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유럽 교환학생! 이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최예린 학생(경제 18, 스페인), 정서윤 학생 (영문 16, 영국)
작성자 서강가젯(Sogang gazette)
작성일 2020.06.15 16:08:37
조회 4,226




      

 지난 2월부터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미국과 유럽 등으로 파견을 간 본교 교환학생들의 다수가 조기 귀국을 결정했다. 하지만 코로나19에도 파견학교에 끝까지 남아 학기를 마무리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 최예린(경제 18), 정서윤(영문 16) 학생의 이야기를 서강가젯이 들어봤다.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최예린 학생 (경제 18), 정서윤 학생 (영문 16)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최예린   저는 경제 18 최예린입니다 2020-1학기에 스페인 uc3m으로 파견왔습니다.


정서윤   안녕하세요. 영미어문 전공 정서윤입니다. 2020년 1학기에 영국 SOAS(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University of London으로 교환학생을 왔습니다.


 


이번에 파견 가신 학교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예린   스페인어를 조금 할 줄 알아서 이왕이면 스페인어를 연습할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정서윤   영어권 국가 중 어렸을 때 캐나다와 미국에서 살아서 영국이 궁금했고 영문학 전공이다 보니 영국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있었습니다. 영국 학교를 알아보던 중 SOAS가 명성 있는 학교이고 런던에 위치해 있으며, 다양한 나라와 인종의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파견을 결정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교환학생이 조기 귀국을 결정했는데도 불구하고 귀국을 하지 않은 채 현지에서 학기를 마무리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최예린   uc3m은 학기를 1월 말에 시작해서 스페인 상황이 악화하기 시작한 3월 중순에는 이미 학기가 반 정도 지난 후였습니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가서 학기를 다시 시작하자니 좀 막막했습니다. 또한 현지 학교에서 수강하던 과목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 다른 과목을 듣게 된다면 이어질 학기에 들을 과목에 대한 계획이 완전히 꼬여버려 학기는 마치고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정서윤   4학년 1학기에 교환을 온 상태라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져서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코로나19 때문에 교환을 포기하기보다는 이 상황 속에서 달라진 생활도 교환학생 경험의 일부로서 의미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롯이 혼자 남겨진 상황이 나를 되돌아보고 성장할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남기로 결정했습니다.


 


현지에 남아 학기를 수료하기로 결정하고, 걱정되는 부분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최예린   아무래도 코로나19 감염과 인종차별에 대한 걱정이 가장 컸습니다.
 코로나가 퍼지던 초기에는 다들 마스크를 쓰지 않는 분위기라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사람이 많은 곳에 갈 때면 코로나 걸릴까 봐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초기에는 마스크를 쓰면 인종차별의 타깃이 될 확률이 높다고 해서 마스크도 쓰지 못해서 더 답답하고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lockdown이 시작되고 마트와 약국 이 외에는 외출이 금지되면서는 다들 마스크도 쓰기 시작하고 방역 수칙이 강조되는 것으로 느껴져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은 줄어들었으나, 인종차별에 대한 두려움은 커졌습니다. 한동안은 열흘에 한 번씩 마트에 가면서, 오늘이 인종차별 당하는 날일까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사실 인종차별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인종차별을 당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이 컸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인종차별을 당하진 않았지만요.


정서윤   평소에 자주 가던 거리에서 동양인이 폭행을 당하고 SOAS 한국인 학생이 폭행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인종차별을 당할까 봐 무서웠습니다. 또, 초기에는 런던이 다른 지역들과 달리 확진자 수가 많아서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봐 걱정이 돼서 몇 주 동안 기숙사에만 있었습니다.


▲ 코로나19로 인해 마트에 줄서서 입장하는 모습


 


특별히 코로나19 상황에 맞닥뜨리면서, 현지 교환학생들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코로나19 상황에서 겪은 어려움이 있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예린   다들 한국으로 돌아가는 분위기였습니다. 몇몇은 부모님이 걱정하셔서 들어갔고 몇몇은 불안하다고 바로 한국행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다들 이렇게 아무것도 못 해보고 돌아간다는 것에 심란해 했어요. 저와 연락하고 지내던 교환학생들은 모두 귀국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겪은 어려움은 정말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계획을 세울 수가 없습니다. 저는 원래 6월 8일 비행기로 귀국 예정이었는데 비행기가 갑자기 7월 1일로 미뤄졌습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고 한순간에 큰 결정을 해야 해서 그것이 좀 부담스러웠습니다.
 원래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여기까지 왔으니 여행도 하고 밖에 돌아다녀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을 수 있는 명분이 생겨 그것은 좀 편했습니다.


정서윤   미국인 교환학생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라고 해서 반강제로 돌아가고, 잠깐 자기 나라로 돌아갔던 노르웨이 친구는 영국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한국 교환학생들도 아직 한국학교가 개강하기 전이라 돌아가서 1학기를 다시 이수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대부분이 돌아갔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공항이 폐쇄된다는 소문이 돌자 비행기 표를 못 구해서 20시간 경유로 한국에 돌아간 친구도 있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친구들이 다 떠나는 상황 속에서 나는 남아야 하는지 돌아가야 하는지 결정하는 거였습니다. 거의 보름 정도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사재기가 심해서 마트에 휴지, 파스타면, 파스타 소스, 달걀이 많이 없었던 것도 조금 불편했습니다.


 


현지에서 재미 있었던, 혹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최예린   화요일 금요일 수업이 있는 과목의 중간고사가 화요일에서 금요일로 바뀐 것을 깜박하고 금요일에 파리로 떠나는 비행기표를 예매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장 비행기표를 다시 끊기에는 너무 비싸서 18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마드리드에서 파리로 갔던 적이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다른 나라로 가는 것도 신기했고,, 18시간 동안 버스를 타는 것도 힘들었지만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그때는 그게 마지막 여행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지만요.


정서윤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생긴 일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외출을 자주 안 하게 돼서 택배를 시키기 시작했는데 보통 택배를 기숙사 직원 분들이 보관해 주십니다. 이제는 학생들도 많이 안 남아 있어서 그런지 택배를 찾으러 가면 직원 분들이 제 이름을 기억해 주시고 ‘내 선물은 없니?’라며 농담도 하면서 지내게 됐습니다.


▲ 텅 빈 킹스크로스역


 


파견을 가기 전 기대했던 모습이 있을 것 같은데, 막상 파견을 나가서 기대했던 모습과 다른 부분들이 있었는지, 기대했던 것들을 얼마나 이루었는지 궁금합니다.


최예린  다른 파견 가신 학생 분들과 마찬가지로 유럽 곳곳을 여행하는 것을 기대했습니다. 유럽 겨울이 생각보다 추워서 3월에 따뜻해지면 많이 여행 가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스페인 세비야, 프랑스 파리 딱 두 번의 여행을 끝으로 집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기대했던 것들을 별로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이룬 것이라고는 여기서 학기를 끝낸 것이 전부입니다.


정서윤   어렸을 때 캐나다와 미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어서 영국에서도 그때처럼 친구도 금방 사귀고 적응도 빨리할 줄 알았고 인종차별도 전혀 없을 줄 알았습니다. 막상 파견을 나와보니 인종차별도 꽤 있었고 생각보다 적응하는 데 오래 걸렸습니다. 적응하고 나서는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고 여유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국 학교와는 다른 환경에서 강의를 들으면서 내 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하고 3,000 단어 에세이 쓰면서 힘들어하는, 그런 영국 학교생활을 꿈꿔 왔는데 방금 마지막 에세이를 끝내면서 완전히 이룬 것 같습니다.


 


코로나19와 별개로, 첫 파견을 나가서 현지 적응이나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이를 극복한 본인만의 방법이 있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예린  혼자라는 느낌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곁에 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왔는데, 여기 와서는 부모님도 없고 친구도 없고 정말 혼자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생겨도 모두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그 중압감이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중압감은 잘 사라지지 않지만, 주변에 생기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좀 열면 도움도 받을 수 있었고 심적으로도 편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다행히 플랫을 공유하는 친구가 좋은 사람이라서 많은 도움을 받고 계속 집에 머물면서도 재미있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정서윤   혼자 사는 게 처음이라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안정적이고 평화로웠던 삶에 리셋 버튼을 누른 느낌이었습니다. 친구도 사귀어야 하고 집안일도 하고 그 와중에 시간표도 정정하고 은행 계좌도 개설해야 해서 정신이 없고 조금 무기력 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놀러 가는 것도 좋지만 혼자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을 가거나 먹고 싶은 걸 찾아 먹었습니다. 주체적으로 시간을 보내니까 사소한 거 하나에도 뿌듯함이 생기는 것 같았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현지에서 파견을 마무리한 소감이 듣고 싶습니다. 이번 경험이 앞으로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 같나요?


최예린  정말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한 한 학기였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쳐도 조금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열어 둘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정서윤   한 학기가 벌써 끝났다는 사실이 너무 아쉽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계획했던 여행을 다 못하고 기대했던 교환 학생 생활과는 달랐지만, 그 속에서 나만의 소소한 일상에 집중할 수 있어서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상황에 맞닥뜨려도 잘 헤쳐나갈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긴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교환학생을 꿈꾸는 본교 재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최예린  여러분들은 부디 상황 좋을 때 오셔서 좋은 것 많이 보시고 맛있는 것 많이 드시고 여행 많이 하시기 바랍니다.


정서윤   교환학생을 꿈꾸는 서강대 학생분들 모두 그 꿈 이루시길 바라고 행복하고 건강한 교환학생 생활 하시길 바랍니다.


 교환 및 방문프로그램은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현지 대학의 수업을 듣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2020학년도는 코로나로 인하여 조기 귀국한 학우와 현지 사정으로 출국조차 못한 학우가 79% 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상대교 수업과 매칭되는 과목을 인정해주고,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학생들의 질문과 요청사항을 대응하는 등 교환 학우들과 소통을 해준 국제팀에 감사를 드린다. 씩씩하고 당당하게 끝까지 마무리 잘하고 힘찬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서강가젯이 응원한다.

       

  * 국제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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