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인내로 기적을 빚어내는 사람들, 물리학과 정현식 교수 연구팀
작성자 서강가젯(Sogang gazette)
작성일 2019.03.11 16:53:33
조회 1,861


      





▲ 서강대학교 R관 내 연구실에서 연구 중인 김강원 연구원(물리 07)과 정현식 교수


2019년 1월, 물리학계는 열정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2016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2차원 물질의 자성 상전이 현상’은, 이론으로만 성립되었을 뿐 실험으로 규명이 힘들어 세계 각국의 물리학자가 매진하고 있던 과제였는데, 최초로 실험으로 규명되었기 때문이다. 반가운 소식으로 세계 언론을 뜨겁게 한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서강대학교 물리학 정현식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 이번 성과는 세계적으로 풀리지 않던 오랜 과제를 해결해 냄과 동시에, 앞으로 더 큰 발전과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초로 기대된다. 그 바탕에는 매일같이 실험실에서 고민과 도전을 반복하던 서강대 연구팀의 하루하루가 있었다.



필연(必然). 정현식 교수 연구팀에게 가장 어울리는 단어이다. 혹자는 이번 성과가 단순한 우연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연구팀의 하루하루를 깊이 들여다보면, 누구라도 그들의 성과에 대해 단순하게 입에 올릴 수는 없게 된다. 실험에 열중할 때는 밤낮 가리지 않았고, 작은 오차도 가볍게 넘기지 않고 처음부터 실험을 되풀이하기를 반복했다는 연구팀이다. 이런 노력이 바탕이 되었으니 어쩌면 이번 성과는 당연한 결실인지도 모른다. 세계에 주목받는 결과인데도 이번 성과는 그저 운에 불과해, 이러한 주목이 오히려 부끄럽다는 연구팀의 겸허한 소감. 이번 성과를 넘어서 앞으로 더욱 창대하게 펼쳐질 연구팀의 미래가 한껏 기대되는 이유다. 성과의 기반이 된 연구팀의 열정적인 하루하루와 그동안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연구팀 소속 김강원 연구원(물리 07, 現박사과정)을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이번 성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아주 쉽게! 어떤 내용을 규명해낸 실험 성공인가요? 더불어, 이번 성과는 세계 물리학계에 어떤 의의를 가지는 성과일까요?


2016년도에 ‘2차원 물질의 자성 상전이 현상’ 이 이론으로 성립되면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건 아시죠? 하지만, ‘이론’은 수나 기호로 계산된 결과일 뿐 실제로 보이는 것은 없죠. ’3차원에서는 이런 자성을 갖는 물질이 2차원에서는 어떤 성질을 가질 것이다’ 라는 게 수학적으로만 계산이 있었는데, 저희가 직접적으로 이를 실험으로 가시화해낸 거라고 보시면 돼요.

 

이번 성과가 세계 물리학계에 어떤 의의를 가질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엄청난 발전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부끄럽네요. 실험적으로 최초로 규명해내긴 했지만 이것 하나로 삶이나 과학계가 확 변하진 않잖아요. 작은 발견일 뿐이니까요(웃음). 그래도 이런 발견이 하나하나 쌓여서 큰 차이를 만들겠죠? 이번 성과가 앞으로 2차원 물질 연구에 있어서 많은 발전의 시초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순수과학이란 것 자체가 어떤 식으로 응용될지 전혀 모르지만,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어요. 지금처럼 차근히 연구를 쌓아가다 보면 어떤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한 예로, 새로운 방식의 반도체소자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될 수 있죠. 하지만 이 이론을 실제 소자로 활용하려면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아요. 초기 단계라서 연구가 아직 많이 부족해요. 그럼에도 많은 연구 발전과 기술 발전의 시초가 될 수 있는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2016년, 실험을 시작하신 후 성공하시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네요. 실험은 어떤 과정을 거쳐 진행됐나요? 실험 과정에서 어떤 한계, 어려움들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실패한 경험이 너무 많아서 기억도 안 날 정도예요, 2년 내내 해온 실험이니까요(웃음). 그래도 기억에 남는 걸 말해 볼게요. 우선, 가장 어려웠던 건 실제로 자성 측정을 하는 과정이었어요. 3차원 물질을 꺼풀꺼풀 벗겨내면 2차원 물질이 되는데, 이 벗겨내는 과정은 많은 연구팀이 성공을 했어요. 하지만 실제로 이 상태에서의 자성 측정이 어려워서 그동안 과제 해결이 힘들었던 것이거든요. 왜 어려운지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째, 물질의 물성을 측정할 때 측정값이 너무 작아서 어려운 면이 있어요. 2차원 물질이 되면 이미 물질은 원자단위이기 때문에, 측정값이 기하급수적으로 작게 나와요. 부피도 너무 작기도 하고요. 상당히 정밀하고 세밀한 관측을 거쳐야 측정값의 변화를 파악할 수가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반강자성 측정이 어렵다는 거예요. 반강자성을 설명하려면, 일단 강자성에 대해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아요. 강자성은 자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인데, 외부에서 자기장이 가해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스스로 자기화되어 자석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이런 성질을 갖추고 있는 물질은 사실 물성 확인이 비교적 수월해요. 철을 가져다 대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성을 갖추고 있음은 확인이 쉽죠. 그런데 반강자성 성질은 변화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서 확인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요. 저희는 이 물질이 상전이를 통해 자성에서 상자성을 갖추게 되었음을 확인해야 하는 건데, 반강자성 상태의 규명이 어려우니 고민이 많이 있었죠.

 

실험 과정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첫째는, 변수 조정이 어려웠다는 거예요. 3차원 물질을 꺼풀꺼풀 벗겨내며 2차원 물질을 만들 때, 두께가 변할수록 다른 특성들도 변하지만 저희는 자성 변화만을 보고자 하는 거잖아요. 어떤 변화가 나타났을 때, 다른 조건이 일정화되어 있지 않다면 이 변수 때문에 변화가 나타난 건지, 저 변수 때문에 나타난 변화인지 규명이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변수를 설정하고 다른 조건들을 일정화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어요. 둘째는, ‘온도가 확 변하는 구간’에 대한 측정이 어려웠다는 거예요. 일반적으로 자성 특성을 보았을 때, 자성 상전이가 일어난다고 하는 건 특정 구간(155K, 영하 118.15도) 근처에서 측정값이 급격하게 변하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이렇게 온도를 설정했을 때 측정값이 확 변한다고 하면 거기서 자성이 바뀌는 거예요. 그런데 아주 세밀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이 ‘확 변하는 구간’은 측정이 정말 어려워요. 그래서 자성이 변화했다는 것을 규명하기가 정말 힘든 거죠.



세계 과학자들이 함께 고민했을 부분이네요.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해결하신 건가요?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막막했지만, 저희가 얻은 결론은 그냥 ‘머리를 잘 싸매고 세밀하게 측정을 해 보자!’는 거였어요. 열린 마인드로 일단 모든 측정을 완벽하게 다 해놓고, 결과가 나오지 않을 시 다른 방법으로 무한히 측정을 시도하기로 한 거죠. 될 때까지 해보기로 한 거예요. 첫 번째로는 이미 알려진 라만 분광법을 이용한 자상 물질 분석법을 차근히 따라가 보았어요. 그런데 한계를 겪은 게, 그런 분석을 통해서는 변화의 발생 여부가 확실하게 보이지는 않더라고요. 두께에 따라 실험 결과가 다르게 나왔지만, 실제로 자성 변화의 여부가 확실하게 보이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그 다음으로는 편광 라만측정 등의 방법을 사용하여 더욱 정밀하게 측정해 살펴봤습니다. 실험 매커니즘을 새로 설계하고 그 실험을 실행한 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실험 매커니즘을 설계하는 과정의 반복이었죠.

그 과정에서 해결은 되지 않았지만 다른 부분에 대해 더 알게 되었죠. 그런 과정의 반복이었어요.


실험 과정에서의 한계에 대한 해결도 차근히 해나갔어요. 첫 번째, 변수에 대한 부분은 단순히 측정을 무한히 반복해서 해결했어요. 측정 결과 상의 작은 변화가 정말 우리가 보고자 하는 유의미한 결과인지, 아니면 통제되지 않은 변인에 의한 무의미한 결과인지를 확실하게 확인해야 해서 많은 측정이 필요했습니다.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변화일 수 있으니까요. 두 가지를 제가 바꿀 수 있었는데 첫째, 두께를 바꿀 수 있었고 둘째, 온도를 바꿀 수 있었어요. 온도를 높이거나 낮추면 자성 특성이 없어지기 때문에, 일정한 온도 안에서 두께를 바꾸어 가면서 순수하게 두께를 바꿀 때만의 차이를 규명해냈어요. 아주 오래 걸렸지만, 실험을 다시 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꼼꼼히 해낸 게 성과의 바탕이 된 것 같아요. 물론, ‘아, 다시 (실험)해야겠다’ 생각이 들 때 그 막막한 기분은... 말도 못합니다(웃음).

 

두 번째, ‘확 변하는 구간’에 대한 해결이 사실 가장 어려웠네요. 급작스럽게 생기는 변화이다 보니까, 이런 부분에 대해서 사람들이 가장 의심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더욱 많이 연구해서 검증을 세밀하게 해야 했고, 그래서 처음부터 연구를 되풀이한 적도 정말 많았던 것 같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편광 라만 분광법’을 통해 정밀하게 측정함으로써 해결했습니다. 사실 이게 아무도 생각을 못했던 아이디어고 방법이긴 한데…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하는 마음에서 해봤던 건데, 해결이 되어서 저도 정말 감사하고 신기했어요.



운이 좋으셨던 게 아니라, 그동안의 노력이 기반이 되어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그럼 김강원 연구원님이 시도하신 ‘편광 라만 분광법’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된 거네요. 2016년 본격적으로 연구에 돌입하시고, 연구팀에 합류하게 된 계기나 동기가 있나요? 그리고, 요즘 소감은 어떠신지요


원래부터 제가 학부에서는 완전히 충족되지 않던 연구나 심화 공부에 대해 갈증이 있었어요. 물리학이 너무 좋았고, 더 깊이 탐구해보고 싶은 마음이 계속 들었거든요. 그래서 석박사에 진학을 하게 됐고, 담당 교수님이셨던 정현식 교수님의 연구팀에 자연스럽게 합류를 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부터 2차원 물질에 관심이 있었고, 이전에도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었지만 자성 특성을 다루었던 건 연구팀에 합류해서가 처음이었습니다. 사실 우리 팀은 제가 합류하기 전, 2015년도부터 이미 2차원 물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어요. 서강대학교가 장비나 기술 측면에서, 라만 분광법에 관해서는 이미 전세계에서 독보적이라고 인정받고 있거든요. 그래서 서울대학교 측에서 2차원 물질을 준비하고, ‘우리가 이러이러한 물질이 있는데 같이 연구해 보는 게 어떻겠나’하고 연락을 해온 거예요.

 

서울대 측에서 가져온 층상 물질이 총 세 가지예요. 첫 번째는 아이징 모델이라고 불리는 물질인데, 2016년도에 이미 우리 팀에서 자성 변화 측정에 성공해서 주목을 받았었어요. 이번에 성공한 물질이 바로 두 번째, ‘XY 모델’에서 나타나는 기묘한 상전이인 거죠. 방법과 과정이 다르긴 하지만, 이미 성공은 2016년도에도 했었는데 이번 물질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이론과도 관련이 있다 보니까 언론에 유독 주목을 받는 것 같아 얼떨떨해요. 사실, 이번 발견은 2016년도의 성과와 단순히 얼마나 사회적으로 ‘핫’한 물질인가 정도의 차이만 있는 것 같아요. 첫 번째 성과도 굉장히 중요한 연구 성과였고 지금의 성과도 굉장히 유의미하고 중요한 연구 결과니까요. 학계에서는 항상 중요한 이슈가 되었기 때문에 저는 특히나 언론에서의 이번 주목이 얼떨떨하고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요. 언론의 주목이 감사하지만 이번 발견도 대세 흐름에 유달리 신경 써서 일부러 낸 성과는 아니니까 의연하고요. 그래도 연구 기회나 지원이 많이 늘어난 것은 좋은 것 같아요(웃음). 마지막 세번째 물질인 하이젠베르크 모델까지 성공을 해야, 이번 프로젝트가 어느정도 마무리되는 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떨 때 가장 보람을 느끼시나요? 그동안 정말 힘드셨을 것 같은데, 어떨 때 특히나 힘드시거나 기분 좋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힘든 건 아무래도, ‘이번 실험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분석을 진행하면서 추가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이 생겨서 ‘다시 측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을 때예요. 측정 한번 하는 게 사실 정말 힘든 과정이거든요. 실험 조건 환경상, 한번에 측정을 끝내야 하거든요. 그래서 다시 실험을 하게 되면 며칠간은 연구실에서 먹고 자면서 측정을 진행해야 해요. 도와주는 학우 한 명이랑 교대로 밤을 새면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죠. 일단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심적으로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다시 측정해야겠다’라는 걸 느꼈을 때는 항상 마음속에 ‘대충 하고 싶다’는 생각과 ‘그래도 완벽하게 하고 싶어’라는 생각이 교차하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지도교수님이 마음을 잘 잡아 주셨죠. 거의 반 강제적으로…(웃음)

 

가장 보람을 느끼는 건 뭐니뭐니해도, 논문이 나왔을 때예요. 논문 하나가 나오려면 그 과정이 정말 길거든요. 아이디어도 내야 하고 실험도 해야 하고, 분석도 해야 하고 글도 써야 하고... 보통 물리학과 기준, 논문 한 개를 출판하는 데 2년 정도가 걸려요. 빨리 끝내는 사람들은 1년 정도에 끝내기도 하지만, 1~2년 동안 나와 연구팀이 한 노고가 고스란히 담긴 게 논문 한 권인 것이죠. 그렇게 노고가 담겼기 때문에 학계의 주목 여부와 관계없이 그 사실만으로 정말 뿌듯해요. 논문이 하나 끝나고 나면 크게 보람을 느끼고 바로 다음 것을 기획을 하죠. 제가 봐도 제가 정말 워커홀릭인 것 같아요(웃음). 일하고 논문을 쓰면서 굉장히 보람을 느끼고, 활력을 느끼는 것 같네요. 제가 지칠 때는 오히려 일이 없거나 일하는 게 잘 안 풀려서 슬럼프가 올 때예요. 일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힘들어요(웃음).



연구팀 소개를 좀 해주세요. 연구팀의 일상은 어떤가요? 어떤 사람들이 모여 어떤 목적과 비전 아래 연구를 하는 연구팀인가요?


평소에는 다양하게 이것저것 많이 해요. 우선 실험하는 날에는 하루 종일 실험을 하는 편이죠. 다른 생각을 할 새도 없이 매진하다 보면 시간이 무섭게 흘러가 있곤 해요. 실험을 하지 않는 날에는 데이터 정리나 논의, ‘추가적으로 실험을 이런 걸 해야겠다’, ‘이렇게 분석을 해야겠다’ 하는 논의를 하고 교수님의 조언을 구하기도 하죠. 이런 연구의 측면 외에도, 부족한 내용이 있으면 책을 보고 공부를 하거나 새로 나오는 논문들을 보면서 최근 트렌드를 익혀요. 그 외에는 학회 등 출장을 꽤 많이 다니는 편이에요. 학회에 가서 새로운 이론들을 많이 접하고 연구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죠. 다양하게 해야 할 것들이 많아요.

 

저희 연구팀은, 장비가 일단 국내 최고 수준이에요. 사실 거의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거든요. 이건 정말 많이 자랑스러워요. 일단 실험 장비가 좋으니까 실험도 잘되지 않는가 싶고요. 그래도 장비만 최고 수준이라면 아무 의미가 없을 텐데, 최고의 장비에 지도교수님의 노하우가 합쳐져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저희 지도교수님은 정말 제가 봤던 분 중에서도 가장 꼼꼼한 분이세요. 아주 정밀하고 세밀한 변수 조정, 사실 쉽지 않은 건데 꼭 지키시려고 하시죠. 또 결과 분석을 할 때 아주 살짝이라도 헷갈리는 분석이 나온다면, 꼭 추가실험을 설계해서 다시 실험을 하세요. 아주 조금의 의심의 여지도 없을 때까지요. 저희 지도교수님 밑에 오래 있다 보니까 저도 습관화가 돼서 완벽하게 하게끔 노력을 하게 되었어요. 연구실 전체의 분위기도 그렇게 잡혀 나갔고요. 정확하고 정밀한 실험을 할 수 있게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잔소리도 해주셔서, 꼼꼼한 연구실 분위기의 바탕을 잡아 주시는 것 같아요 아마 세계 최고 수준인 건 장비뿐 아니라 교수님의 잔소리도 세계 최고이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저희 연구실에는 다 저 같은 사람만 모인 것 같아요. 다들 일하기 좋아하고, 연구하기 좋아하는… 사실 그렇지 않으면 견디기가 힘든 일정일 때가 많죠. 그 중에서도 단연 제일 열심히 사시는 분이 정현식 교수님이세요. 제일 일찍 출근해서 제일 늦게 퇴근하시는 분이 교수님이시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시너지가 생겨서 연구팀 전체가 다 열심히 하게 되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저도 더욱 부지런히 살게 되는 것 같고요. 연구팀은 제게 가족과도 같은 사람들이에요. 연구실은 ‘집’과도 같고요. 단순히 오랜 시간을 함께하기 때문만은 아니고, 다함께 있으면서 많이 발전하니까 더욱 서로 뭉치게 되는 것 같아요. 저희 연구팀은 단체생활을 많이 하는 편이라 밥도 항상 다같이 먹고, 그러면서 연구 과정에서 궁금한 것도 다같이 해결해 나가곤 하거든요. 다른 연구팀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단단한 팀워크의 모습이죠. 그런 과정을 통해서 혼자 생각했다면 못 해냈을 것들에 대해서도 많이 해결책을 얻는 편이에요. 교수님이 그 중심에서 많이 길을 잡아 주시죠. 팀원끼리의 합이 좋고 구성이 좋아서 앞으로 더 발전가능성이 높은 팀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저희 연구팀 자랑만 했나요? 그런데 서강대 연구팀은 제게 정말 자랑스러운 저의 정체성이에요. 저희 연구팀을 진심으로 사랑하다 보니까 더욱더 좋은 점만 보이는 것 같아요.





▲ 아이디어를 기획 중인 김강원 연구원


정현식 교수 연구팀은 어떤 가치관을 최우선으로 하는 연구팀일까요? 연구팀에게 앞으로의 계획이나 달성하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제가 저희 연구팀의 가치관을 입에 담기에는 저의 직책이 너무 낮은 것 같지만... (웃음) 연구 윤리에 대해 고민하는 연구팀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최근에 정부에서 제공하는 윤리 관련 온라인 강의를 자주 보고요, 교수님께서도 실험 과정에서의 안전이라든가 연구 윤리에 대해 강조를 많이 하세요. 특히 표절이나 정확한 성과 규명에 굉장히 엄격하시고요. 이런 면에서 앞으로 더욱 잘될 가능성이 높은 연구팀이라고 생각해요. 눈앞의 결과에만 급급하는 팀은 확실히 아니에요. 조금 더 멀리 보고, 조금 더 깨끗하고 안전하게 지속 가능한 연구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저희가 이번에 규명한 순수 원리를 바탕으로 응용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2차원 물질이라는 게 굉장히 무궁무진한 거거든요. 그 가능성이 무한하기 때문에 아직도 연구가 기초 수준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이 가능성 넘치는 분야에서 앞으로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창의적인 연구를 지속하고자 하는 게 저와 연구팀의 비전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악용의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숙고한 후 응용을 진행해야 하겠죠. 순수학문이란 현실에서의 응용과 필연적으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에, 연구 단계에서부터 현실에서 악용의 가능성을 고려하는 게 연구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제 개인적인 비전이라고 하면, ‘2차원 물질의 라만분광측정’ 분야에서의 단연 우뚝 선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것이에요. 이 분야 하면 딱 제 이름이 나올 수 있도록요. 큰 욕심이 아닐까 싶지만, 제 가장 큰 목표이기도 해요.



서강이란 김연구원과 연구팀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앞으로 서강대 물리학과의 발전을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앞으로 서강대 물리학과를 더욱 빛내줄 후배와 동문님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서강이란 제게 ‘인생’이죠. 학부때부터 몸담았던 공간이고, 인생의 삼분의 일을 넘게 있었던 곳이네요. 성인이 된 후 일생으로 치면 반 정도를 맡긴 곳이니만큼, 졸업을 하고 나가게 되어도 제게는 인생의 바탕 같은 곳일 것 같아요. 영원히 고향 같은 곳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제가 어디에 있든, 서강대학교가 좋은 일로 많이 이슈가 된다면 기분이 좋아질 거예요.

 

엄밀히 따지면 지도교수님 연구팀에 소속되기 시작한 것도 서강을 통해서였으니까, 서강이 제 물리학 인생의 시작이자 전부죠. 서강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과는 없었을 거예요. 우선 서강대 교수님께서 정성으로 저를 잘 가르쳐 주셨고, 대학에서는 실험할 수 있는 장비 등 여건을 지원해 주었고, 전체적인 조건이 다 좋았죠. 진학을 하면서 여러 부분으로 고민을 했었는데, 연구환경 측면에서 최고라고 생각했던 서강을 선택했던 게 지금은 정말 감사해요. 그때는 연구환경만 고려를 했었는데, 지금에 이르니 가장 소중한 서강의 보물은 장비나 조건이 아니라, 헌신을 아끼지 않으시는 교수님들과 학생들이라고 생각해요. 해외 학회나 행사 같은 곳에서 이미 학계에 진출하신 동문님들을 만나 아낌없는 도움이나 조언도 많이 받았고요.

 

서강 물리학과는 특히나 단합이 잘 되고 조화가 잘 되는 과인 것 같아요. 물리학과가 규모가 작다 보니, 전공 수업이 반에 한 개씩 밖에 없어요. 그래서 한 학년씩 올라가면서 더욱 친밀해질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니 동기들은 거의 가족 같은 관계가 되고, 교수님들은 친구같기도, 부모님 같기도 한 분들이 되었네요. 작지만 그만큼 유대감이 단단한 서강대만의 장점인 것 같아요.

 

후배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대학원에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대학원 진학,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학부 때는 어쩔 수 없이 기초적인 것만을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제대로 ‘학문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대학원 때부터이지 않을까요? 사실 순수 학문을 하는 모든 학우들께 해당되는 내용이겠지만, 특히나 물리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내용을 다루잖아요. 공부하다 보면, ‘이게 과연 현실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회의감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요. 저도 그래서 사실 학부 때는 공부가 재미없었어요. 대학원에서 실질적으로 실험을 하고, 결과를 분석하고, 논문이라는 성과를 내고 적용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했죠. 그래서 어쩌다 보니 박사과정까지 하고 있네요. 물리학 자체가 정통이 있고 깊이가 있다 보니까 배울수록 보람이 있고 즐거워요.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거나 막막함만이 느껴지더라도 일단은 본인의 자리를 꿋꿋이 지켜내 보았으면 좋겠어요.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하면 어떻게든 누군가가 알아주게 되는 것 같거든요. 그 시점이 언제가 되든 말이에요. 무조건 견디라는 뜻은 아니고, 당장 결실이 보이지 않아도 언젠가는 빛을 발할 날이 올 거라는 뜻입니다. 저희의 이번 성과처럼요. 각자의 위치를 꿋꿋이 지키며 빛을 내실 학우 여러분의 미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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