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이들의 설리번을 꿈꾸다, 이현숙 동문, 아이들세상의원 원장
작성자 서강뉴스Weekly
작성일 2018.08.20 15:49:11
조회 2,141

모든 아이들의 설리번을 꿈꾸다

이현숙 동문, 아이들세상의원 원장


▲ 이현숙(종교 석사89) 동문, 아이들세상의원 원장


 이현숙 동문은 발달지연에 대한 평가와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최초의 사설 의료기관인 아이들세상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본교 대학원 종교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한 이 동문은 아이들세상 장학금을 조성하는 등 후배들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심어주고 싶다는 이 동문을 서강가젯이 만나보았다.


 독일에서 특수교육을 공부하고자 했던 이 동문은 과거 막연히 독문과 진학을 희망했었다. 당시 독일이 워낙 재활 및 특수교육이 잘 되어있었고, 전혜린의 영향으로 독일 유학 붐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독문과라는 퍼즐이 맞춰진 것이다. 그러던 중 “여자도 기술이 있어야 한다”라는 아버지의 말씀으로 뜻하지 않게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하여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했다. 이후 28년간 산부인과 의사인 남편과 함께 여성전문병원을 운영하며 평범한 개원의로 지냈다. 그러나 소아발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이 동문은 54세의 늦은 나이에 한림대학교 언어청각학 대학원에 진학하여 영유아 발달 공부에 매진 끝에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꿈꿔왔던 일이었기 때문에 힘들지 않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소아발달은 공간이 필요한 분야이므로 대학병원에서도 다루기 어렵다. 이 동문은 개원 20년 전부터 다른 병원들을 돌아다니며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파악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진단과 치료가 한 번에 이루어지는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당시 아이들은 어머니 손에 이끌려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가 중재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불안한 마음에 여기저기서 치료를 받다 보니 아이의 상태를 통합적으로 확인할 길도 없었다. 이에 안타까움을 느낀 이 동문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시기에 조기 중재를 해줄 수 있는 병원을 설립하기로 결심했다. 건물 내부 전체를 최대한 자연스러운 환경으로 꾸며 아이들에게 병원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도록 했다.


▲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아이들세상의원


 2009년 아이들세상의원 설립 이래로 이 동문은 각 파트 별 치료사들과 협력하며 아이들을 위해 힘쓰고 있다. 진단부터 각종 치료까지 한 곳에서 진행하며 아이의 상황을 꼼꼼히 모니터링한다. 또한 두 달마다 치료사들과 사례 협력 회의를 진행하여 아이의 치료 방향을 점검한다. 이 동문은 병원을 찾는 아이들의 연령이 점점 어려져 보람을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이 동문은 서강대학교와 어떻게 인연을 맺었을까. 천주교 신자인 이 동문은 박홍 신부의 강의에 매료되었고, 조금 더 알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호기심에 종교학과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다. 신부들은 “의사가 뭐하러 종교학과 대학원에 오냐”며, “좋은 책을 추천할테니 그냥 읽어보기만 하라”면서 만류하였지만,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의 이 동문은 종교가 흥미로운 세계라고 생각했고, 본교 종교학과에 진학하여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또한 서강대학교 출신 남동생과 아들을 두었기에 서강과의 인연이 더 깊고 애정이 많이 간다고 이야기했다. 이 동문은 현재 아이들세상 장학금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세상 장학금은 2016년에 신설된 장학금으로, 매학기 형편이 어려운 종교학과 재학생 1명(전액)과 학과를 불문하고 여러 명을 선발하여 지원한다. 이 동문은 “공부를 잘 해야 장학금을 주는데, 공부를 잘 하려면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몇몇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장학금 조성 결심에는 남편의 역할이 컸다며 항상 자신의 뜻을 존중하고 격려하는 남편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끝으로 이 동문은 서강대학교 후배들에게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보라”고 조언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자문하고 내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 점검하면 최소한 후회가 없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 안에 가슴 떨리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것을 향해서 가다 보면 성공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동문은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서강대학교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서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후배사랑의 정신이 지속되기를 기원한다.



 글    | 임세원 (학생기자, 유럽문화 17) iswsw@sogang.ac.kr

 사진 | 임세원 (학생기자, 유럽문화 17) iswsw@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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