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작가 초청 강연회, “소설, 삶을 담는 그릇”
작성자 서강가젯(Sogang gazette)
작성일 2019.12.16 13: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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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애란 강연회 포스터

 

11월 7일 목요일 4시 30분, 서강의 애독가들이 로욜라 도서관 U-DREAM HALL에 모였다. 교보문고의 지원을 받아 제 37회 로욜라 도서관 주간 행사로 이루어진 김애란 작가의 강연회를 듣기 위해서다. 김애란 작가는 『비행운』, 『바깥은 여름』, 『두근두근 내 인생』 등 굵직한 작품과 수상 내역을 보유했으며, 특유의 감수성과 필사적으로 삶을 마주하는 이야기로 지난 20여년 간 한국의 독보적 문학인으로 자리잡았다. 이 날 강연은 1주일의 사전 예약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이틀만에 마감될 정도로 행사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강연회의 주제는 “소설, 삶을 담는 그릇”으로, 김애란 작가의 작품 속 청년들이 머물고, 지나온 공간을 통해서 느껴지는 삶의 무게와 소설의 의미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1시간 30분, 총 3부에 걸쳐 이루어진 강연회를 통해 김 작가는 공간을 중심으로 한 자신의 삶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비행운』 『바깥은 여름』 등의 소설 일부를 낭독하기도 했다.


1부에선 김애란 작가의 성장 배경 및 글을 쓰게 된 배경을 다뤘다. 김 작가는 노동자 부모님의 공간으로 전해 들은 인천과 달동네, 어릴 적 자리 잡은 고향 충남 서산, 대학 시절 지냈던 서울, 대학가 등 그가 살아오며 거친 장소를 소개했다. 특히 면 소재지에서 자란 청소년기와 스무 살 처음 만난 서울의 모습이 작품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이야기하며, 데뷔 후 17년 동안 가족과 도시, 두 갈래 이야기를 써 왔다고 소개했다. 대학 시절의 경험을 언급하며 집이 아닌 방, 방이 아닌 칸에 사는 친구들의 안부에 많이 기울였고, 젊음의 삶과 사랑을 다룰 때 ‘방식’보단 ‘공간’에 방점을 두는 계기가 되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녀의 작품 <성탄특성> 속 가난한 연인들의 모텔 순례길과 같이 ’어떻게’가 아닌 ‘어디서’ 하는지에 집중했다고. 한편, 자취를 통해 자신의 몸에 관한 시선이 달라지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이야기했다. 간접적∙경제적 독립을 체험하며 내 육체를 바라보고, “나는 한 달에 얼마가 드는 인간이구나” 생각했다고. 이런 생활에 대한 감각, 고민이 성인이라면 무릇 감당해야 하는 것이면서 굉장히 생소하게 다가왔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그의 대학 시절 이야기는 대부분 서강대 학생으로 이루어진 청중들에게 많은 공감을 받았다.


2부에서는 이러한 경험이 작품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이야기했다. <자오선을 지나갈 때>에선 등록금을 충당하기 위해 보습학원 알바를 하는 주인공이 퇴근길에 반짝이는 서울을 보며 “나는 왜 여전히 그곳을 ‘지나가고 있는 중’인 걸까” 회상한다. 김 작가는 “이 소설이 쓰인게 14년 전임에도 많은 공감을 얻는 것은 제가 시대를 초월한 게 아니라 적어도 청년의 거주, 삶의 문제에서 시대가 변하지 않거나 악화한 탓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는 “나는 방에서 또 다른 방으로, 이윽고 현재의 집까지 조금이라도 나아가는 경험을 해 보았다. 성인이 되니 발전을 실감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그것이 동시대적 경험이 된다면 성장의 이름으로 건강하고 온전한 사회일 것이다.”라며, “그러나 <서른>이란 작품을 쓸 때는 또래, 혹은 내 아래 세대를 떠올리며 ‘성장했다’가 아닌 ‘나 홀로 탈출했다’란 기분이 들더라. 부채감도 들고, 복잡한 심경이었다.”며 작가로서 마음가짐을 이야기했다.


한편, 그는 “단편 소설이 많다. 단편은 성격상 상황이 해결되지 않고 ‘상태’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때로는 내 단편 속의 인물들이 실제 인물이라면, 그 인물은 여전히 소설 속에 남아있는데 나 혼자 빠져나온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실제 인물이라면 10년, 20년이 지나 무엇을 욕망하고 살아갈까?’ 궁금할 때가 있다고. 그는 <자오선을 지나갈 때>, <서른>, <입동>은 한 인물의 이야기로 생각해도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작품을 쓰며 동시대와 살 비비며 살아온 인물이 가장 최근에 도착한 자리를 찾고 싶었다고 한다. 20대 주인공의 이야기로, 사회 초년생 특유의 희미한 낙관과 기대, 삶을 스스로 지탱하는 자긍심, 유머, 이성 교제가 깃든 <자오선을 지나갈 때>에서 내가 나쁜 의도가 없어도 조직, 구조 안에서 누군가에게 해를 미칠 수밖에 없음을 느끼는, 무결하지 않은 30대를 그린 <서른>, 그리고 “그렇게 도착 한곳이 여기였나?” 하는 물음을 남기는 <입동>. 특히 <입동>은 한국 사회가 달려온 길을 되짚으며 속도, 효율, 이윤, 성장… 분명히 소중한 것이지만 때때로 너무 쉽게 무엇과 맞바꿔버린 것이 아닌지 묻고 싶었다 소개했다.




▲ 강연하는 김애란 작가(좌)와 그의 신작 『잊기 좋은 이름』(열림원, 2019) (우)


3부에서는 문학의 존재 이유를 다뤘다. 그는 “무수하고 다채로운 그릇이 있고, 어떤 것도 우열을 다룰 수 없다. 그러나 예를 들어, 게임에서 과제수행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면, 문학은 모든 것을 잃어도, 실패해도 종래엔 다른 것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해준다. 현대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내가 영웅이 아니라 잘해봐야, 겨우 인간이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때문에 쉽게 답할 수 없는 딜레마를 담은 소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서 제자를 구한 선생님처럼, 애초에 용감하게 태어나지 않았더라도, 때때로 자기가 지키고 싶은 사적 가치, 혹은 더 넓게는 선, 진실을 위해 겨우 인간인 인물들이 어렵게 해내고 모색하기에 가치 있는 것 같다”고 김애란 작가는 말한다. 그래도 우리 삶은 게임보단 소설과 더 닮았다. 반드시 보상이 오는 게 아니고, 때론 내 노력이 되레 화가 되기도 한다. “인생에 대해 모르는 게 많지만, 그래도 삶의 기본 전제는 알고 있다. 우리는 젊음을 비롯해 무언가를 잃으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애란 작가는 “소설은 삶의 구원이 되지 못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때로는 통계나 가식이 아니라, 이야기에 진실의 몫을 주고, 전달해야 할 때가 있다. 드물게 내가 좋아했던 작품들이 해냈던 일을 가끔은 나도 할 수 있었으면 바란다.”며 이야기를 마쳤다.


한 시간 반 정도의 강연회 후 질의응답과 사인회를 끝으로 행사는 마쳤다. 김 작가는 “또래 독자들이 많았는데, 젊은 독자들과 만나니 새롭다.”며 웃음을 보였다. 강연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작품을 거시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어릴 적부터 보고 자라온 작가님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행복했다.”며 감상을 전했다. 한편, 이번 로욜라 주간에는 김애란 작가 초청 강연회 외에도 무료 커피 제공, 간식 차, 행운의 주사위, 문학의 향기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어 책을 사랑하는 서강인에게 행복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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