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무진 활약하는 멀티 플레이어, 심수미 (신방 02) 기자
작성자 서강가젯(Sogang gazette)
작성일 2019.07.15 14:29:12
조회 2,630




     




▲ 뉴스를 전하는 심수미 기자 (신방 02)


JTBC 소속 기자, <여자 전쟁> 번역자, 신인 배우까지. 심수미 기자 (신방 02)는 다양한 수식어를 가지면서도 어느 것 하나 대충하지 않는 멀티 플레이어다. 이번 호 서강가젯에서는 심 동문을 만나 그의 다채로운 삶에 대해 들어보았다.

       

 

<#1. 기자의 삶>


안녕하세요, 동문님. 먼저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JTBC 심수미 기자입니다. 서강대 02학번이고 신문방송학과 사회학을 전공했습니다. 올해 10월이면 기자가 된 지 10년이 되는데요. 스포츠문화부와 경제산업부에도 잠깐씩 있었지만, 사회부에서 가장 오래 일했고, 지난해 정치부로 옮겨서 현재는 청와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기자 생활을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취재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모든 취재가 하나하나 다 소중하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역시 2016년 가을 착수했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입니다. 사건 자체의 무게감도 무게감이지만 저는 법조팀에 있으면서 박영수 특검과 검찰 특수본의 수사·기소, 이후 재판 과정까지 거의 2년간 지속해서 취재를 했기 때문에 기자로서 더욱 많이 배울 기회였습니다.



기자로서 지키고자 하는 태도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명대사를 인용하고 싶습니다. "너 자신을 믿지 마. 의심하고 또 의심해." 기자들끼리 흔히 하는 말로 '모든 제보에는 독이 있다'라고 하거든요. 기본적으로 일을 시작하면 모든 취재원 모든 취재 소스를 한 번씩 뒤집어보고 의심하고 여러 번에 걸쳐 재확인하는 과정을 배웁니다만 가장 중요한 건 기자 스스로가 어떠한 방향성, 신념에 경도돼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제14회 ‘올해의 여기자상’을 수상하는 심수미 동문


 


<#2. 책을 쓰다>


최근 <여자 전쟁> 의 번역을 하셨어요.


2017년 4월 회사 선배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았습니다. 물리적으로 너무 바쁜 시기라서 고민을 많이 했지만, 책을 슬쩍 읽어보았는데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인생 좌우명이 '일단 해보고 후회하자'이기도 하고요. 솔직히 너무 힘들어서 후회를 정말 많이 하긴 했습니다(웃음). 저자인 BBC 탐사저널리스트 수 로이드 로버츠는 약 30년간 세계 각국의 인권 사각지대를 취재해 온 인물인데요, 그중에서도 여성 인권 실태의 심각성만을 모아서 글을 썼습니다. 감비아·아일랜드·아르헨티나·사우디아라비아·인도·파키스탄·동유럽 등지의 끔찍한 사례들이 르포 형식으로 기록된 책입니다.




▲ 책<여자 전쟁> 수 로이드 로버츠 저/심수미 역 ㅣ 클


기자 일을 하면서 번역 작업을 하셨는데,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기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저희 업무 패턴이 워낙 불규칙하기 때문에 평일에는 사실 거의 손을 못 댔고요, 휴일과 주말, 휴가 때 속도를 냈습니다. 다행히 2018년 하반기부터 회사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면서 전보다 쉬는 날이 많아졌고요. 무엇보다, 저는 오히려 틈틈이 이 책을 번역한 덕분에 제가 취재 업무에 더욱 집중해서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태블릿PC 조작설'과 함께 각종 테러 위협에 장기간 시달리면서 지독한 회의감과 무력감에 빠질 뻔한 순간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책에 담긴 참혹하고 끔찍한 사건들에 분노하다 보니, 저 역시 삶에 대한 투지를 불태우게 되었습니다. 더 의욕적으로 취재해서 나도 이렇게 불합리한 구조를 만천하에 드러내자, 하는 마음이었죠.



정말 강렬한 책이더라고요. 역자로서,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우리가 땅에 발을 붙이고 보는 세상과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참 다르지 않습니까? 저는 이 책을 번역하면서 하늘에서 지구 위를 내려다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아 여기 사람들은 이런 문제가 있고, 저기는 저런 어려움을 겪는구나. 그런데 그 문제와 어려움의 기본 메커니즘은 사실 한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같은 골격이거든요. 다른 시공간을 살았던 인류의 증언을 들으면서 현재 우리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기회가 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쓴 이후에 달라진 점이 있나요? 최근엔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쉬는 날마다 왠지 모를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웃음). 2년간 잠깐의 틈만 생기면 '번역해야지'를 입에 달고 살다가 갑자기 그걸 안 하게 되니까 허전하다고 해야 될까요? 요즘은 그동안 사두기만 하고 못 읽었던 책을 읽으면서 휴일을 보내는 편입니다. 언젠가 책을 쓰고 싶다는 소망이 있지만, 아직 내공이 부족해서 그건 좀 한참 뒤의 일이 될 것 같고요, 그 내공을 키우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3. 개인의 이야기>


최근 영화 <기생충>에 출연하여 화제가 되셨어요. 촬영 소감을 들려주세요.


저도 시나리오 내용을 전혀 몰랐습니다. 봉준호 감독님은 저와 서복현 기자에게 아무 맥락 없이 그냥 각각 대사 세 줄씩만 주셨는데요. 우리 회사 스튜디오에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게 찍고 가신 거라 사실 '영화 찍었다' 하는 실감도 거의 나지 않았습니다. 혹시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을까 싶어서 찍었다는 것을 주변에도 거의 말하지 않았고요. 감독님은 '전국이 이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TV만 틀면 이 사건이 나온다'라는 걸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영광이었고, 한동안 연락 뜸했던 지인들도 영화를 보고 정말 많이 연락을 해주셔서 또한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 봉준호 감독과 심수미 기자


기자, 번역, 영화 출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계신데요. 앞으로 또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을까요?


어쩌다 보니 번역서를 내고 영화에 잠깐 등장도 했지만 저는 어디까지나 기자이고, 기자 일이 가장 좋습니다. 계속 성실하게 취재해서 좋은 보도 해야지요.



서강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후배들에게 젊은 시절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제가 20대였던 2000년대 초중반과 지금은 모든 것이 너무나 달라서 많이 조심스럽습니다. '조언'이라는 말 자체가 좀 공허하게 느껴져서요. 대신 제 인생에서 가장 단단한 뿌리가 되어 준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8학기를 마쳤는데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어정쩡하게 졸업을 유예하고 떠났던 캐나다 워킹홀리데이입니다. 새벽부터 일어나 스타벅스에서 일했고, 투잡을 뛰었고, 학원에 다녔습니다. 때로 말이 서툴러 무시를 당했고, 변태를 마주쳤고, 아마도 외로워서 땅콩버터를 숟가락으로 퍼먹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건 뭐고, 현실적으로 내가 쥐고 있는 카드는 뭔지 비로소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절하게 실패하고, 방황하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정말 소중한 자양분이라는 것을 늘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으시다면 소개해주세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재밌게, 열심히, 잘하면서 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는데 다행히 꽤 근접하게 이루면서 살고 있습니다. 특히 JTBC를 믿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 기대에 부응하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뛰어들면서도, 기자의 책임과 욕심을 버리지 않겠다는 심수미 동문. 앞으로도 뛰어난 기자로서 그가 사랑하는 일에서 활발히 활약하길 서강가젯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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