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해 그리고 기억해' 진심을 담아내는 사진가, 최근우 동문 (사회 10)
작성자 서강가젯(Sogang gazette)
작성일 2020.06.15 15:33:24
조회 1,226



      

 서강인이라면 한 번쯤, 최근우 동문(사회, 10)이 찍은 우리 학교의 아름다운 전경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의 사진은 우리의 평범하고 익숙한 일상에 가끔 찾아와 소중한 ‘선물’이 되어 주곤 했다. 명실상부한 서강의 사진가 최근우 동문, 그의 카메라 너머 모습을 서강가젯이 담아 보았다.



▲ 최근우 동문 (사회 10)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사회학과 10학번으로 입학해서, 2017년에 졸업한 최근우라고 합니다. 학교에 재학할 당시 ‘서강해 그리고 기억해’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중앙사진동아리 서광회의 회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사진을 업으로 하고 있어요.


지금 하고 계신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그 누구도’라는 사업자로 활동하면서 이미지 기반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어요. 요즘은 브랜드 화보나, 작품 포스터 등 다양한 홍보, 광고 이미지를 주로 제작하고 있고, 기업, 문화단체의 행사를 기록하기도 해요. 단순히 사진을 찍어드리는 것 외에도,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안하고, 제 의견이 일부 반영된 결과물을 만들어 가기도 합니다. 학교에 다닐 때도 매일 캠퍼스를 거닐며 학우들의 일상을 담아주곤 했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그 시절의 연장선 같다는 느낌을 종종 받을 때가 있어요. 그땐 그저 좋아서 사진기를 들었던 것이, 지금은 평생의 업이 되었네요.


사진은 언제 처음 시작하셨나요? 어떤 계기로 접하게 되었나요?


 서강대학교에 입학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문득 ‘이 소중한 순간의 기억이나 감상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으로 찍어 놓으면 시간이 지나도 그 순간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 주머니에 작은 카메라를 넣어 다니면서 찍기 시작했어요. 또, 찍은 사진들을 혼자 보긴 아쉬우니까 SNS에 공유하기도 했죠. 그런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 캠퍼스의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어요. 사실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기자가 되고 싶었는데요, 그래서 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으로 택하기도 했구요. 또, ‘서강헤럴드’와 ‘언론사연합회’, ‘학생회 기록국’, 그리고 발전홍보팀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기도 했어요. 취재 후에 촬영한 사진을 심혈을 기울여 선별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사진 자체의 매력에 흠뻑 빠진 것 같아요. 그러던 와중에 입대하여, 군대에 있는 2년 동안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때, 사진에 대해 더 깊게 알고 싶어서 그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흥미로웠고, 계속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말년 휴가 때는 덜컥 값나가는 카메라를 사버렸죠. 아마 그때가 터닝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어요. 그 이후로 쭉 사진의 길을 걷고 있으니까요. 지금도 그때의 그 순수한 열정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 ‘서강해 그리고 기억해’ 프로젝트를 통해 발간한 사진집



‘서강해 그리고 기억해’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우리 학교 캠퍼스 사진을 몇 년간 쭉 찍어오다 보니, 졸업할 때 즈음에 그 결과물들이 많이 쌓여있더라구요. 제가 찍은 사진의 주인공인 ‘서강과 서강인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자연스레 기획하게 된 프로젝트예요. 여태 찍었던 사진들을 모아 사진집을 내고, 전시회도 열고 싶었는데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금하였고, 정말 많은 분이 서강을 향한 애정으로 후원해 주셨죠. 또, 프로젝트 팀원들을 모두 서강인으로 구성하여, 웹사이트 제작이나 책 디자인, 로고 디자인, 캘리그라피 등 프로젝트에 필요한 모든 것을 서강의 선후배, 동기들과 함께 만들어갔어요. 총동문회에서는 모금할 때 동문회 명의의 계좌를 개설해 주셨고, 서강옛집(총동문회 회지)에서는 저의 프로젝트를 기사로 홍보해주시는 등 서강가족들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 같아요. 덕분에 프로젝트를 잘 마칠 수 있었죠. 그때 프로젝트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임해준 팀원들과 421명의 후원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학생설계전공을 사진 분야로 직접 설계하셨다고 들었어요.


 네, 저는 ‘비주얼스토리텔링’이라는 전공을 설계하고 이수했어요. 비주얼스토리텔링은 사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진’이라는 이미지콘텐츠를 제작하여, 그 안에 담긴 이야기로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방법을 배우는 것이에요. 처음에 학생설계전공이라는 제도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무조건 도전해 봐야겠다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는 계속 일을 찾아서 만들어가는 과정을 좋아하는 편이기에, 제가 전공을 직접 설계해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저한테 딱 맞는 제도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신청했는데, 한 번 떨어졌죠. (하하) 학생설계전공은 진취적으로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위한 제도라서, 교수님들께 전공의 장래성에 대한 증명을 하기 위해 진정성을 보여줘야 했는데, 저는 조금 자만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번 더 신청하기로 마음먹은 후에 설계전공 책자도 구해서 열심히 읽어보고, 학과장님들께 면담 신청도 하면서 제 진정성을 드러낼 기회를 만들었어요. 그렇게 다음 신청 때는 승인을 받을 수 있었죠. 사실 그때가 7학기째여서, 졸업을 1년 앞두고 하나의 전공을 더 이수한다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었지만,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아마 2번째에 또 떨어졌어도, 한 번 더 신청했을 것 같아요. 그만큼 도전해보고 싶었고, 덕분에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학생설계전공 제도가 학생들에게 학습에 대한 의지와 배움에 대한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또한, 신청을 준비하게 되면서, 내가 해온 것들을 돌아보고, 미래를 그려보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렇기에 학생설계전공에 관심 있는 후배들이 있다면, 꼭 도전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최근 학교에 사진을 기증하셨다고 들었어요. 수년간 만들어 온 개인의 창작물이기에 큰 결심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기증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을까요?


 제가 찍었던 캠퍼스 사진 300장 정도를 기증했는데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앞서 말했던 ‘서강해 그리고 기억해’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도 전시 했었던 액자나, 사진 데이터들을 기증한 적이 있거든요. 서강가족들이 제 사진을 보며 각자의 행복했던 순간을 추억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제가 캠퍼스 사진을 찍으며 사진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저에겐 성장의 결과물과 같은 의미도 있고요. 학교에서의 경험을 디딤돌 삼아 지금 더 큰 경험을 하고 있기에, 제 꿈을 응원해준 분들과 학교를 위해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진정한 보답을 한 것 같아서 행복합니다.


사진을 찍을 때 어떤 가치를 담아내려고 하시나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사진의 조건이 네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내 마음에 드는가’, 두 번째는 ‘찍힌 대상의 마음에 드는가’, 세 번째는 ‘앞선 두 가지 조건이 얼마나 균형 있게 부합하는가’예요. 내가 아무리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었다고 해도, 사진에 찍힌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사진은 좋은 사진이 되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가 ‘단 한 명이라도, 누군가의 마음에 울림을 줬는가’입니다. 꼭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주어야 좋은 사진인 건 아니에요. 단 한 명이라도 제 사진을 보며 깊은 감동을 받고 소중한 사진으로 남을 수 있다면 좋은 거죠. 항상 이런 것들을 유념하며, 카메라를 들어요.


▲ 무지갯빛으로 빛나고 있는 서강대학교



찍은 사진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이 있을까요?


 시험 기간에 학교에 남아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피곤함이 가득하지만, 눈빛만은 열정 가득한 학우들이 옆엔 두꺼운 책을 몇 권이나 쌓아 놓고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문득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는 정말 그 감정이 벅차 올랐다고 해야 할까요, 제가 느낀 감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부랴부랴 카메라 한 대와 삼각대를 챙겨 학교 건너편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가 학교를 바라보고 사진을 찍었죠. 거기에는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무지갯빛 학교가 담겼어요. 마치 학우들의 꿈이 각자의 색으로 빛나는 것 같아, 이 사진의 제목을 <색을 지닌 그대가 되길>이라고 지었죠.


▲ 눈이 수북이 쌓여 있는 서강의 캠퍼스


 또, 새벽에 나가 찍었던 설경사진도 기억에 남네요. 아름다운 설경사진을 찍는 것이 정말 힘든 이유가 일단 눈이 많이 내려야 하고, 그 눈을 아무도 밟지 않아야 해요. 즉, 새벽에 내리는 함박눈을 맞으며 찍어야 한다는 거죠. 제가 학교를 다니면서 그런 조건이 갖춰진 게 2번 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하루는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는데, 새벽 2시 즈음에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지금 밖에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고, 제가 사진 찍으러 나가면 좋을 것 같다고요. 그때 살고 있던 집이 반지하라서 눈이 오는 줄도 몰랐는데, 친구의 전화를 끊자 마자 바로 카메라를 들고 나가 학교로 향했어요.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이 수북이 쌓여 있는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두 발의 감각을 잃을 정도로 추웠지만, 학교에 오지 않았더라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좋았어요. 사진을 찍으러 새벽 2시에 나가서는 해 뜰 때 즈음 집으로 돌아와 학교 커뮤니티에 찍은 사진을 몇 장 공유하고 나니까, 1교시 수업 시작할 시간이더라구요. 그러고는 잠들어버리는 바람에 당연히 그날 아침 수업은 못 갔고요, 죄송합니다 교수님. (하하) 그때 사진을 찍으러 나가라고 연락해준 친구에게, 그리고 순간의 감정과 열정에 충실하여 이런 사진들을 찍어준 나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나 참 이 일을 하길 잘했다!’ 하는 순간이 있을까요?


 평소에도 매일 그렇게 느끼고요,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 순간도 ‘이 일을 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유난히도 사진을 좋아해서, 그 티가 절로 났는지 다양한 분야의 친구들이 저를 종종 찾아주었고, 그럴 때마다 최선을 다해 임했죠. 사람들의 열정과 땀이 맺힌 기획, 현장을 담을 때 가장 가슴이 뛰는 것 같아요. 올해 상반기에는 제2회 공연사진전에 참여작가로 초청받아 전시를 하기도 했는데요, 서강에서 캠퍼스와 학우들을 찍으며 연습했던 제가 현재는 훌륭한 현업 사진가분들과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했어요. 이런 순간들이 제가 하는 일에 자부심과 사명감을 느끼게 해줘요. 앞으로는 주변 친구들과 동료들이 사진이 필요할 때에 자신 있게, 그리고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금도 조금씩 그런 바람을 이뤄가고 있는 것 같아 정말 뿌듯하고, 늘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더 좋은 사진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명함에도 적혀 있듯 ‘Photographing Everything, Forever,’ 평생 이 일을 이어가고 싶어요.

 

▲ 최근우 동문의 작품



꿈을 위해 차근차근 밟아온 과정들로 결국 꿈을 이루어 낸 모습이 정말 멋지십니다. 마지막으로, 꿈을 향해 가는 길을 헤매고 있는 서강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남에게 어떤 교훈을 주기엔 저도 아직 어리고 더 배울 점이 많아 조심스럽지만, 저의 경험에 비추어서 이야기해 볼게요. 자신이 무엇인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주변 환경이 따라주지 않거나, 부모님과 친구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요. 그럴 때, 그 상황에 맞서거나, 혼자서 길을 개척하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주변에서 하는 반대의 이유는 나의 진정성을 알지 못하거나, 생소한 길을 걷는 것에 대한 진심 어린 걱정 때문일 거예요. 저도 사진을 택한 처음에는 주변에서 많이들 걱정하셨는데요, 그럴 땐 그분들을 설득하기 위하여 저의 열정과 진심을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보여주고자 노력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근우는 어떻게든 사진을 하겠구나, 열심히 해봐.”라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죠. 점차 주변 사람들의 걱정은 기대가 되었고, 저는 그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기 위해 더욱 노력했어요. 또, 이런 과정들을 통해 스스로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내가 이 일을 하면서 얼마나 행복한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되고, 눈앞의 안개가 조금씩 걷히며 삶의 방향이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 마지막으로 사진집에 썼던 문구를 인용하며 마칠게요. “도전하세요. 그대는 할 수 있습니다. 서강은 강하며, 그대는 서강의 자랑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우 동문이 찍은 사진 이면에는, 그의 노력과 열정이 빛을 내고 있었다. 사진을 영원히 하고 싶다는 그의 진심을 인터뷰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나아갈 그의 행보를 서강가젯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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