자, 오는 2월부로 베트남 하노이의 ‘베트남 국영 방송국(VOICE OF VIETNAM)’에서 본인의 이름을 건 라디오 프로그램 ‘전형준과 아직 못다한 이야기’ 진행자로 활동할 예정인 전형준 학우를 만났다.



출국을 앞두고 있어 바쁘실 텐데, 시간 내어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국제한국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있는 14학번 전형준입니다. 현재 한국과 베트남 문화를 알리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베트남과 베트남어를 사랑하는 남자입니다.



올해 2월부터 베트남 국영방송국에서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 일하게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외국인으로서 생방송 라디오 진행자 자리를 얻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사실 베트남에선 꽤 오래전부터 한국어가 굉장히 인기있는 언어였어요. 많은 사람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그와 관련된 진로를 결정하고 있죠. 제가 일하는 베트남 국영 방송국에서도 작년 9월부터 한국어 관련 정식 프로그램,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 베트남 내에서 한국어가 가능한 인력을 많이 채용하고 있는데, 기회가 되어 제가 라디오 진행자로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국제부 소속으로 한국 관련 기사 번역 등에 참여할 예정이에요.



겸손하게 말씀하셨지만, 굉장히 적극적으로 기회를 얻어내신 거라 들었어요. 어떤 계기와 과정을 거치셨는지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사실 그동안 베트남에 오래 살아본 적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현지에서 제대로 배우고 경험해보자 하는 욕심이 생겼죠. 이왕이면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지내고 싶어 베트남 방송국 5, 6개 정도에 편지와 제안서를 보냈어요. 생각보다 답이 많이 왔어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지 알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이야기가 잘 돼서 국영 방송국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셨군요.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신가요?


우선, Kpop과 Vietnamese pop(이하 Vpop)을 함께 다루는 음악프로그램을 제안했어요. 베트남 사람들이 Kpop에 워낙 관심이 많고, 최근 Vpop 역시도 굉장히 발전하여 인기를 많이 얻고 있어요. 그 외에도 청취자와 소통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려 해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공개 라디오 방송을 진행해서 많은 사람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베트남 사람뿐만 아니라 베트남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까지, 남녀노소 다 같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콘텐츠 제작자로 활동하긴 하셨지만, 영상과 라디오는 많이 다르잖아요. 심지어 베트남어로 진행해야 하는데, 두려움은 없으셨나요?


두려운 마음도 있죠. 베트남 사람들과 일하는 데다 아무래도 실전이니까요. 하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잘 해내 보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거의 한 달 치 계획을 미리 세워 놨고, 계속 공부할 마음의 준비도 되었습니다. 날이 다가올수록 두려움보다 설렘이 더 큽니다.



그동안 다양한 베트남 관련 활동을 해오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경험들을 해오셨는지 소개해 주시겠어요?


성인이 되고부터 5년째 BBB KOREA에서 재능기부를 하고 있어요. BBB KOREA는 문화체육관광부 등록 언어문화 NGO로, 한국에 있는 외국인이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외국어 능통 봉사자가 개인 휴대 전화로 외국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끔 연결해주는 프로그램 입니다. 다양한 상황에서 전화가 오는데, 다문화가정 부부갈등 해결을 위해 2시간가량 통역을 한 적도 있고, 경찰서에서 급한 전화를 받은 적도 있어요. 가장 안타까운 건 병원에서 전화가 올 때에요. 상태가 안 좋은데 소통이 힘드니 서로 애타고 힘들죠. 제 베트남어 실력을 통해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쁜 마음이 드는 한편, 가슴 아프기도 해요.

 

베트남에 오래 살아본 적은 없지만, 여행은 자주 갔어요. 저는 일도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게 워낙 많아서, 기말 시즌만 되면 티켓을 끊고 방학마다 베트남을 방문해 일을 벌였죠. 2015년엔 ‘베트남의 맛을 찾아서’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위쪽부터 베트남의 8개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그 지역의 특별한 음식을 알아보러 다녔죠. 100명 가까운 친구들을 만났는데 다들 정말 적극적으로 자기 지역의 매력을 알려주려 하더라고요. 최근에 놀랐던 게, 당시 참여한 사람들이 아직도 서로 만나고 있다는 거예요. 제가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나와 베트남인을 넘어 베트남인들을 잇는 가교가 되었구나 싶었어요. 이렇게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매개가 되는 게 저의 가장 큰 꿈이에요.

      




▲ 외교부 공공외교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전형준 학생


그런 활동들을 바탕으로 알찬 콘텐츠를 만들어 오셨던 거군요.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 활동해 오셨는데, 어떤 영상을 만드셨는지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우리나라에 베트남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와 있는데, 여전히 언어∙문화적으로 소외되는 일이 많아요. 어떻게하면 이들이 한국 사회 안에서 더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정말 기본적인 ATM 사용법, 통역 서비스부터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생활 문화 전반까지, 폭넓은 콘텐츠를 다뤄왔어요. 되게 많은 호응을 받았어요. 제가 연락 드린 방송사에서도 저를 이미 알고 계시더라고요. 저는 항상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콘텐츠를 제작해요. 첫 번째는 보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진심이 통해야 한다는 거예요. 제가 베트남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것이 느껴졌기에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저를 좋아해주고, 믿어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베트남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베트남을 사랑하는 남자’로서 베트남의 매력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혹은 어떻게 접근해 봤으면 좋겠다 하는 조언이 있을까요?


베트남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정이 많고 따뜻해요. 다들 마음의 벽이 없어서 누군가를 참 잘 맞아주는 것 같아요. 다가가기도, 친해지기도 쉬워요. 사람, 음식, 문화 등 알면 알수록 매력이 참 많더라고요. 누구나 한 번이라도 베트남을 제대로 접해 보신다면 분명 베트남을 좋아하게 되실 거예요. 요즘엔 기술이 발달하면서 정보도 많아지고 언어 장벽도 낮아졌잖아요. 베트남어를 알지 못하더라도 본인이 관심만 갖는다면 얼마든지 도전하고 즐길 수 있게 되었어요. 베트남뿐만이 아니에요. 두려워하지 않는 열린 마음만 있다면 여행이든 일이든 새로운 도전이 더 쉬워질 것 같아요. 아직은 베트남이 낯선 분들이 많겠지만, 한 분 두 분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진다면 한국에 남아있는 여러 차별도 없어질 수 있겠죠.

                 


베트남에 정말 관심이 많으신데, 베트남과 크게 관련이 없는 전공을 공부하고 계시잖아요. 국제한국학과 신문방송학이라는 전공이 본인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나요?


물론이죠. 제가 하려는 것과 두 전공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한국을 베트남에 알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작 한국인으로서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게 부끄럽더라고요. 베트남을 알기 전에 한국을 바로 알고 싶어 국제 한국학과에 진학했죠. 전공 공부는 나와 한국, 나아가 베트남과 세계에 대한 이해에 큰 도움을 주었어요. 그러다 취미로 만들던 영상이 계기가 되어 신문방송학과를 제2전공으로 선택했는데요, 좋은 영상을 만드는 법부터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법까지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저와 같이 영상을 만드는 친구들과 서로 영감이 되어주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시너지 효과도 내고 있어요.


베트남어 전공이 아닌 것에 아쉬운 점은 없어요. 언어는 개인적으로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고, 언어만으론 무언가를 이루기 어렵다고 생각했거든요. 언어가 담는 내용의 가치를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전공을 선택했어요. 결과적으로 정말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러셨군요. 정말 다채로운 대학 생활을 보내고 계시는데,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나 목표가 있으신가요?


아까 말씀드렸듯 가장 큰 꿈은 사람과 사람의 소통을 이루는 거예요. 한국에서는 외국인, 특히 동남아인이 약자의 위치에 있고, 언어와 인식의 문제로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저는 그들이 더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작은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어요. 나아가 한국과 베트남 청년들의 소통 플랫폼을 구축하고 싶어요. 양측 청년들간 활발한 기술 문화 교류 네트워크를 만들어 한국인의 베트남 진출과 베트남인의 한국 정착을 돕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 베트남 친구들과 함께있는 전형준 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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