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디지털 접근성을 위해, 박준효 학생(중국문화 15) 서인호 학생(정치외교 16)
작성자 서강가젯(Sogang gazette)
작성일 2019.12.10 15:15:10
조회 1,700



            


                  


▲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좌) 박준효 학생과 (우) 서인호 학생


현대인들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품이 되어버린 스마트폰, 내가 사용하기 편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쉽게 사용하고 있을까? 우리 주변에도 불편함의 정도와 사용 방법에 작은 차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작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차이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접근성 문제에 관심을 갖고 유튜브 채널 ‘방구석 리뷰룸’의 콘텐츠에 출연하여 문제를 알리고자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박준효 학생(중국문화 15)과 접근성 문제를 직접 경험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서인호 학생(정치외교 16)을 서강가젯이 만나 디지털 소외계층의 접근성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두 분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준효 학생(중문 15) : 안녕하세요. 중국문화전공 15학번 박준효라고 합니다. 


서인호 학생(정외 16) : 안녕하세요. 정치외교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16학번 서인호입니다.

 


준효씨께서 유튜브의 ‘방구석 리뷰룸’ 채널의 시각장애인 스마트폰 리뷰 콘텐츠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함께 제작하고 출연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처음 디지털 소외 계층과 접근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박준효 학생 : 지난 학기부터 시각장애인 친구의 수업 대필을 해 오고 있는데 친구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을 유심히 본 적이 있었어요. 그때 스마트폰이 사용자에게 줄 수 있는 편리함이나 정보의 접근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방학 때 ‘임팩트 베이스캠프’라는 대외활동을 하면서 시각장애인들의 정보 접근성과 디지털 접근성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어요. 디지털 기술이 우리에게 편리함도 주지만 놓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그 이후로 접근성에 대해 문제를 정의하는 프로젝트나 접근성을 알리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그러한 맥락에서 이번 콘텐츠의 아이디어도 제시하고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콘텐츠를 제안하고 제작하게 된 계기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도 궁금한데요, 들려주실 수 있나요?


박준효 학생 : 다른 학교에 다니는 시각장애인 친구가 제게 유튜브 콘텐츠를 함께 제작하자고 설득했었어요. 그런데 저희 두 명이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기획이나 편집 등의 부분에서 제약이 있었어요. 그래서 평소에 즐겨보던 테크 유튜브 채널 ‘방구석 리뷰룸’에 먼저 연락해서 접근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콘텐츠 제안을 했었죠. 다행히 유튜버 분도 관심을 가지셔서 바로 다음 날 촬영을 하게 되었고 그 다음날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되었어요.

 


접근성 기능을 접해보지 못한 분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주제입니다. 접근성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어요?


박준효 학생 : 많은 분들이 접근성의 정의에 대해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제 나름대로 설명을 하자면 기술이 주는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기본적인 개념이 접근성이에요. 즉 각자의 신체적 조건에 맞게 스마트폰을 세팅할 수 있는 기능을 통틀어서 말하는 것이고 아이폰의 경우에는 ‘손쉬운 사용’이라는 옵션을 통해 접근성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인호 학생 : 스마트폰 하나로 많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잖아요. 이걸 사용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스마트폰의 기능들을 온전히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접근성의 개념입니다. 신체의 일부가 불편한 사람들, 나이 드신 분들, 아이들도 스마트폰의 기능을 다 쓸 수 있게 하자는 이야기에요. 예를 들어 앞서 말씀하신 아이폰의 ‘손쉬운 사용’은 사용 환경을 미리 예측해서 청각장애인에게는 소리를 더 크게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나 시각장애인에게는 텍스트를 읽어주는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어요.




▲ 시각장애인의 디지털 접근성에 대한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 중인 박준효 학생 (우) / 사진클릭시 영상으로 이동


유튜브의 영상에서 시각장애인 출연자분은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 메신저는 물론이고 유튜브와 넷플릭스 영상을 시청하고 셀카를 찍는 모습을 보여주셨는데요, 실제로 인호씨는 스마트폰을 통해 삶의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서인호 학생 : 저는 중학교 3학년 무렵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전에도 컴퓨터로 정보를 검색한다거나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들이 가능했지만 항상 ‘컴퓨터를 들고 다니면서 할 수는 없을까?’라고 생각했었어요. 지금은 그런 고민이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볼 수 있겠죠. 예전에는 휴대폰으로 통화하고 문자를 보내는 정도에 그쳤다면 요즘은 기술이 굉장히 발달해서 스마트폰이 눈의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사물을 비추면 그 사물이 어떤 것인지 말해주고 글씨를 비추면 대신 읽어주는 기능도 있어요. 저는 지도 기능도 자주 활용하는데 목적지를 설정하면 현재 위치를 알려준 후 방향과 거리를 읽어서 지시해주죠. 이제는 제가 무엇인가를 봐야 할 때 스마트폰이 대신 상황을 설명해주거나 읽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박준효 학생 : 어떻게 보면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모두에게 스마트폰이 하나의 신체기관처럼 된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저희보다도 더 많은 기술의 혜택을 누리시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말씀을 들어보니 더욱 장애인과 비장애인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이 같다고 느껴지네요. 단지 접근성과 사용 방식 측면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서인호 학생 : 저는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어서 아이폰에 탑재된 기능 위주로 설명을 드릴게요. 우선 ‘보이스 오버’ 라는 기능이 있는데, 이 기능은 조작 방법을 음성으로 알려줘서 조작을 도와줘요. 그리고 일반 모드에서는 앱 아이콘을 한번 터치하면 그 앱이 활성화되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접근성 기능을 켠 상태로 아이콘을 한번 터치하면 제가 방금 누른 아이콘이 어떤 건지 읽어줌과 동시에 그 아이콘에 테두리가 씌워져요. 마치 컴퓨터의 커서와 같은 역할로 무엇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 알려주는 거죠. 여기서 한 번 더 터치하면 커서가 활성화되는 것처럼 앱을 실행하게 돼요.

 

여기까지가 기본적인 핸드폰 작동에서의 접근성 기능이라고 하면 앱 등을 통해 좀 더 다양한 접근성 기능을 활용할 수도 있어요. 사진을 찍는다거나 지도를 보는 시각적인 활동도 할 수가 있는데 가령 이 앱은 ‘Seeing AI’라고 해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출시했어요. 카메라 렌즈가 비추고 있는 곳에 이런 식으로 몇 명의 사람들의 얼굴이 화면의 어느 영역에 나오고 있는지 얼굴을 인식해서 읽어주죠. 사진을 찍으려면 카메라가 어떤 피사체를 담고 있는지 알아야 하는데 그 정보를 음성으로 알려주는 거예요. 접근성이라는 게 별로 어려운 게 아니에요. 지도를 보는 목적은 제 위치를 파악하고 목적지로 가기 위해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알기 위한 것이잖아요. 일반적인 모드에서는 점선이나 실선 등 선의 형태나 색깔 등으로 보여준다면 시각장애인에게는 제 위치를 주소로 읽어준다거나 제게서 가장 가까이 있는 지형지물을 알려주기도 하고요. 또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거리는 얼마나 가야 하는지를 알려줄 수 있는데 그 방법은 굉장히 다양해요. 어떤 방식으로 제공했을 때 사람들이 서비스를 가장 온전하게 사용할 수 있냐를 정의하는 것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마다 다르고 사용자는 자신과 가장 잘 맞는 걸 선택해서 사용하면 되는 거죠.

                 


 일반적으로 IT 제품의 출시에 있어 장애인 소비자들의 수요나 니즈가 어느 정도 반영되는 편인가요?


서인호 학생 : 현실적으로 접근성 기능의 수요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한국에는 시각장애인이 약 20만 명에서 25만 명 정도가 있어요. 그런데 이건 전맹(시력이 0으로 빛 지각을 하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저시력자들을 포함한 수치이고 전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추산하면 정확하진 않지만 1만~5만 명 정도 될 것 같아요. 이렇게 보면 시장이 작은 편이죠. 그런데 전 세계로 대상을 확대시키면 70억 명의 인구 중 시각장애인은 약 3억 명 정도가 있어요. 굉장히 크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간과할 정도로 작은 시장은 아닌 거죠.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제품을 새로 개발할 때나 서비스를 디자인할 때 시각장애인들의 요구가 처음부터 반영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게다가 사실 국내 대기업들조차도 개발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경로를 따로 두지 않는 경우도 흔해요. 그래도 긍정적인 점이 있다면 최근 몇 년간 기업들이 접근성 이슈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열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가 속해있는 한국 시각장애인대학생 모임에서 2016년에 카카오에 공식적으로 요청을 해서 개발자 팀과 대학생 사용자들이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서 소통을 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었었어요. 불편한 점이나 요청사항을 말하면 내부에서 반영하려고 노력해주셨어요. 삼성의 경우는 내부에 자체 시각장애인 교육팀을 구성하고 있어요. 원래 그 팀의 목적은 시각장애인들의 컴퓨터 활용 교육을 위한 것인데, 그러한 팀이 있다 보니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팀의 피드백을 반영한다고 하더라고요.

 

박준효 학생 : 저는 지난주에 한 시각장애인 분을 만났었는데 그분이 표현하기를, 아이폰이 처음 출시될 때부터 시각장애인들도 사용할 수 있게 출시되었는데 그때 ‘애플이 우리를 고객으로 받아들였구나.’라는 생각이 드셨다고 해요. 그 말이 정말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서인호 학생 : 아직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의 아쉬운 점이 당장의 주류 사용자들만 고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에요. IBM은 전 세계적으로 장애인 직원을 많이 채용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미래의 사용자들은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주가 될 것이기 때문이래요. 그런데 아직 나이가 듦으로써 생기는 불편함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미래의 고객들이 어떤 것들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불편함을 겪는지 모른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런 불편함을 미리 경험하고 있는 장애인 직원들을 채용하고 있는 것이고요.



    
그렇다면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오늘날,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박준효 학생 : 기술의 발전 이전에 문제의 정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겪고 있는 불편함 그 자체보다는 그 속에 있는 이유를 찾아서 해결하려고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기술을 도입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는 거죠.


예를 들면 주문의 편리함만을 생각해서 무인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게 아니라 현재의 주문 시스템에는 인력 수급이나 비용에 관련된 문제가 있는데 그러한 문제의 본질은 종업원이라는 단편적인 채널로만 주문하는 것에 있어요. 그걸 중심으로 고민해서 나온 대안의 장단점과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을 고려해보면 스마트폰을 통한 스마트 오더나 더 나은 방법들을 생각해볼 수 있어요. 즉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기술이 되어야 하는 겁니다.

 

서인호 학생 :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당장 불편한 것을 편리하도록 하는 것이 맞죠. 그런데 자신에게 편리하다고 해서 모두에게 편리한 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아요. 불편함을 정의할 때 조금 더 불편함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까지 고려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도 편해지는 기술이면 결국에는 모두가 편리해질 테니까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기술이 그런 방향으로 발전해오고 있어요. 중학생 때 저는 책을 읽을 수 없으니까 전자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점자책이 있긴 했지만 무겁게 뭐 하러 그걸 들고 다니나 생각했었거든요. 당시에는 아무도 전자책을 보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했는데 지금은 전자책 시장도 엄청난 규모로 성장하고 있고 오디오북 시장도 크고 있잖아요.



     디지털 소외계층의 접근성 증대를 위해 기술의 발전도 중요하겠지만 기술 외적인 부분 역시 중요할 것 같습니다.


박준효 학생 : 우선 첫 번째로 접근성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 이전에 사실 타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상 타인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법으로 디지털을 사용하는지 모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인 거죠.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접근성이라면, 그것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작은 실천으로도 가능한데요, 비장애인들에게도 편리함을 제공하는 접근성 기능이 많아요. 그걸 이용하면 앱 개발자들과 기업에게도 이용 통계가 전달되어서 접근성 개선에 유의미한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서인호 학생 : IT나 디지털 기기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우리는 어릴 때부터 배워오고 그렇게 많이들 말하잖아요. 사실 장애인을 ‘도와줘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고객’이라고 인식하지 않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제품을 만들 때도 접근성 기능이 결여되고,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면 그제서야 사후적으로 개선해주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요.


일상생활에서 문득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만약 눈이 보이지 않는다면, 잘 못 듣는다면, 다리가 불편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면 좋을 것 같아요. ‘똑 같은 상황에서 내 조건이 바뀔 때 내가 세상의 표준에 맞추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고민이요. 사회가 요구하는 표준이라는 게 너무 높은 게 아닐까 그런 얘기죠.




     유튜브 영상에서 준효씨께서 “기술이 모두를 고려하지 않으면 차별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의미일까요?


박준효 학생 : 기술의 발전이 놀랍고도 빠르지만 그렇게 발전해온 기술의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동시에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술 발전을 통해 쉽게 정보를 얻고 인간의 선택을 돕는 면이 있는데, 반대로 디지털 소외계층은 그 부분에서 새로운 어려움을 겪게 돼요. 남들의 선택이 쉬워진다는 뜻은 그만큼 누군가는 뒤처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그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기술은 인간이 인간을 소외시키게 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기술은 인간의 선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다행히도 인간이 그 소외를 막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충분한 관심과 노력이 있다면 인간끼리의 소외는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인호 학생 : 같은 기능을 누군가는 쓸 수 있는데 누구는 못 쓴다고 하면 그것 자체가 차별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런 이유 없이 만들어진 장애라는 조건 때문에 차이가 생기면 그게 곧 차별이에요. 그런데 기술의 발전이 역설적으로 그 차별을 심화시키기도 한다는 거죠. 그렇지만 긍정적으로 보자면 기술에 관한 모든 것은 인간의 선택으로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차별이나 소외를 만들 수도 있지만 만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이 선택의 문제이죠.



     기술의 발전은 항상 인간에게 이로움만을 선사하는 줄만 알았는데 인터뷰를 통해 차별이라는 어두운 면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관심과 노력을 통해 소외를 막을 수 있다니 다행이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두 분의 향후 목표나 바램이 있다면 말씀해주시겠어요?


박준효 학생 : 저는 우선 문제 정의를 잘 하는 서비스 기획자가 되고 싶어요.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은 결국 문제를 제대로 분석해서 정의하는 과정이잖아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한정된 자원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술의 혜택을 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디지털 소외계층과 공감하는 기획자가 되고 싶어요. 누구나 쓰기 쉬운 제품을 고민할 때 누구든지 쓰기 편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 그리고 접근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제가 방학 때 진행했던 ‘시각장애인 접근성’ 문제 정의 프로젝트를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프로젝트 링크 바로가기: https://100up.kakaoimpact.org/problems/20/view

 

서인호 학생 : 두 가지 목표가 있는데 우선 첫 번째로는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아까도 언급했지만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획〮개발 단계에서 디지털 소외계층을 모두 고려하는 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에요.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으면 아예 생각조차 하기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제가 생각했던 것은 ‘주변의 그런 사람’이 되겠다는 거예요.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 제가 직접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지는 않더라도 개발을 배워서 개발 팀에 들어가면 기획자들과 개발자들이 저를 보면서 불편함의 정도가 조금 다른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 않을까요? 역량이 되어서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개발할 수 있다면 더더욱 좋을 것 같고요.


개인적인 목표로는 ‘한 사람의 몫’을 온전히 하고 싶다는 바램이 있어요. 사실 저는 장애인은 모든 일을 혼자 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당장 수업에서 하는 조별 활동에서도 눈으로 봐야 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저만의 전문분야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제가 꼭 필요한 분야 말이에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개발’이나 ‘코딩’과 같은 전문 분야들이었습니다. 이런 분야에서는 만약 제가 일하다가 도움이 필요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요청하면 보통 사람들은 제 눈 역할 정도만 도와줄 수 있는 것이죠. 그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코딩을 했다고 해도 그건 제가 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고요. 그런 전문분야를 가진 독립된 존재가 되는 게 제 목표예요.


박준효 학생과 서인호 학생과의 인터뷰는 오늘날의 기술 발전의 양면성과 앞으로 기술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술의 혜택을 제약 없이 누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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