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을 고민하다, 고승혁 동문(국문 06)
작성자 서강가젯(Sogang gazette)
작성일 2020.01.13 13:47:33
조회 1,943




                      
   


▲ JTBC ‘소셜라이브’를 진행 중인 고승혁 기자


매체 환경과 수용자의 변화로 인해 언론계에서는 전통적인 언론 보도의 형식을 벗어나 새로운 형식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서강 가젯은 디지털 저널리즘의 미래를 고민하며 디지털 브랜드 ‘취재대행소 왱’(국민일보)과 라이브 뉴스 ‘뉴스원룸’, ‘로비스트’, ‘소셜라이브’(JTBC) 등을 시도하고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고승혁 동문(국문 06)을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JTBC에서 주말 뉴스를 맡고 있는 고승혁이라고 합니다.


#아날로그 저널리즘에서 디지털 저널리즘으로        


얼마 전까지 계셨던 JTBC의 디지털뉴스국은 어떤 곳이고, 선배님께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최근 TV 뉴스 시청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언론사들이 디지털 부서를 만들어서 다양한 형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사실 ‘연구소’적인 성격이 강한 것 같은데, 실질적으로 지금 당장 필요한 포맷을 만들어내기보다는 미래에는 어떤 포맷이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실험을 하는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국민일보에서는 ‘취재대행소 왱’이라는 디지털 채널을 만들었고 JTBC로 옮긴 후에도 여러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익스플레인 뉴스의 형식으로 ‘뉴스원룸’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최근 뜨고 있는 솔루션 저널리즘의 일환으로 ‘로비스트’라는 프로그램도 했었고요. 또 ‘소셜라이브’라는 코너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방송 뉴스에서도 디지털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반면 메인 뉴스부터 변화를 주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주말 뉴스부터 변화를 시도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주말 취재팀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현재 전반적으로 뉴스가 개편되고 있는데 제 주된 역할은 뉴스의 형식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고민하고 개발하는 것입니다.


 예전에 제가 다음〮카카오에서 ‘아고라’를 만드신 팀장님을 만났었는데 정치계와 언론계는 너무 뒤처져 있기 때문에 새로운 발상보다 현재 유행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따라만 해도 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언론사는 권력 자체이기 때문에 감시를 받거나 견제를 당할 일도 없어서 잘 움직이지 않고 보수적인 편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저는 요즘 사람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트렌드가 무엇인지 눈여겨보고 캐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뉴스화하는 작업이 굉장히 어려운 것 같아요. 인기 있는 예능 PD들을 만나서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얻어도 그런 것들을 뉴스로 만들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거든요. 재미와 뉴스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큰 관건이자 어려운 점입니다.



국민일보에서 신문기자로 계시다가 JTBC로 옮겨와 방송기자로 계신데요, ‘신문’과 ‘방송 뉴스’라는 다른 영역을 오가며 어떤 고민을 가지고 계신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현재를 사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을 합니다. 얼마 전 프로그램을 촬영하던 중 PD님이 제게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춰달라고 하셨어요. 춤을 추면서 들었던 생각이 여기 입사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논술 작문과 언론 고시를 치르고 오신 분들인데 이들이 이런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게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신문사는 일하는 방식이 더 고루한 편입니다. 예를 들어 눈이 많이 오면 정당 회의가 한 시간씩 앞당겨지는데 그 이유가 눈이 오면 신문 배달이 지연되기 때문에 모든 과정이 앞당겨져야 하기 때문이에요. 포털 사이트에서 클릭 한 번이면 뉴스가 펼쳐지는 세상에 상상하기 힘든 일이죠.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이 고충인 것 같습니다.



‘브런치’에서도 글을 연재하고 계시다고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처음에 신문기자가 되고 나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데 재미가 없었어요. 가령 매번 “오전 회의에서 A 정당의 a 대표가 어떠한 발언을 했다.” 이런 내용의 기사만 썼던 거죠. 그러다가 문득 혼자 국회에서의 뒷이야기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도 국회의 반응이 뜨거웠고 제 글이 국회보에 실리기도 했었어요. 그래서 당시 소속되어 있던 국민일보에서 온라인 칼럼란을 내주셔서 이례적으로 신입 기자였음에도 ‘아장아장 정치부’라는 이름으로 칼럼을 쓸 수 있었고 지금은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당시 마음대로 쓰라고 하셔서 데스킹(현장 취재기자들의 원고를 고참 기자들이 검토해 다듬는 행위)도 받지 않고 말 그대로 마음대로 썼던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의 글을 보니 위축되기도 하고 제 스타일대로 쓰지 않게 되더라고요.




JTBC ‘뉴스원룸’을 진행 중인 고승혁 기자


# 기자로서의 삶


그렇다면 어떤 계기로 기자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저는 국문과를 졸업해서 글 밖에 쓸 줄 몰랐고 취업 준비를 할 때도 사실 소설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저희 학교 근처에 위치한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직업교육을 해 준다고 해서 막연하게 출판사 입사를 생각하며 가 봤는데 기자 교육이 비용도 가장 비싸기도 했고 (웃음) 괜찮아 보여서 그 수업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당장 공채를 앞둔 분들이 준비하려고 수강하는 수업이었어요. 얼떨결에 수업을 듣고 스터디도 만들어서 공채를 준비하다 보니 기자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글이 쓰고 싶어서 신문사 위주로만 지원했었고 이전까지 방송국에 올 것이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취재가 있으시다면 어떤 것이었나요?


국회 기자였을 때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일 국회 본회의에는 내신 기자 71명만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보통 현장은 막내 기자들이 가기 때문에 주로 제가 갔는데 그날은 유독 분위기가 들썩거렸다고나 할까요. 원칙적으로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의원들의 발언을 제외하고는 환호성을 지르거나 우는 등의 소리를 낼 수 없게 돼있어요. 그런데 정세균 전 의장이 가결을 선포하던 순간 세월호 유족들을 포함한 사람들이 울고 소리치던 게 기억에 가장 남습니다. 다들 국회에서 그런 일은 처음 있었다고 했어요. 그때 기자들끼리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자고 셀카를 찍기도 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다음날 12개사의 신문을 다 사서 포장도 뜯지 않고 집에 소장하고 있습니다. (웃음)

 


기자라는 직업이 갖는 장점과 단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여러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저희는 보통 사람들이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잖아요. 최근에는 저희 방송에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 씨가 출연하셔서 같이 사진도 찍고 얘기도 했고요. 피아니스트 조성진 씨도 뉴스룸에 나오셔서 연주도 하고 소셜라이브도 했었는데 조성진 씨의 라이브 연주를 현장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게 엄청난 거죠. 제가 정치부 기자 밖에 안 해봐서 주로 정치인들을 많이 만났는데 개인적으로는 국회 보좌관이나 비서관을 만나면 배우는 게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내일모레에는 뇌성마비 장애인 유튜버를 취재하러 가는데 제가 살아보지 못한 인생의 사람을 만나 얘기하잖아요. 그런 점이 굉장히 좋은 것 같습니다. 사소하게는 제 주변의 직장인들을 보면 근무시간이나 매출, 영업 등 압박을 받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기자들은 그런 부분에서는 부담이 덜한 것도 장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취재 아이템에 대한 압박이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뉴스를 보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알 수 있잖아요. 그런데 기자는 기사를 보고 알면 이미 늦은 거죠. ‘그럼 나는 이런 소식을 어디서 알아와야 하나?’ 이런 고민이 항상 있고 막막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소셜라이브’를 하면 악성 댓글이 너무 많습니다. 신문기자는 악성 댓글에 그렇게 흔들리지 않는데 라이브 방송은 악성 댓글이 너무 많고 심한 편입니다. 방송은 보이는 것이다 보니 보이는 것에 대한 댓글이 엄청나게 많기도 하고요. 또 사람들이 뉴스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기자들에게는 고충을 안겨줄 때도 많습니다.

 

제가 추석 연휴라서 ‘소셜라이브’ 방송을 쉬었었는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JTBC가 조국 사태에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 휴방을 결정했다는 글이 마치 확정된 것처럼 돌기도 했고요. 기자들의 아이템 선정이나 취재, 보도에 정치적인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하고 비난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부분이 힘든 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일부 유명인들이 영상에서 이야기하면 그걸 직접 현장을 방문하거나 실제 인물을 만나보고 취재한 뉴스보다 더 신뢰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이런 신뢰성의 위기도 어려운 점이면서 동시에 극복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로써 갖고자 하는 태도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사실을 재미있게 쓰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사실이 정말 중요한데 요즘에는 천시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뉴스든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재미’란 예전에는 없던 가치인데, 사람들이 사실을 볼 수 있게끔 ‘재미있게’ 포맷화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고승혁 동문은 언론인을 꿈꾸는 서강인에게 마음은 진실된 언론인을 꿈꾸되 톡톡 튀는 발랄한 아이디어를 가져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누구나 재미있게 뉴스를 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시도를 거듭하고 있는 고승혁 동문의 행보를 서강가젯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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